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도 [The 3rd eye]의 소개글을 보고 읽게 되었다.
노라라는 5학년 여자아이가 주인공이고 역시 일인칭 서술이다. 엄청난 천재이지만, 5학년이 될 때까지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하며 살아왔다. 이 이야기는 시험 성적으로 아이들이 스스로와 주위 어른들이 평가하는 제도를 바꾸어보려는 의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도 역시 시험 성적이라는 것에서 아이들과 부모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강도가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시험을 통한 평가 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이고 세상 어디나 그에 대한 생각은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노라가 천재여서 앞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하겠다고 예상은 하지만 모든 걸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고, 노라도 그것을 깨닫는 과정이 이 이야기의 과정인 것 같다.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등장인물 중 하나인 번 선생님이 사서교사인데, 노라에게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과 참으로 훌륭한 교사이면서 사서라는 점이다. 아주 긍정적인 사서교사의 모습이었다. 이것은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인물일까? 그래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더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라는 자신이 보통 아이가 아니라는 번 선생님의 질문에 진실을 말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하는 생각이 '나는 번 선생님을 1학년 입학 때부터 수업이 있는 날이면 거의 매일 보아왔다. 칠백일이 넘는 날이다. 내가 번 선생님과 같은 방에서 보낸 시간은 엄마와 아빠랑 보낸 시간보다 더 많았다. 선생님에 대한 확고한 의견을 가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리고 내 판단에 따르면 번 선생님은 학교에서 가장 좋은 사람 중 한 분이다. 한 번도 화를 내는 것을 못 보았고, 언제나 공정하고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법한 얘기다. 속좁은 사람이 사서가 되겠다고 생각할 리는 없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교육제도를 알았다고는 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는 있다. 학교의 상담교사인 트린들러 박사도 보통 어른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네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겠니?' 노라가 바라는 것은 평범한 아이가 되는 것이다. 내가 노라의 엄마라면 노라가 바라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줄 것이다. 노라 스스로가 때가 되면 자신의 잠재력을 펼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될 것이고, 설령 느끼지 못해서 그냥 평범하게 산다고 해도 행복하다면 엄마로서 기쁠 것 같다.
번역서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야기 말미쯤에 노라가 번 선생님한테 '어느 대학 문헌정보학 프로그램이 좋은가요?'라는 질문을 하는데, 문헌정보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번역자나 편집자가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출판사에 관계자가 있으리라고 짐작한다.
불만 하나, 책의 판형과 글자가 너무 크다. 오학년 이상의 아이들부터 읽기를 권장하는 것이라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삽화는 이야기의 내용을 잘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굳이 포함되지 않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요즘 아이들이 책읽기를 부담스러워 해서 이런 식의 편집을 하게 된 것인가?
어린이 책이기는 하지만 교사와 부모들이 꼭 읽어보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어린이책은 교사와 부모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