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이 학교에서 금지되었다는 것을 민주주의가 진일보한 증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나보다. 그건 성급한 생각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체벌이란 교사가 자신의 주장을 학생에게 요구하는 여러가지 방법중 하나일 뿐이고, 따라서 남을 설득(?)하는 방법 중에서 한 가지를 금지 했을 뿐 이를 민주주의 발전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
물론 민주주의의 또다른 이름은 '토론의 광장'이라고 할수 있을만큼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중요하고 그것을 막던 '체벌'을 제한한 것은 분명 기뻐할 일이지만 '체벌'이 없어졌다고 토론으로 대체되는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의견개진을 통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의미도 아니므로 그렇다는 것이다.
오히려 '체벌 금지'는 인간존중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제고한다는데 그 주된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폭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 폭력으로 해결해서는 안되는 일, 폭력을 통하지 않았을때 닥칠수 있는 일, 폭력을 통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겪게하여 스스로 깨치게 하고 사회에 나가 실천하게 하는 것, 바로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폭력이 문제해결수단중의 하나라는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는게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급작스러운 시행에 학교에서는 여러 혼란이 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혼란이자 살살(?)했다면 줄일수도 있던 혼란이라 불만이 많은가 보다. 간략한 기사만 보아도 내가 다 울화가 불끈불끈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체벌을 유지했을 경우 또는 체벌금지시행을 살살 진행했을 경우에 계속되었을 눈에 보이지 않는 부조리와 혼란은 어찌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겉으로는 질서가 유지되고 폭력에서 비폭력으로의 부드러운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원칙과 배타적인 현실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혼란은 어찌할 것인지, 그 가운데서 지연될 미래는 어찌할 것인지 말이다.
명분에서는 체벌금지가 앞선다. 하지만 교육현장의 문제점도 그냥 무시할 정도는 아닌것도 맞다. 그렇다면 성과와 부작용을 저울질 해봐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체벌금지의 교육적 효과는 말그대로 백년지대계의 하나이니 말그대로 백년은 아니더라도 십년이상 수십년을 내다봐야 답이 나오는(그나마 측정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다.
그렇다면 교육감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했을까...
갑자기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도 취임직후 개혁에 대한 요구를 많이 받았고 그럴 마음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근본적인 개혁에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다. 직접 공개대화까지 했던 검찰은 더 똥통집단이 되었고 국가보안법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한 무능한 정권 취급을 받고 있다. 역시 점진적으로 하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었다. 잘해봐야 개선일 뿐이지.
개혁은 많은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부른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개혁의 성공가능성은 줄어든다. 시간을 줄일수록 부작용은 커진다. 과연 어느것을 선택할 것인가.
시간을 되돌릴수는 없는 일이니 또다른 미래는 짐작만할뿐이고 신이 아닌이상 지금의 선택이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가져왔을 선택이라고 보장할수는 없을 것이나 분명 가치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싸가지는 모태에 남겨두고 태어난 고삐리들 몇몇 때문에 속 깨나 썩여봤던 사람으로써 그걸 무더기로 하루종일 겪어야 할 많은 선생님들께는 경외와 존경을 보낸다. 현장에서는 고통스럽겠지만 지혜를 발휘해 주시기를....
지금 막 내 트윗 타임라인에 올라온 한마디
"2007년에서 10년 사이 전국에서 적발된 성범죄 교사는 총 64명. 그러나 이 중 23명만이 해임이나 파면 등의 징계를 받았다. 나머지는 지금도 애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지정당에 돈 만원 보탠 사람들이 이들보다 더 위험한가?"
모든 일은 연결되어있다는 생각이다. 나의 편견인지 몰라도 성범죄(폭력)교사가 체벌도 더 자주했으리라는 생각이든다. (흠... 체벌을 금지하면 그 폭력성이 성범죄로 쏠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