위키리크스 -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
마르셀 로젠바흐 & 홀거 슈타르크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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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애플의 스티븐 잡스가 iPad2를 선보이면서 2010년은 '아이패드의 해'였다고 선언했는데 분야를 언론부문으로 돌려본다면 2010년은 '위키리크스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헬기 조종석에서 마치 오락하듯 사람을 죽이고 환호하는 미군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공개되었을때 (실은 '아브 그라이브' 사건으로 소위, 세계의 경찰이라는 미군의 실상을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전해지는 충격이란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연달아 터진 미국 외교문서의 공개는 위키리크스와 함께 줄리안 어산지를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이 책은 독일 <슈피겔> 기자들이 수 년간 위키리크스와 관련한 사람들을 접촉하고 취재하면서 쌓인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내놓은 책이다. 줄리안 어산지가 위키리크스와 동의어쯤으로 여겨지는만큼 그의 개인사부터 자세히 안내하고 있는데 그는 확실히 평범한 인물은 아님에 분명하다.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유목민적인 생활로 길들여진 성장기, 그리고 남다른 지능 등이 그를 특별함으로 이끈 바탕인듯 한데 특별함 뒤에는 일반인처럼 욕심도 부리고 실수도 하고 국가정보기관의 위협에 초조해하고 고뇌하는 모습도 보인다. 결국은 심각한 조직 내분까지 일어난다. (그러한 상황에서 조직을 탈퇴한 사람이 위키리크스에 대해서 쓴 책이 공교롭게도 이 책과 동시에 발매되었다.)

 책의 전반부는 주로 어산지 개인에 집중한 내용이 나오고 중반 이후부터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관한 미국방부의 기밀문서 공개과정과 후폭풍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정보공개과정은 일반독자들은 잘 모르는 언론계 상황이 잘 그려져 있고 나름 긴장감이 있어서 몰입도가 높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정보공개 이후 각국의 언론사별 반응의 차이를 보는 것인데, 그 중의 백미는 미국의 <타임스>라고 하겠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문서의) 정보원, 벌써 사망!

 
   

위 글은 정보공개 직후 <타임스> 가 올린 기사의 제목이다. 상세 내용은 2년 전에 죽었다는 기사였다고 하니 정보공개로 무고한 희생자가 생겼다고 사람들이 오해하도록 쓴 '낚시' 제목이면서  사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신문들이 매일같이 하는 일과 비슷한 사례다.)  위키리크스의 목적이 투명한 정보공개로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것이라고 하니 그들의 존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역설을 보여준 기사라고 할수 있다.  

 

위키리크스에 대한 책이지만 기성 언론과 미국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미국이 일으킨 전쟁은 사실 '돈'으로 귀결되는 천연자원과 군사적 영향력 유지를 위한 것일뿐이고 시가지에서 민간인들이 수만명씩 죽어나가는데도 '부수적 피해'라고 미화하는 모습은 이슬람세력의 자폭테러보다도 더 위선적이고 부도덕해 보인다.  

책의 저자들도 기자라는 신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책의 후반부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자주 내비친다. 

   
  위키리크스 자료들을 우선적으로 국가적 또는 서구적 안보의 관점에서 보는 기자는 자기 자신을, 그리고 그와 함께 언론의 자유를 잠재운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자료가 워낙 방대하다보니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할수는 없지만 위키리스크는 기존 언론사가 권력에 굴종하여 하지 못했던 일을 대신한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이 책의 기본 시선이자 결론이다.

이쯤에서 대한민국을 생각해본다.   

지금 이땅에 존재하는 문제는 정보의 과잉공개가 아니라 과잉보호가 문제다. 또한 언론의 부풀리기, 감추기, 왜곡하기 등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어느 기자가 고백하듯 말하길 신문기사의 대부분이 광고주의 영향력 하에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여론 조작'은 공개된 비밀이라고 하겠다. (일정액을 내면 광고성 내용을 기사로 실어주는 서비스를 광고하는 회사도 있다.) 

 이 책의 부제는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다.  

그렇다. 정치권력과 재벌권력에 의해 이미 우리는 상당히 왜곡된 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민주주의는 멀어질수 밖에 없다. 그냥 18세기식의 짐승같은 자본주의만 남게될 것이다. (자살하는 노동자들이 줄을 잇는것만 보아도 이미 그 반열에 들어서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러한 일이 현실이 되기 전에 한국의 위키리크스가 나오길 희망해 보려다가..... 그만둔다. 우린 사실 그정도까지는 필요없다.  

기존 언론들이 그냥 <슈피겔>정도의 역할만 해준다 해도 제대로된 민주주의를 향한 큰 전진이 가능할 것이다.  전파력 높은 다수 언론이 이미 공개된 정보조차 각종 압력에 굴종하여 공론화 요구를 묵살하는데 위키리크스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너무 늦기 전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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