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받지를 못했다. 계속 전화를 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를 보내도 묵묵부답이어서 무슨 일이 있는지 계속 불안했다.
집에 가고 있는데, 두 시간 만에 전화를 했다. 운전 중이라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 가서 하자고 했다.
집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제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다. 방과후 학교에 안 간 것은 교재도 안가지고 간데다 청소당번이라 집에 올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사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자기 잘못이다.
그래서 영어 공부하라고 하면서 오늘 할 분량을 세번씩 쓰라고 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오늘 학교에서 너무 많이 혼나서 기분이 안좋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미술시간 시작 종이 치기 전에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자리에 앉으라고 하길래, 저 딴에는 아직 시작종이 안쳤으니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손가락 튕기면서 장단 맞추고 있었더니 선생님이 머리를 때리고 나서 "아 참 머리 때리면 안되지." 하면서 다시 어깨를 탁 치시더란다. 굉장히 기분이 나빴다며, 게다가 시간 중에 자기 스케치북을 말도 안하고 가지고 가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수업 내용에 대해 설명을 했던 모양이다.
아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가 선생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한 것은 알겠더라. 나 같아도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아이가 어떤 느낌을 가질지 생각은 하면서 그런 행위를 했을지는 걱정이 되었다. 아마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선생님들이 알고 있을까? 아마 많은 경우에 규율이라는 것에 집착을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큰 틀에서는 선생님들도 다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별 상황에서 자신들의 반응과 행동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들 아이는 어제 그 선생님말고도 도덕 선생님, 체육선생님, 지나가던 선생님한테 모두 야단을 맞았던 것 같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아이가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사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아이를 잘 모르는 선생님들은 쉽게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선생님이니까, 그리고 어른이니까 좀 더 아이들한테 조금 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들은 모두 학교 다닐 때 모범생이었기 때문에 불량기가 있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나도 아들 아이가 아니었다면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 아이가 나를 인간으로 성장하게 하는데 아주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아이한테는 선생님도 아직 성장하고 있는 중이니까, 네가 기분나쁘다고 그대로 반응하면 안된다고 타일러놓기는 했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모범생 생각에 젖어 있던 전이었더라면 아이한테 "네가 잘못했구나...." 하면서 한참 훈계를 했을테지만, 그래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내가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가 무슨 일을 해도 내가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가 잘못하면 그 행위에 대해서 단죄할 사람은 나말고도 엄청나게 많을텐데, 그리고 적어도 내가 믿기에는 본인이 그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테니까 엄마인 나만이라도 아이가 쉴 수 있는 품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요즘 내 생각이다. 잘못을 안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아들 아이를 통해서 내가 갖고 있는 자만심의 근원이 무엇인지도 보게 되고, 깨지기도 한다. 그리고 힘들지만 그래도 고맙다. 덕분에 성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