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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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맘레이첼의 서평모집>을 통해 협찬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 위험예찬
안 뒤푸르망텔 지음 | 이세진 옮김 | 사람in

처음 책을 접했을 때는 단순히 '위험'이라는 현상에 대해 다룬 가벼운 교양서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자마자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들이 흘러나와 살짝 당황했다. 이 책은 저자가 현장에서 내담자들과 상담하며 겪은 생생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뛰어난 통찰력을 더해 철학적으로 분석해 나가는 매력적인 내용이었다.

이 책은 친절한 프롤로그나 작가의 말 없이 곧바로 본문으로 진입하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읽기 전에 책날개에 적힌 저자의 이력과 책 소개를 먼저 가볍게 파악하고 읽기 시작한다면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에피소드 중에서도 첫 번째 주제인 '생의 위험을 무릅쓰기'는 마치 전체를 아우르는 서문처럼 다가온다.

저자가 정의하는 위험의 본질,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위험에 대한 관점을 차근차근 풀어낸다. 특히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어 하는 주제인 '죽음'과 위험을 결부시켜 풀어내는 이야기는, 책을 읽는 사람들을 책 속으로 깊이 몰입하게 만드는 강력한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중간중간 낯선 신화나 고전 속 이야기들이 등장하지만, 상세한 각주가 덧붙여져 있어 다행히 읽어 나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평소 아이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자주 읽어주며 쌓였던 소소한 상식들이 이 책의 신화적 비유들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의외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기도 했다.

또한 본문 중간마다 툭툭 끊기듯 서체가 달라지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 상담 사례들을 기록한 내용이었다. 이 상담 사례들은 앞뒤 맥락 없이 툭툭 던져져서 처음엔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뒤에 이어지는 저자의 철학적 사유가 훨씬 더 명쾌하고 쉽게 와닿는 반전 매력이 있었다.

또, 책의 내용이 단편적인 위험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갈래의 위험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정신분석적 사례, 그리고 저자만의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져 결코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만큼 읽는 재미와 쾌감이 쏠쏠했다.

결국 이러한 철학 도서의 진정한 묘미는 타인의 글을 온전히 나만의 언어와 시선으로 소화해 내는 데 있지 않을까? '철학'이라는 단어만 보고 마냥 어려울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시도를 주저하는 분들이 있다면 일단 책을 펼쳐보라 권하고 싶다.

저자 특유의 독창적인 철학적 사유와 생생한 상담 사례에 매료되어 읽다 보면, 왜 책의 제목이 《위험예찬》일 수밖에 없는지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의 자극적인 숏츠와 분주한 SNS 세상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잠시 뇌에 쉼표를 주고 깊이 생각할 거리와 시간을 선물한다.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저자의 철학적 사유를 따라 나만의 삶과 위험의 의미를 가만히 탐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위험예찬 #안뒤푸르망텔 #이세진 #사람in #단단한맘레이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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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 - 관계, 마음, 나를 만나는 어느 심리학자의 인생 수업
이서원 지음 / 스틸당(STEALDANG)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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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

       이서원 | 스틸당


어느덧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여... 고작 책을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소소한 리뷰일 뿐인데, '이게 뭐라고..' 쓰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매력적이고 진정성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슬며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던 찰나에 운명처럼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의 언어로 살아간다는 것》. 책의 띠지와 마지막에 적혀 있던 두 문장이 단번에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누구나 자기 삶의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어 한다", "이제 남 이야기는 그만하고 내 이야기를 하자."


책을 읽고 나만의 감상을 써 내려가는 과정은, 결국 남의 시선이 아닌 오롯이 내가 느끼고 겪은 것들만을 밑천 삼아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그 과정을 거치며 나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소중한 경험을 해왔다. 이 책에 쓰여진 문장 하나하나는 그런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감싸안아 주었고, 어느 한 구절만을 으뜸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고스란히 마음을 울렸다. 밖에서 책을 읽다가 주책스럽게 눈물을 줄줄 흘릴 뻔했을 정도로.🤣


유독 내 마음을 울린 글귀는 바로 '감정'이라는 주제로 쓰여진 파트였다. "감정이 없는 글은 죽은 글이며, 죽은 글은 결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라는 구절이었다. 조금 서툴고 투박할지라도 글쓴이의 진실한 감정이 실린 글은 누구의 마음이든 크게 흔들어놓는다. 저자는 이를 자신의 어머니, 아버지의 삶을 빗대어 조근조근 설명해 준다.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고 위로받는 글의 본질은 결국 글 속에 생생하게 숨 쉬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요즘 화두가 되는 AI의 완벽하고 화려한 문장들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아무리 매끄럽고 기술적으로 훌륭하게 쓰인 글이라 할지라도, 사람이 직접 겪은 삶의 굴곡과 솔직한 감정이 담기지 않은 글은 결코 사람의 진심 어린 글을 따라올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자인 저자의 글은 동네에서 만나는 편안하고 다정한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듯 따스하지만, 그 대화 속에 깊은 강인함과 내공이 느껴져 한 번 펼친 책장을 쉽게 닫을 수 없게 만들었다.


