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쉽다. 23개의 소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하기 쉽고, 내용에 있어서도 수식이나 통계그래프같은 것으로 설명하기보다는 간단하면서도 쉽게 와닿는 예를 들어보이며 설명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의 말에 귀기울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장점 하나를 더 꼽자면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표현이다.

보통 논쟁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제일 나오기 쉬운 말이'당신은 틀렸다'라는 말이다.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당신이 틀렸다'는 말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겠으나 이런 방식은 마치 북풍으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 하는 것처럼 목적을 이루기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의도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장하준 교수는 영리하게도 이런 표현을 삼가하고 '그들은 저렇게 말했지만 이런 말들은 하지 않는다'면서 우회적으로 상대방의 모순과 오류를 지적하고 결국은 그들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


책의 내용을 들여다 본다. 새롭게 읽히는 부분도 있지만 저자의 전작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큰 밑그림에 대해서는 새로운 점이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세상을 더 변화시켰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몇가지 이야기는 상식을 깨는 부분이 있어 흥미롭다. 인터넷에 대한 평가는 좀 야박하지 않나 싶기는 한데 세탁기가  결국 여성의 사회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은 동의하나 인터넷에 대한 평가에서는 나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인터넷은 정보유통과 확산의 속도를 혁신시켜 권력의 집중을 해체했고(또는 해체중이고) 이는 민주주의 발전, 나아가 역사발전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에 세탁기 못지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거창한가? 그럼 이건 어떤가? 
인터넷이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을 읽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쿠쿵!!


23가지 소주제들의 일부를 거칠게 몇가지로 요약해 보자면

첫째, 자유시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저자가 꾸준히 이야기하던 바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을뿐 아니라 환경규제나 아동노동금지로부터 시작해 사회운영을 위한 수많은 규제와 개인간/조직간 정보의 불균형때문에 경제학 원론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자유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따라서 작은정부니, 규제철폐같은 요구사항의 근거는 허구라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 정말 그들이 '말하지 않는' 사실이기도 하다.
지금 이시점에 G20의 최대 현안이 경제문제인것을 봐도 자유시장이란 허구라는것이 증명된다.
시장주의자들이 시장에 맡겨두면 될것을 굳이 협의씩이나 하고 있다는 것이 코메디 아닌가.

둘째, 계획경제가 필요하다.
여기서 계획경제란 공산국가의 그것은 아니다. 서방세계에서도 과거에 있었고 위축되기는 했지만
지금도 존재하는 활동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과거 경제개발  몇개년 계획이니 하는 것들이 있었고 
사실 그 시절이 고성장하는 시기였으니 반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의 불간섭, 공기업 사영화, 시장자유화는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일 뿐.

셋째, 분배정의와 일정정도의 공평한 결과가 필요하다.
요약한 문장만 보면 오해하기 쉬운데, 소득의 집중도가 높을수록 성장속도도 떨어지고 결국 
사회 전체에 해롭다는 점에서 분배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공평한 '결과'란 공평한 '기회'를 준다해도  의식주조차 해결 못하고 교육여건도 열악한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공평'이므로 
최소한의 여건은 만들어주자는 의미의 공평이다. 
      
사실, 먼저 파이를 키워야 나눌 것이 늘어난다는 논리는 토끼가 별주부를 속인 거짓말만큼이나
 허무맹랑한 소리다. 왜냐고?
 시장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자유시장의 핵심 전제가 '이기적인 인간'이다.
 이기적인 인간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하다보면 결국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런데 그 이기적인 인간은 파이가 크던 작던 댓가없이 나눠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인간들이 먼저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하는 것은 사기꾼의 말장난일수밖에!


이상이 대강 정리한 내용과 내 의견인데 읽고 난 후 독자로써 가지는 고민은 두 가지이다.
알게된 사실을 현실에 있어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 하나이고,
장교수의 주장은 도덕적인 면은 고려하지 않는 차가운(?) 경제학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역사는 발전하지만 한 번에 다 이룰수 없으니 조바심을 덜고 좀 더 장기적으로 봐야겠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은 존재이기도 하지만 도덕에 따라 움직이기도 하는 존재이므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나왔던 많은 갈등속의 선택처럼 도덕과 정의를 고려한 경제학은 어떤것인지에 대해 다룬 장교수의 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