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겨레21의 전자책 관련 기사가 포털에 걸려서 잠시 훝어보았다.
곧 전자책의 시대가 온다고 했던 것이 벌써 10여년 전, 그러니까 사실 '전자책이 뜬다'라고
외치면 양치기소년 삘 날수도 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
왜냐면 2010년 한 해 동안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전자책을 볼 수 있는 하드웨어의
보급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또 계속 증가할 예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나도 동감한다. 나 또한 스마트/태블릿 기기를 2010년에 새로
장만했고 도서시장의 잠재성 정도가 아니라 '아니 왜 애들 보여줄 만한 책이 이리 없어?'
이러면서 투덜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앱스토어에서 미쿡 사람들만
내 돈을 긁어가고 있는 중이고...
우리나라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브리다>가 전자책으로 5천 부가 팔렸다니
가능성은 이미 보여준셈인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끓는점에 도달하려면 정립되어야 할 부분이 좀 남아있는 듯 하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가격.
소비자가 도서가격의 구성 요소를 잘 모르는 건 당연하고, 그러니
무료/불법 프로그램에 익숙한 사람들이 물리적인 종이책이 사라진 상황에서
원가를 고려해서 전자책 가격에 관대하리라 생각하는 것은 무리.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들어 음악, 영화, 애플리케이션등 전자 상품의
유료구매 경험이 많이 늘어나면서 과거보다는 유료구매에 대한 인식이
우호적일것이라는 것이다. (이건 진짜 10년 전이라면 완전 엉망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손에 쥐는 것 하나 없이 종이책 값의 60~70%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면
거부감이 많이 생길듯 하고 이것은 전자책의 직접경험이 어느정도 누적되기 전까지는
어쩔수 없는 통과의례라고 생각된다. <브리다>는 50% 수준이라 그나마 선전하는듯.
실제로 계산해 보니 알라딘에서 <빅 피처>의 정가가 12,000원이고
신간할인 10% 적용 되어 10,800원에 구매 가능하나,
전자책은 7,000원으로 실구매 가격이 65%수준이다. 슬슬 저항감이 생기는 가격이다.
그런데 전자책은 10%의 마일리지 혜택도 없다. 그러므로 실제 부담은 종이책의 72% 수준.
와우~~
종이 책의 무게감과 질감에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비싸도 결국 종이책으로
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적인 고려사항, 중고책 시장.
조건에 따라 구매불가부터 50%까지, 중고책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별 탈없는 경우 정가의 30%정도 받을 수 있으므로 실제 책 한 권을 읽기 위해
소비자가 부담하는 금액은 오히려 전자책이 더 큰 상황도 발생한다.
한편으론 전자책만의 매력도 있기 때문에 쉬운 선택만은 아니다. 나도 휴가때 무거운 책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돌아다니는게 귀찮아서 전자책으로 가볍게 태블릿 하나 들고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을 했었기에 고민이 되는 부분도 있다.
아무래도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고민고민하면서 좀 더 진지하고 가슴에 품을 책은 종이책으로, 시류를 타는 책들과 공부를 위한 책은 전자책으로 우선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경험해보면 다른 깨달음이 생기겠지.
과연 어떤 책이 내 첫번째 전자책이 될것인지 나도 궁금해진다.
사족. 종이책 구매자에게 전자책을 파격가로 또는 그 반대로 전자책 구매자에게 종이책 구매시 혜택을 제공해 주면 어떨까? 이러다 대머리 되려나.... 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