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 말과 글을 단련하고 숫자, 언어, 미디어의 거짓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기술
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강주헌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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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 보고 집어들었다가 자세 고치고 읽은 책이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을 촘스키가 항상 다루고 있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 비판’에 대한 책으로 생각했고 익숙한 내용이겠거니하고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그런 책이 아니었다. (순전히 나의 오해때문이다.)  언어와 통계, 그리고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비과학적 사고를 이용한 속임수와 그 속임수를 간파하는 방법, 과학적 사고의 중요성, 미디어를 대하는 자세들에 대한 이야기, 다시 말해 책 뒷표지에 나온 설명처럼 미디어의 조작에 속지않고 생각의 주인으로 살기위한 '지적인 자기방어법'에 대한 책이다. 

나의 오해는 책 제목에 ‘촘스키’라는 이름이 들어간데 기인한다. 일종의 낚시 제목이라고 할까...

암튼 책 제목에 낚여 생각에 없던 공부를 하긴 했지만 내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언어의 사용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실제 이 문제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적절한 판단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이 많은데 이 책은 바로 그에 관련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온 많은 사례중에 가장 단순한 편에 속하는, 그러나 비일비재한 사례를 하나 옮겨본다. 

   
 

모순 

누구에게도 사회적 지원을 제공해서는 안된다. 시장경제가 모두에게 스스로 책임지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항공기 제조회사 봄바디어에 보조금을 제공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회사가 파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 두 문장은 함께 놓고 보면 모순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수 있다. 그러나 모두들 알다시피 최소한 한국에서는 두 가지 주장이 동일한 미디어(또는 동일한 정치집단)에서 번갈아가며 주장되어지는 논리이다. 그리고 받아들여지는 논리이기도 하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판단능력을 상실한 대중과 잘못된 미디어의 구조, 오염된 정치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주류 미디어가 대학교수나 xx경제연구소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하자'고 하면 대중이 따라가는 모양새인데 교수나 연구소직원, 기자나 신문사가 누구의 영향력 또는 사주 또는 돈을 받고 일하는지 알고나면 아마도 미디어의 영향력은 많이 줄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 외에도 여러 속임수들이 소개되는데, 마치 마술사의 비밀을 들추는 듯한 재미를 느낄수 있다.(실제로 마술사의 속임수도 소개된다)


책 제목에 '촘스키'의 이름이 들어가게 된건 아마도 촘스키가 언어학자인데다가 보수집단의 언어를 통한 진실은폐를 간파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에 대가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장 제목은 '미디어, 누구를 위한 보도인지 꼼꼼하게 따진다'이다. 광고의뢰가 중단될까봐 '삼성을 생각한다'의 책 광고를 모든 언론이 외면했던 일, 삼성비판문제때문에 시사저널이 걸레가 되고 결국 해직자들이 따로 모여 시사인이란 시사지를 만들게 된 일, 방송의 중간광고를 허용하겠다는 최근의 정부 방침등이 떠오르는 제목이다. 

이래저래 거꾸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 책만큼 절실한 내용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약간 흠을 잡자면 낚시같은 느낌이 나서 책 제목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는 사람은 알고 보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계속 모르게 될 것 같다. '정의란 무엇인가'같은 다수를 휘어잡는 내공이 있는 제목이었으면 더 좋았겠다.
  

책 말미로 가면 기억해두고 싶은 인용문이 여럿 나오는데 그 중 두 개만 옮겨본다. 지금의 우리를 말하는 듯 한 이야기다. 

민주국가이든 파시스트 독재국가이든, 의회국가이든 공산주의 독재국가이든 국민을 어떤체재로든 끌어가는 건 쉬운 일이다. 목소리를 내든 말든 국민을 지도자들처럼 생각하도록 끌어갈 수 있고, 그렇게 하기는 쉽다. 국민에게 우리가 공격받고 있고, 반전주의자들을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며, 그들이 조국을 위험에 빠뜨릴거라고 말하면 충분하다. 이런 방법은 어느나라에서나 통한다.
                                                                      - 헤르만 괴링(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20세기에는 정치적으로 크게 3가지 발전을 이루어냈다. 민주주의와 기업권력의 성장,그리고 민주주의로부터 기업의 권력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파간다의 성장이다.
                                                                      - 알렉스 케리(호주 사회심리학자)
 

 

사족 : 다른 리뷰에는 이걸 처세술 책이라고 가볍게 읽었다고 씌여있는데, 그건 진실과 거리가 멀다.  처세술을 원한다면 오히려 이런 책은 불살라버려야 될 것이다.  고약한 처세술을 비판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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