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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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기위해 책정보를 다시 살펴보면서 '스티븐 호킹'과 '레오나르드 믈라디노프'의 웹페이지 링크가 각각 있는 걸보고서야 공저자가 있음을 눈치챘다.   스티븐 호킹이라는 이름을 안 지 한 20년은 된 것 같은데 왜 '레오나르드 믈라디노프'가 호킹의 full name인줄 착각했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가는데,  아마도 스티븐 호킹의 이름만 표지에 부각시킨 탓이 큰 듯하다. 

이 책의 핵심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일 것이다. 책소개도, 저자의 주장도 이 한 마디에 방점이 찍혀있다. 당연히 논란을 일으킬만한 주장인데,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수긍이 가는 결론이다.(당연한가?) 물론 호킹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바탕이 되야만 하겠지만.

출판사는 '보통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다'라고 책소개에서 밝히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본다.  

"재규격화는 무한한 음(陰)의 값을 가진 양(量)들을 제거하는 기법인데,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론에서 발생하는 무한한 음의 값들과 무한한 양(陽)의 값들이 합산 과정에서 거의 상쇄되고, 관찰된 유한한 질량 값과 전하량 값과 같은 작은 나머지 값만 남게 만드는 면밀한 수학적 절차이다."

더하기 빼기하면 결국 자투리만 남는다는 문맥은 대강 알수있지만 이 문장이 설명하는 실체를 바로 명쾌하게 이해할수 있는 보통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내용이 드문것은 아니어서 중간중간 걸치적거렸는데 다행히 '누구나 이해할수 있는 양자론'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있었던 덕에 (전부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넘어갈 수는 있었다.(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은 오해를 일으키기 쉬운데, 기실 '양자론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해할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이해하기 쉽다'는 홍보문구가 과장됐다는 뜻은 아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고, 적절한 그래픽을 곁들이기도 하고 추상적일수도 있는 물리이론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주고 있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흥미를 유지하면서 읽을수 있다.

'신의 부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어떤 논리를 펼치는지 궁금해서 펼쳐든 책은, 독자의 무지도 한 몫했겠지만 얼핏 상관없는 듯한 내용으로 중반이후까지 진행된다. 양자론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많은데 얕은 지식으로 판단하건데 양자론으로부터 얻어진 통찰이 물리학에 상당한 기여를 했고 여차저차해서 우주가 있기 위해 지적인 존재의 개입은 필요없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 같다. 

 

물리학에 정통하지 않은 보.통.사람으로써 명쾌하게 이 책을 소개할 자신은 없지만 이 책이 주는 두가지 만족감은 말할 수 있다.  첫째로, 지적인 만족감이다. 호킹의 저서이니 두 말하면 잔소리겠지만 확실히 뭔가 속이 채워지는 느낌은 든다. 그게 허영심이든 어쨌든...  과학과 철학이 함께 하는 책이고 논쟁꺼리를 주고 있는 만큼 생각해볼 계기를 준다.

두번째 만족감은 우아한 문장을 읽을때의 만족감이다. 너무 딱딱하거나 가볍지 않으면서, 주장을 설득시키기위한 강요나 흥분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호킹의 주장에 다가가게 만드는 문장들은 (앙드레김 버전으로) '엘레강스'하다는 말을 하고싶어지게 하는 맛이 있다. 

 

팁. 책의 후미에 나오는 용어설명을 먼저 읽는다면 조금은 수월한 내용이 될듯하다. 힘들게 읽고나서 나오는 용어설명보고 아차차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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