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말한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거짓말하는 능력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에 그 능력이 살아남았다는 점에 수긍이 간다. 게다가 우리는 늘 믿을 자세가 되어 있다. 대부분의 일상 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에 '진실편향'의 성향도 살아남았다. 사실 두 가지 성향 모두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 인류 유전자에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거짓말 하는 일은 거짓말하는 사람에게도 정서적으로 상처를 남긴다는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악의적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속이는 쾌감을 얻기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섬뜩하다. 일종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란다. 정말 사기는 아무나 치는 것이 아니기는 하다. 이런 사람들은 사기당한 피해자에게 전혀 동정을 느끼지 않는단다.  대부분 사기 사건에 피해자의 경우에도 사기꾼의 말을 믿을 마음 자세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합작이 사기라고도 했다. 아마 상대의 말을 맹목적으로 믿지 않고 사실을 점검하기만 해도 사기에 넘어가지는 않을테지만 마음이 믿기로 한 상황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191-92쪽 <우울증을 연구하는 학자들 말에 의하면 의학적으로 우울증 처방을 받은 사람 중에는 자기 자신을 놀라울 만큼 냉철하고 정확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우울증적 현실주의 경향'이라고 한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주변 상황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 자신이 긍정적 결과에 미친 영향, 그리고 자신의 장단점을 명확히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어떤 면에서 우울증 환자들은 세상을 비이성적으로 비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예사롭지 않게 냉철한 시각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울하면 세상을 명확한 시각으로 보게 되는 건지, 명확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니까 우울해지는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우울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달리 자기기만에서 위로를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361-62쪽 <우리 사회는 거짓말을 필요로 한다. 우리 사회에서 거짓말이 쉬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백 퍼센트 정직한 사회는 불가능한 꿈이다. (그리고 아무도 원치 않는 꿈이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 각자의 실천 의지로 좀 더 정직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각자가 실천해야 할 아주 간단한 것, 그건 바로 거짓말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진실은 불편하다. 사람을 민망하게 만들고 심지어 상처를 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진실을 말하는 데서 오는 짜릿함도 반드시 존재한다. 상대의 진심을 듣는 짜릿함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나아가 진실은 실질적인 혜택도 준다. 사람들이 자기 편리에 의해서(또는 사악한 목적을 위해서) 지어낸 말이 아니라, 명명백백한 사실에 근거해 서로의 의견과 행동을 판단할 수 있다면 그만한 혜택이 어디 있는가. 

정직이 만병통치약을 아닐지라도 최선의 정책인 것은 여전한 사실이다.>   

법의 눈으로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의 최근작인 [확신의 함정]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 보았다. 어떤 문체인지 확인한 후에 새 책을 보아야 할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싶었다. 어떤 내용일지 추측은 하지만 새 책도 재미있을 듯 하다. [디케의 눈]에 사례로 든 예들이 1장의 세 개 정도 사례를 제외하고는 미국 이야기여서 약간 아쉬웠다. 제일 인상깊었던 사례는 트럭에 치여서 죽은 소년 이야기였다. 청소년에게 읽혔을 때 어떤 감상을 이야기할 지 궁금하다.  

 이 책은 [자기 사랑의 심리학]으로 제목이 변경되어 나왔더라. 게다가 개정판으로는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다시 읽으면서 왜 거의 전에 읽었던 사실이 기억이 나지 않을까? '면박꾼'이라는 단어만 기억에 남아있었다. 저자가 말한대로 이 책은 한번 읽고 휙 던져버릴 책은 아니고 가지고 있으면서 열심히 읽고 저자가 시키는대로 연습을 해야 할 책이다.  

내가 열등감과 자기 불신에 시달린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는데 읽다보니 그런 부분이 있네하는 깨달음이 들었다. 게다가 부모로서 아이 내면에 면박꾼을 만들어준 것은 아닌가하는 반성을 더 깊이 하게 되었다. 많은 잘못을 저지르면서 살지만 그래도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자세는 스스로에게 칭찬하고 싶은 점이다.  

 

다윈의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대하여]와 인류학자인 폴 에크만의 '얼굴 움직임 부호화 시스템'에 바탕을 두고 사람에게 나타나는 긍정적 감정을 연구하였다. 여러가지 관점에서 긍정적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고 우리 유전자 안에 들어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실 진화심리학, 뇌과학, 진화생물학 관련 분야의 교양서를 여러 권 읽었다면 대부분의 내용이 새롭지는 않을 것이다. 내 경우에도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얼굴 움직임 부호화 시스템'이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 분야의 연구도 엄청나게 노력을 필요로 할 것 같다.  

제일 낯선 것은 공자의 인 사상을 자기 연구의 전제로 한 점이었다. 사실 이 설명은 잘 이해가 안 되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을 '우리는 선한 존재로 태어났다'는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물론 나도 그렇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과연 모든 사람이 선한가? 잘 모르겠다.  

