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면서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내가 맡고 있는 역할 중에서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이 엄마 노릇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결혼을 하게 되면 당연히 부모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를 느끼고 있다. 많은 엄마들이 자신의 엄마 나이는 아이 나이와 같이 큰다는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어쩌면 아이보다 엄마가 더 늦게 자라는지도 모르겠다. 학습 능력이 나이가 들면서 더뎌지기 때문에 아이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에 비하면 어른인 나는 더 늦게 익히게 된다. 엄마로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는 아이가 자기 의사를 강력하게 주장하게 되면서부터인 것 같다. 갓난아기여서 모든 것을 전적으로 엄마에게 의존하는 때의 아이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럽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표현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아이와 엄마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엄마로서 아이한테 좋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데 아이가 그 좋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하면 마음이 상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책임은 당연히 어른인 엄마에게 있다. 옳고 그름을 따져서 아이에게 가르쳐 주어야 하는 일인지 아니면 그 마음 상함이 엄마인 나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아주 열심히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게다가 엄마가 되면서 우리는 어떤 엄마가 좋은 엄마인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정말 누구를 위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한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완벽한 엄마 노릇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엄마는 미친 짓이다(주디스 워너 지음. 임경현 옮김. 프리즘하우스)]이다.  

이 책은 미국 엄마들이 미약한 사회보장제도와 함께 사람들 사이에 일반화되어 있는 '엄마'라는 환상 때문에 받는 억압과 심적 고통의 원인을 역사, 언론, 페미니즘, 문화 자료의 분석을 통해 제시한다. 또한 그에 대응하는 여성들의 미온적 태도와 정부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미국 현실을 비판하였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하여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인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열악할 수도 있다. 분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불만일 수 있는 독자도 있을 수 있지만 문제라는 것을 의식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아주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 의식을 느끼고 완벽한 엄마가 되는 환상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를 고민하는 경우에는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슈테파니 슈나이더 지음. 이승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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