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여행하는 노동자를 위한 안내서

그들의 경제, 우리들의 경제학 - 마르크스 『자본』의 재구성
강신준 지음 / 길(도서출판) / 2010년 3월

이 책의 표지 이야기 부터 하고 싶다. 이 책의 표지가 참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시대를 타지 않는 듯한, 대학서점에 있는 대학교재들중에 보았음직한 그런 표지가 인상에 남는다.   아무리 마르크스의 『자본』을 이야기하는 책이라지만 이 책 표지는 너무 클래식한듯하다. 가뜩이나 '마르크스 『자본』의 재구성 '이라는 부제가 부담스러운 판에 읽기 전부터 '각오해라'라고 말하는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런 해설서가 나와야 할만큼 『자본』은 어려운 책이(라고하)지만 '좀 더 쉽게 이해할수 있는 지름길'을 안내하기 위해 썼다는 저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탓인지 꼭대기는 높지만 계단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는 느낌으로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이 알려주는 경제학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그런 경제학들하고는 판이하게 다르다. 제목에서 처럼 요새 서점의 경제경영코너, 아니 대학의 경제경영학부에서 가르치는 경제학까지 포함해서 모두 '그들의 경제(학)'이 되고 『자본』에서 말하는 그것이 '우리들의 경제학'이 된다.  

그 둘은 무엇이 다른가? '그들의 경제학'은 비과학적이고 표피적이며 모순을 안고 있는 경제학이다. 반면 '우리들의 경제학'은 과학적이며 필연적인 경제학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사실 서점에 깔려있는 무수한 경제학 책들은 '표피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한마디로 그런 모든 경제관련 책들은 '부자가 되는 책'이라고 통칭할 수 있는데 벌써 거기서 그들의 경제학의 표피성과 모순, 비과학성이 드러난다. 한마디로 부자되는 복권번호 안내 책이라는 거다.(극소수만이 잠시 돈을 딸 수 있고, 그나마 결국 탈탈 털리고 만다) 

반면 『자본』은 왜 경제학이 생겨야만 했는지부터 설명한다. 그리고 차차 부(가치)라는 것이 어떻게 발생하고 유통되고 축적되는지, 우리들의 부는 어디로 가고, 그들의 부는 어디서 오는것인지, 그리고 어디로 흘러가게 될 것인지 그 구조와 미래를 차근차근 해부하고 설명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발생한 수십차례의 공황과 한 차례의 대공황을 배웠고 경험을 통해 98년의 IMF위기와 2008년의 전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배웠다. 알면서도 반복되는 이러한 공황상태가 자본주의의 모순을 증명하고 있으며 『자본』의 과학적인 예측에 의하면 자본주의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결국 자본의 사회화가 이루어질수 밖에 없다고 한다. 산업혁명기의 개인적인 자본주의가 점차 사회화되어 노동조합의 인정, 최저임금제, 공영의료보험도입, 의무무상교육실시 등 역사는 자본의 사회화로 점차 이행해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르크스하면 공산주의, 공산주의 하면 소련, 소련하면 몰락이라는 연상작용이 작동하지만 이미 드러났듯 소련이 사회주의를 실천했기때문에 망한것은 아니다. 이 책만 보고 말한다면 차라리 북유럽국가들이 더 충실한 마르크스의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에 대한 해설서라고는 하지만 직접 그 난해하다는 『자본』을 읽을 일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만으로도 충분히 완결적인 가치가 있는 교양서라고 생각한다.  아직『자본』에 직접 도전할 엄두는 나지 않지만 이 책을 통해서 위대한 사상가가 100여년전에 이야기하고자 했던, 그리고 여전히 유효한 '우리들의 경제학'에 이만큼이라도 눈뜨게 된 것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