주말 동안 읽은 책이 묘하게도 믿음이라는 주제로 연결되는 듯 해서 신기하다. 아니면 내가 특별하게 그런 식으로 책들을 해석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지금 현재 내 상황에서 믿음이라는 주제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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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내가 맡고 있는 역할 중에서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엄마 노릇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당연히 부모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느끼고 있다.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엄마 나이는 아이 나이와 같이 큰다는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어쩌면 아이보다 엄마가 더 늦게 자라는지도 모르겠다. 학습 능력이 나이가 들면서 더뎌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에 비하면 어른인 나는 더 늦게 익히게 된다. 엄마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는 아이가 자기 의사를 강력하게 주장하게 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갓난아기여서 모든 것을 전적으로 엄마에게 의존하는 때의 아이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표현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아이와 엄마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엄마로서 아이한테 좋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데 아이가 그 좋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면 마음이 상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책임은 당연히 어른인 엄마에게 있다. 옳고 그름을 따져서 아이에게 가르쳐 주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그 마음 상함이 엄마인 나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아주 열심히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게다가 엄마가 되면서 우리는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정말 누구를 위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한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완벽한 엄마 노릇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엄마는 미친 짓이다(주디스 워너 지음. 임경현 옮김. 프리즘하우스)]이다.  

이 책은 미국 엄마들이 미약한 사회보장제도와 함께 사람들 사이에 일반화되어 있는 '엄마'라는 환상 때문에 받는 억압과 심적 고통의 원인을 역사, 언론, 페미니즘, 문화 자료의 분석을 통해 제시한다. 또한 그에 대응하는 여성들의 미온적 태도와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미국 현실을 비판하였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하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인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열악할 수도 있다. 분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불만일 수 있는 독자도 있을 수 있지만 문제라는 것을 의식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아주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 의식을 느끼고 완벽한 엄마가 되는 환상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를 고민하는 경우에는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슈테파니 슈나이더 지음. 이승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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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노릇이 버겁기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가 하는 행동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되면서 내가 왜 그런 반응을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와 나는 모자 사이지만 세상에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서로 다른 인격이기 때문에 원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같지 않다는 아주 평범한 사실을 머리가 아닌 마음이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도 아이 마음을 이해하기 전에 내가 내 욕구와 느낌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진짜 내가 아니었다. 분석심리학자인 융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자기가 가면을 쓴 채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기가 연기하고 있는 사람이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는데, 나도 그동안 내가 어떤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거다.

내가 내 삶을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때에 도움이 되었던 책이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에코의서재)󰡕였다. 이 책은 융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어두운 존재인 그림자를 탐구하였다. 저자는 융이 말하는 그림자란 무엇이고 개인이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여 온전한 삶을 이룰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융은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했다는데, 책에서 설명하는 온전함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어야 온전함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은 그림자를 한사코 내 안에서 몰아내려 애쓰던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혹시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를 읽고 생활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찾게 되면 같은 저자의 󰡔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로버트 존슨, 제리 룰 지음, 이종도 옮김. Y브릭로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융 심리학 이론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는 󰡔생의 절반에서 융을 만나다: 소설로 읽는 융 심리학(대릴 샤프 지음, 류가미 옮김. 북북서), <구판 제목은 󰡔융, 중년을 말하다: 중년,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추천한다. 공공도서관에서 대출할 때 같은 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행동의 원인에 대해 잘 모르는 이유는 그런 감정이나 행동이 적응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자기에 대해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내면을 살피는 자기성찰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살피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나는 내가 낯설다: 내가 모르는 나, 99%를 찾는 심리 여행(티모시 윌슨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인데, 이 책의 저자는 <적응 무의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은 억압의 결과라고 하는 것과 달리 효율성 때문에 자각의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입장에서 적응 무의식이라고 하는 것 같다. 책의 결론에서 저자는 ‘자신에 대한 의식적인 인식과 비의식적 동인들이 일치를 보이는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훨씬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서 생각을 많이 하기 보다는 자신에 대해 조금 덜 생각하고 그 대신에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였다. 결국 변화를 원한다면 행동을 수정하는 것이고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대로 ‘실천하고, 실천하고, 또 실천하는 것’외에는 더 좋은 방법이 없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자기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정신을 알아보는 친구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돌아보는 소설을 소개하고 싶다. 󰡔고슴도치의 우아함(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아르테)󰡕이라는 프랑스 작가의 소설이다.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다른 사람을 어떤 편견을 가지고 보고 있는지를 알게 해 주었던 이야기였다. 또한 내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정신을 갈고 닦아야 하리라는 결심을 다시 한 번 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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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도서관 문 앞의 야만인들
애드 디 앤절로 지음, 차미경.송경진 옮김 / 일월서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공공도서관이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데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강력한 문제 제기이다.  

