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앨런 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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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다님의 서평모집>을 통해 협찬으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되었습니다.


📖 테오  

      앨런 레비 지음 | 노지양 옮김 | 오팬하우스


소설은 대개 호흡이 길어 빠르게 읽기가 힘들다 보니 평소 책을 고를 때 늘 주저하게 되는 분야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만나는 어떤 작품들은 그런 나의 주저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걷잡을 수 없는 몰입감으로 나를 빨아들인다. 앨런 레비 작가의 소설 《테오》가 바로 그런 마력을 지닌 책이었다. 야속하게도 정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매일의 일상은 왜 이리도 바쁜지, 아쉽게도 완독을 다 마치지 못한 채 서평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남은 페이지를 아껴 읽는 즐거움을 품고, 이 책이 지닌 따스한 온기를 다른 독자분들과 꼭 함께 나누고 완독해 보고 싶다는 다짐을 담아 이 책을 소개해 보려 한다.


이야기는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테오가 '골든'이라는 마을에 발을 들이며 시작된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3인칭 시점으로 흘러가는데, 글의 3분의 1 지점에 도달할 때쯤에야 베일에 싸여 있던 테오의 과거가 한꺼풀씩 드러나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골든에 머물게 된 테오는 우연히 '카페 챌리스'를 방문했다가 그곳에 걸린 초상화들을 마주하고 한 가지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바로 이 초상화들의 진짜 주인들을 찾아 직접 돌려주자는 결심이다.


순수한 의도로 가득한 테오의 행보를 보면서, 역설적이게도 내 머릿속에는 다소 부정적인 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요즘 세상이 워낙 각박해서 그런지 '초상화 속 얼굴을 보고 찾아가 스토킹을 하면 어쩌나', '유명인의 주소를 쉽게 알아내어 마음대로 편지를 보내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들이 소설 속 상황임에도 불쑥 찾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초상화를 선물 받은 소설 속 인물들의 반응은 나의 의심이 합당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테오의 편지를 받은 이들은 처음엔 경계 섞인 눈빛으로 그를 멀리서 바라보지만, 이내 그의 진심 어린 태도에 마음을 열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아픈 속사정들을 털어놓게 된다. 어떤 강요도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 흥미로운 소통 과정을 지켜보며 요즘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와 나 자신의 태도를 조용히 되돌아보게 되었다. 테오는 결코 본인의 이야기를 앞세워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상대방이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스스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를 내어주고 기다려줄 뿐이다. 그리고 멀리서도 느껴지는 고아하고 기품 있는 테오 특유의 분위기에 주변 인물들은 자연스레 이끌리고 만다. 과연 나는 타인에게 이토록 편안한 귀 기울임의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누군가 스스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테오의 구체적인 정체나 직업을 다 알지 못해 궁금증만 한가득이다. 그래서 이 글을 마무리하는 대로 얼른 책 속 골든 마을로 다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테오가 골든에서 만나는 매력적인 이웃들과 눈앞에 아른거리는 듯한 아름다운 주변 풍경들은, 섬세한 묘사 덕분에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마치 내가 테오와 함께 골든 거리를 서성이고 있거나, 그가 초상화 주인들과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순간을 바로 옆에서 엿듣고 있는 듯한 짜릿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책의 첫 표지에 실린 작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음악가로 긴 시간을 살아온 그의 고운 감성이 글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해 묘한 감동이 인다. 문장마다 부드러운 음률이 흐르는 것 같달까. 더불어 첫 장을 열자마자 친구에게 책 100권을 선물해 줄 거냐고 묻는 작가의 유머러스하고 익살스러운 문장에서 편안한 인간미까지 느껴졌다.


소설책이라 두께는 제법 묵직하지만 지루할 틈 없이 단숨에 읽히는 마력을 지닌 책이다. 아직 만나야 할 80여 명의 초상화 주인들과 테오의 진짜 정체 등, 읽을거리가 잔뜩 남아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큰 행복으로 다가온다. 하루하루가 유독 차갑고 각박하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따스한 위로와 세상에 대한 신뢰를 되찾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이 책 《테오》를 꼭 한번 펼쳐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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