책에 수록된 이들의 사연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졌던 이유는, 그 글 속 사연자와 저자가 겪어낸 일들이 진짜 삶이었고 진실한 감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말보다 글이 지니는 힘을 어린아이처럼 다시 깨우치게 되었다. 저자가 추천해 준 방법대로, 말로는 차마 쑥스러워 꺼내지 못했던 다정한 마음들을 가족들과 아침저녁 감정일기나 대화노트로 나누어 볼 참이다. 글이라는 다리를 거치면 서로에게 한결 가볍고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고 있거나,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사느라 정작 나만의 언어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이 책을 살며시 건네며 함께 읽어보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 같이, 남의 이야기 말고 오롯이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자"고 말이다. 오래도록 곁에 두고 되새김질하며 나만의 책을 꿈꾸게 만들 고마운 책이다.



#나의언어로살아간다는것 #이서원 #스틸당 #우주서평단


우주@woojoos_story 진행으로 단체디엠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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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활짝 ㅣ 웅진 우리그림책 156
김근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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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온서평단(단단한맘&수련)을 통해 협찬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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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활짝

       김근영 | 웅진주니어


보기만 해도 온몸이 싱그럽고 시원해지는 표지에 어찌 안볼수가! 한창 무더위가 맹렬하게 기세를 떨치며 자신을 알리던 때에 만나게 된 《여름이 활짝》은, 아이의 활짝 웃는 표정과 푸릇푸릇한 초록빛 표지만으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평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이렇게 계절에 꼭 맞는 훌륭한 그림책을 발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아이가 집에 있는 똑같은 책만 주구장창 가져와 읽어달라고 할 때, 부모로서 한숨 돌릴 수 있는 든든한 구원투수가 되어주기도 한다.


개인적인 일정으로 한동안 아이와 책을 읽지 못하고 주로 아빠와 시간을 보내게 놔두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더위가 한풀 꺾여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던 어느 날 오후, 아이와 나란히 거실에 앉아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면지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무더운 한여름을 지나고 있는 나와 아이의 모습을 비춰주는 듯했다. 그러다 열린 문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들이미는 귀여운 먹구름 가족의 등장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짓고 말았다.


그림책 속에서는 현실 세계의 엄마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집 안에서의 펑펑 쏟아지는 물장난'이 거침없이 펼쳐진다. 치워야 할 집안일 걱정은 모두 저 멀리 던져버리고 먹구름에서 내린 빗방울 친구들과 함께 거실 한복판(?)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물장구를 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묘한 대리만족이 느껴지기도 했다. 


잠든 아이를 다정하게 깨운 먹구름 가족과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방울 친구들은 아이를 환상적인 여름 축제 속으로 초대한다.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고 커다란 연잎을 타며 온몸으로 여름을 만끽하는 장면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에 살포시 날아가는 나비의 모습을 끝으로 이야기가 맺어지는데, 이 시원하고 달콤한 꿈같은 소동은 엄마의 깊은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아이의 순수한 상상이었을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몽실몽실 따뜻해진다.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아이의 생각이 궁금해져 슬며시 물어봤다. "우리 집에도 책에서처럼 먹구름이 들어오면 어떨 것 같아?" 하고 기발한 상상의 나래를 기대했건만, 돌아온 것은 다소 당황스럽고도 초현실적인 대답이었다. 너무나 진지한 목소리로 "장난감이 젖잖아" 하고 말하는 게 아닌가. 세상 그 무엇보다 자신의 장난감 자동차와 로봇들이 소중할 나이이기에 나올 수 있는 답변이었지만, 속으론 엄마 당황...ㅋㅋㅋ 이렇게 책 한 권을 매개로 또 한 번 내 아이의 마음을 알아가게 된다.


아이와 함께 정다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이야기 가득한 그림책이다. 무더운 여름날, 지치고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이의 손을 잡은 채 이 시원하고 싱그러운 《여름이 활짝》을 읽으며 남은 더위를 기분 좋게 날려 보내는 건 어떠실지?


#여름이활짝 #김근영 #웅진주니어 #르온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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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 마법병원 2 ㅣ 런던이의 마법
김미란 지음 / 주부(JUBOO)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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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이의 마법병원 2
김미란 글 | 스티브 그림 | 주부(JUBOO)

앞서 출간되었던 《런던이의 마법학교》 시리즈 때부터 익히 소문과 이름은 들어왔던 책인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신작인 《런던이의 마법병원 2》를 통해 런던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뒤늦게 만나게 된 이야기라 혹시 전작을 읽지 않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도, 책장을 펼치자마자 아름다운 글과 몽환적인 그림이 근사하게 어우러져 어느새 주인공 런던이의 세계에 푹 빠지고 말았다.

이번 이야기 속 런던이의 모습은 곧 다가올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우리 아이의 모습과 자꾸만 겹쳐 보여서 읽는 내내 유독 더 감정을 이입하며 읽게 됐다. 줄글이 너무 길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인 삽화와 아주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서, 평소 글을 제법 스스로 읽기 시작한 일곱 살 아들도 혼자서 부담 없이 읽기에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번 혼자 읽고 나니, 아이랑 꼭 함께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런던이가 정든 곳을 떠나 새로운 나라로 가게되는 날, 정성껏 키우던 장수풍뎅이와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이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슬프고 당황스러운 순간을 기점으로 책은 런던이가 성장하며 마주했던 여러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보여준다. 엄마의 품을 떠나 어린이집이라는 낯선 사회에 처음 발을 내딛던 날의 두려운 이별의 순간, 그리고 낯선 교실에서 발표한 첫 용기까지.