저자는 공공도서관이란 민주주의를 위해 합리적 이성을 가진 시민들이 함께 모여 숙고하고 토론하는 열린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주장한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봉건사회에서 시민사회로 민주주의 사회로 변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철학 사상과 사회 이론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시대적 변화 과정 속에서 처음의 의도와는 얼마나 멀어졌나를 보여준다. 즉 근대적 의미의 공공도서관이 대두하게 된 배경은 합리적 이성을 가진 대중의 공론장이고 잘 정비된 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문화의 문지기라고 할 수 있었던 공공도서관과 사서의 역할이 현재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되었는지를 차근차근하게 증명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이러한 위험에 처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시민이 소비자가 되었고, 민주주의가 자본주의로 대체되어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고 보고 있다.  

이 책은 공공도서관을 야만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생각해 보라고 호소한다. 소비를 찬양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 비추어볼 때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뿐만 아니라 공공도서관 이용자인 모든 시민이 같이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바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도 있고 일부분만 동의할 수도 있지만 진지하게 공공도서관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는 문제제기를 했다는 점에서는 아주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책의 장정과 참고문헌과 색인 등 전체 편집이 책 내용이 지향하는 무게감을 잘 살려주었다는 점에서 편집자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번역서에 꼼꼼하게 달린 역자 주는 익숙하지 않은 철학사조나 인물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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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딸, 아내, 엄마, 며느리, 직장 상사, 선생, 학생, 제자, 친구, 선배, 후배, 동료, 이웃 등 정말 많다. 이 중에서 싫다고 안 할 수 없는 역할도 있고,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역할도 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역할이 엄마라는 역할인 것 같다. 엄마라는 역할은 혈연으로 맺어지기는 했지만 어떤 면에서는 적극적인 선택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내 경우에 딸로는 태어난 것이라 스스로 부모를 선택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엄마로서 나는 아이를 낳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 입장에서 부모를 고르지 못한 것은 나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가에 대한 많은 책임이 어른인 내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내가 어떤 엄마인지, 또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고 생각해 보는 기회가 많아졌다. 특히 아이의 의지와 엄마인 내 의지가 서로 부딪치게 될 때가 가장 심각하게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기존에 내가 지니고 있는 생각이 편견인지 아닌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이렇게 생각이 크게 다른 이유가 엄마인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인가로 모아질 때 크게 상심하게 되었다. 엄마 역할의 성공이 아이의 행동에 좌우된다는 믿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때 도움이 되었던 책이 [엄마는 미친 짓이다(주디스 워너 지음. 임경현 옮김. 프리즘하우스)]였다. 이 책은 미국 엄마들이 미약한 사회보장제도와 함께 사람들 사이에 일반화되어 있는 '엄마'라는 환상 때문에 받는 억압과 심적 고통의 원인을 역사, 언론, 페미니즘, 문화 자료의 분석을 통해 제시하였다. 또한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는 여성들의 미온적 태도와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미국 현실이라지만 우리나라의 실정에도 너무나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경험한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분위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적용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로서 삶이 너무 힘겹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전적으로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완벽한 엄마가 환상이고 완벽한 엄마를 지향하는 일이 엄마인 나 자신과 아이 둘 다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연습하고 싶다면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슈테파니 슈나이더 지음. 이승은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를 읽기를 권한다.

저자는 내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 먼저 자기 자신이 행복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즉 남편과 아이에게 무조건 헌신적이기보다는 자신을 먼저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스스로가 감정적으로 피폐하다면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일 자체가 고역이 될 것이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은 누구도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은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 남편과 아이들을 대하는 노하우, 아무리 해도 티 안 나고 끝도 없는 집안일을 하는 지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에 대한 충고, 진정한 나의 가치를 깨닫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 45가지를 짧은 장으로 나누어서 짧은 시간에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간결하게 기술한 책의 장점으로 특정 상황에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 손 닿는 곳에 두고 수시로 읽어본다면 더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머리로 이해하는 것은 쉽지만 몸이 이해해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연습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늘 연습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책에서 조언하는 대로 따라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질책하기보다는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한 일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은 엄마이면서 한 사람의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행복할 것이다. 헌신과 희생이 가치 있는 것은 그 자체로서 내게 의미가 있기 때문이지 대가를 바란다면 진짜 헌신과 희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모 역할을 돌아보게 하는 책들

[엄마가 부처다: 아이와 자신을 평온하게 돌보는 법] 새러 납달리 지음. 노혜숙 옮김. 아침이슬

[나쁜 엄마: 하버드 나온 변호사 엄마의 거침없는 육아 고백] 에일렛 월드먼 지음. 김진아 옮김. 프리뷰

[부모가 된다는 것: 아이 교육을 위한 부모의 작은 철학] 볼프강 펠처 지음. 도현정 옮김. 지향 (내 아이를 위한 부모의 작은 철학(2009년 개정판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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