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한 영화 시나리오 작가의 유언장이 되어버린 쪽지에 쓰인 글귀다.  지난달 29일 시나리오작가 최고은씨가 본인 집에서 숨진채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제 트위터에서는 이 작가의 죽음 소식으로 떠들썩했고 문화예술계와 연관이 있는 사람들의 각별한 느낌과 반성과 성토가 넘쳐났다. 

자신의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한 청년이 집에서 지병과 굶주림으로 죽었다는 사실은 고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해도 참담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고인의 상황을 짐작해보려는 시도만으로도 걷다가 통곡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의 반응은 과연 우리 사회는 회복불가능한 병에 걸린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들만큼 어처구니 없었다. 

"알바하면 굶어죽지는 않았을텐데.."
"자구노력도 없이 너무 안일했네요.."
"노숙자 무료급식이라도 먹지.. 된장녀 아닌가요?"

더 심한 말도 많은데 차마 더 옮기지를 못하겠다. 

사람의  죽음을 희화화하는 것도 그렇고, 어려운 사람들의 현실을 모르는 것도 그렇고, 모르는건 그렇다쳐도 듣고보고도 공감하는 능력이 없는 것도 그렇고 이건 짐승의 세계 아닌가 하는 절망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한 종족들이다. 저렇게 사고능력이 망가지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어떤이는 그 죽음이 슬프고,
어떤이는 그 생존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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