우리 아이들이 자라나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한 번쯤 겪게 될 인생의 중요한 사건들이 철저히 아이의 눈높이와 섬세한 감정 선에 맞춰 다정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상상력에만 기댄 한 편의 흔한 판타지 동화라기보다,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며 씩씩하게 자라나는 이 시대 모든 아이들을 향한 깊은 공감이자 자전적 에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눈앞에 둔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꼭 한 번쯤 보여주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나면 또다시 설레는 새 학기가 시작될 테고, 또 한 해가 지나면 완전히 새로운 생활과 낯선 환경에 접하게 될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하는 길목에서, 아이와 손을 잡고 이 책을 함께 읽으며 낯선 세상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 나갈 마법 같은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이야기를 기쁘게 맞이할 힘을 주는 다정한 길잡이로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런던이의마법병원2 #김미란 #스티브 #주부출판사 #단단한맘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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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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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다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협찬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 테오  

      앨런 레비 지음 |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소설은 대개 호흡이 길어 빠르게 읽기가 힘들다 보니 평소 책을 고를 때 늘 주저하게 되는 분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만나는 어떤 작품들은 그런 나의 주저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걷잡을 수 없는 몰입감으로 나를 빨아들인다. 앨런 레비 작가의 소설 《테오》가 바로 그런 마력을 지닌 책이었다. 야속하게도 정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매일의 일상은 왜 이리도 바쁜지, 아쉽게도 완독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서평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남은 페이지를 아껴 읽는 즐거움을 품고, 이 책이 지닌 따스한 온기를 다른 독자분들과 꼭 함께 나누고 완독해 보고 싶다는 다짐을 담아 이 책을 소개해 보려 한다.


이야기는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테오가 '골든'이라는 마을에 발을 들이며 시작된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3인칭 시점으로 흘러가는데, 글의 3분의 1 지점에 도달할 때쯤에야 베일에 싸여 있던 테오의 과거가 한꺼풀씩 드러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골든에 머물게 된 테오는 우연히 '카페 챌리스'를 방문했다가 그곳에 걸린 초상화들을 마주하고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바로 이 초상화들의 진짜 주인들을 찾아 직접 돌려주자는 결심이다.


순수한 의도로 가득한 테오의 행보를 보면서, 역설적이게도 내 머릿속에는 다소 부정적인 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요즘 세상이 워낙 각박해서 그런지 '초상화 속 얼굴을 보고 찾아가 스토킹을 하면 어쩌나', '유명인의 주소를 쉽게 알아내어 마음대로 편지를 보내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들이 소설 속 상황임에도 불쑥 찾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초상화를 선물 받은 소설 속 인물들의 반응은 나의 의심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테오의 편지를 받은 이들은 처음엔 경계 섞인 눈빛으로 그를 멀리서 바라보지만, 이내 그의 진심 어린 태도에 마음을 열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아픈 속사정들을 털어놓게 된다. 어떤 강요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 흥미로운 소통 과정을 지켜보며 요즘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와 나 자신의 태도를 조용히 되돌아보게 되었다. 테오는 결코 본인의 이야기를 앞세워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방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를 내어주고 기다려줄 뿐이다. 그리고 멀리서도 느껴지는 고아하고 기품 있는 테오 특유의 분위기에 주변 인물들은 자연스레 이끌리고 만다. 과연 나는 타인에게 이토록 편안한 귀 기울임의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누군가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테오의 구체적인 정체나 직업을 다 알지 못해 궁금증만 한가득이다.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는 대로 얼른 책 속 골든 마을로 다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테오가 골든에서 만나는 매력적인 이웃들과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한 아름다운 주변 풍경들은, 섬세한 묘사 덕분에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마치 내가 테오와 함께 골든 거리를 서성이고 있거나, 그가 초상화 주인들과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바로 옆에서 엿듣고 있는 듯한 짜릿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책의 첫 표지에 실린 작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음악가로 긴 시간을 살아온 그의 고운 감성이 글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해 묘한 감동이 인다. 문장마다 부드러운 음률이 흐르는 것 같달까. 더불어 첫 장을 열자마자 친구에게 책 100권을 선물해 줄 거냐고 묻는 작가의 유머러스하고 익살스러운 문장에서 편안한 인간미까지 느껴졌다.


소설책이라 두께는 제법 묵직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단숨에 읽히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아직 만나야 할 80여 명의 초상화 주인들과 테오의 진짜 정체 등, 읽을거리가 잔뜩 남아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하루하루가 유독 차갑고 각박하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따스한 위로와 세상에 대한 신뢰를 되찾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이 책 《테오》를 꼭 한번 펼쳐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테오 #앨런레비 #노지양 #오팬하우스 #이키다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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