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관련한 주장에 태클을 거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얼마나 난해하게 썼던지 대목대목 오해하는 분의 글 때문에 해명글이 더 길뻔한 글이었는데 암튼 그 글로 인해 참 의사소통이 어렵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의기소침하여 모든 걸 잊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간만에 불매관련하여 '바람구두'님의 글이 올라왔다. 명불허전, 뭐라고할 수 없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 주장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글이었는데 중간에 '혹시 나같은 사람을 말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있어서 좀 움찔했다. 글의 전체 요지와는 상관없는 부분이라 말꼬리 잡는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 댓글을 달려다 말고 혼자 음미하면서 '그냥 웃자..' 이렇게 자위하며 나만의 블로그에만 글을 남긴다. 

내가 움찔했던 부분은 다음이다. 

"같은 소비자가 같은 소비자에게 친기업적인(비즈니스 프렌들리?) 입장에서 정작 당사자인 알라딘은 나서지 않는 문제까지 친절하게 넘겨 짚어가며 말하고 나선다는 것은  많은 사회학자들이 그간 지적해온 IMF외환위기 이후 ‘기업 논리의 내면화’가 구체적인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  

처음엔 움찔했지만 다시 보고 실소를 했던 내용이다. 

아, 이래서 탁상공론이니, 책상머리 지식이니 하는 말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니 연구대상이 될 수 밖에..  이건 뭐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자본주의에 지나치게 경도된 기형적인 정치경제 체제를 그나마 덜하게 정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친북좌파'로 모는 것과 같은 언어폭력아닌가! 

경영학전공에 마케팅 서적쯤은 깨나 읽었다.(보통은 된다는 말씀이다) 나도 기업들이 이미지 광고하는 것만 봐도 역겨워하는 사람이다. SK광고를 보자. 사람을 향한다고? 뭐가 앞에 빠졌네. '돈 많은'이라고 말야.  '돈 많은 사람을 향합니다.'   삼성 '또 하나의 가족' 흠.. 편법증여로 남의 돈이나 등쳐먹는 주제에 가족이라니.. 우린 콩가루 집안이군.  현대도 마찬가지. 너 나 우리.. 한가족같다는 말 같은데 아들한테 일감 몰아주고 결국 다른 주주의 재산을 도둑질해서 상속하는 주제에.. 사람이 중요하다고 떠들던 두산 오너 일가는 형제끼리 싸우다 한 명은 자살로 인생 마감했다지. 사랑해요 엘지. 난 또.. 고객을 사랑한다는 말인줄 알았지 누가 엘지를 사랑한다는 소린지 상상이나 했나..  뭐 TV광고만 소재로 씹어도 최소한 이정도다.  

사실 위에 언급된 그룹의 계열사중 하나가 내가 다니는 직장이다. 그러니 원칙대로 하자면 때려치고 나와야 하는거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는 회사는 뉴스나 통계로 느끼는 회사와는 느낌이 다르다. 왜냐하면 내가 만나는 회사의 실체는 회장님도 아니고 조직도 아니고 책상이나 의자도 아니고 바로 동료,선배,후배직원이기 때문이다. 괴물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더라.

내 개인적으로는 피냄새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싸움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는 비겁해보이기도 하고 기회주의적일수도 있지만 좋게 이야기하면 눈물이 많고 정이 많은 편이다. 오해 마시라. 선거때 돈봉투먹고 그 인간이나 정당을 찍는건 정이 많은게 아니라 머리가 빈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나도 내 회사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강도가 약해질수도 있겠지만 기업의 부정부패와 우리나라 대기업의 폐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며 시민으로 할수 있는 최소한의 것(투표나 여론조사나 서명운동)은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행동한다. 옛날의 미국 AT&T처럼 우리회사를 분할하고 작은 회사로 쪼개서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 조치를 정부가 취한다면 내가 손해보더라도 나는 지지할 것이다. 생계때문에 직장을 다니고 현 체제를 돈독히 하는 하나의 부속품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왜 사는지'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난 공무원이 부럽다. 자의든 타의든 열심히 하면 사주를 배불리는게 아니라 다른 시민을 돕는 결과가 되니 말이다.)

내가 알라딘에 우호(? 나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건 기업 논리의 내면화와는 관계없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다툼에 익숙하지 않다. 상대방의 정황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원칙만을 내세우며 몰아부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거나 부당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기업들이 문제가 생겼을때 직원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규정대로 했냐고... 시간도 안주고 빨리하라고 했으면서..)  그리고 그게 친기업적이 되었건 아니건 나름의 현실적 한계 속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을 했는지만을 생각한다.  일개 기업에 정같은 걸 주지는 않지만 무조건 강자라거나 악의 편으로 규정한 기반에서 판단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어디든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나처럼 여겨지고 그래서 사람이 '고통'스럽다고 말한다면 고통스럽게 생각한다.  

 

알라딘이 여러가지로 책읽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으며 (계획적이든 아니든)그런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진보적'으로 평가받았던 것으로 안다. 웃기는 일이다. 기업은 생물이 아니라 사람이 조종하는 조직일 뿐이다.  알라딘이 다른 서점이 공병호의 헛소리하는 책이나 메인에 올릴때 88만원세대를 메인에 계속 올리는 한 나는 계속 알라딘을 이용할 것이다. 다른 서점은 정말 생각이 없어도 역겨울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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