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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종말시계 - '포브스' 수석기자가 전격 공개하는 21세기 충격 리포트
크리스토퍼 스타이너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0년 2월
평점 :
초등학생시절 석유가 30년 정도면 고갈된다는 내용의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 그 고갈시점이 다되어가는 지금도 언제 진짜 고갈될지 오락가락하고 있긴하지만
계속 그 가격이 높아진다는 것과 어릴때보다는 그 종말에 가까워졌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 책은 종말로 가는 우리 세상(정확히는 미국)을 그린 로드 무비다.
읽기 전에는 조금 딱딱한 분석과 차가운 결말을 의사처럼 무미건조하게 나열하는 그런 책을 예상했지만 마치 영화를 보듯 스크루지 영감처럼 미래의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변화된 일상을 동영상처럼 보여준다.
생각보다 미래는 그리 암울하지 않더라. 대체에너지도 있고 석유 부산물의 대용품도 다 있다.
다만 그 비용은 비싸고 넉넉하지 않아서 우리는 겨울날 옹기종기 모여 웅크리고 있는 강아지들처럼 체온을 아끼며 모여산다. 놀랍게도 그 효과적인 실천과정에 있는 도시의 대표적인 예로 한국의 인천 송도신도시를 들고 있다. 에너지효율성을 극대화한 고층빌딩들과 밀집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줄 - 뉴욕의 센트럴파크같은 - 대형 중앙공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요약하자면 고가의 석유 때문에 자동차 운행 감소로 환경개선, 비행기 운항과 해운이 급감하고 이에 따라 해외무역으로 조달하던 식량과 물자들은 지역생산물이나 지역생산 식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대체된다는 것. 철도가 제1의 운송수단이 되고 원자력이 필수불가결한 에너지원이 된다는 내용이다. 하나 덧붙인다면 미국의 특성인 교외의 넓은 집은 사라질것이라는 예상정도.
하지만 난 이 저자의 예상이 얼마나 심도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의심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영 아니올씨다..다. 왜냐하면 이 책은 철저히 미국을 세계와 격리시켜 놓고 미국내부의 현상만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그리는 미래가 그러저럭 살만하다면 그건 미국이 살만하다는 것이지 나머지 세계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미국중심주의를 무조건 비난할 이유는 없다. 그 사람맘이지. 암튼 그만큼 심도는 얕다. 한국에 팔 생각을 했다면 책 제목에 '미국의'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면 공정했을듯)
한 예로 국제무역감소로 해외로 이전된 공장과 일자리들이 미국으로 돌아와서 미국의 경제가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을때 중국이나 한국 또는 일본은 어떻게 될까?
송도신도시의 고층빌딩에 수십만이 옹기종기 모여 그 허허벌판에서 뭐하고 살까? 꼬막이라도 캐나?
온통 없어지는 직업, 없어지는 일자리, 없어지는 공장 이야기인데 정작 없어지는 수입, 없어지는 세금, 없어지는 식량은 이 책에서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그냥 흥청망청했던 시절은 지나갔다는 정도로만 표현된다. "아, 아빠가 젊었을때는 말야 비행기로 해외여행 자주다녔는데 말이다, 너는 기차로 전국일주 밖에 못하겠구나"
요로코롬 말이다. 그 외 대부분의 문제는 신기술로 해결 끄~ㅌ!
분석도 별로 진지하지 않아보이는데 그 범위도 미국내부 문제로 한정된다. 에너지 과소비라는 면에서 한국은 미국을 닮았지만 우리는 그들 처럼 더이상 옹기종기 모일 공간이 없다. 이미 수도권은 미어터지고 있기에. (추천사를 쓴 SBS PD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한건지....)
배울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대체 에너지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들, 그 발명품들을 알게되었으니까. 하지만 저자의 말을 신뢰하자면, 원자력발전소 한 방이면 끝날텐데 그런게 필요하긴 한건지 싶다. 피~
수력원자력공사에서 직원에게 쭈욱 돌리면 딱 좋을 그런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