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 앤드 버터 2
아시하라 히나코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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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 등장하는 빵은 프렌치토스트와 프레첼이다. 참고로 프렌치토스트는 프랑스어로 빵 뻬흐뒤(pain perdu), 즉 "잃어버린 빵"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읽고 나니 유즈키와 요이치의 에피소드를 정말이지 탁월하게 설명하는 단어가 아니었나 싶다. 또한 프레첼만의 독특한 매듭모양은 뭔가 요이치와 그의 동료였던 타카나와의 결속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 유즈키의 학생이었던 아카자와가 그들의 빵집을 방문한다. 유즈키는 그 계기로 어째서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요이치에게 이야기한다. 그가 만든 프렌치토스트는 잃어버릴 뻔한 것들을 되살리는 빵 뻬흐뒤의 의미처럼 그들에게 달콤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즈키는 빵을 만들기 시작한다. 빵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것 중의 하나인 이스트. 이것은 살아있는 것으로 주변환경에 민감하다. 손의 온도나 대기의 습도 등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빵이 다르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만큼 시간을 들여 천천히 스스로 체득할 수밖에 없다는 요이치의 말이 와닿는다. 사실, 무엇이든 쉽게 빨리 되는 것은 없다. 유즈키의 마음은 서서히 그렇게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카자와도.


다음은 프레첼과 요이치, 그리고 그의 동료 타카나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이 꿈꾸었던 세계에 관한 과거이기도 하다. 현실에 휘말려 점차 빛을 바랜 듯 하지만, 어떻게 할거냐는 유즈키의 질문에 요이치는 "음-."이라는 대답으로 일축한다. 이 부분은 아마도 좀 더 나중에 기대해보기로 한다.


결론적으로 다음권을 더 보고 싶게 만드는 건 역시 마지막 에피소드가 아닐까. 유즈키는 친구의 결혼 발표로 친구들과 만나 블라블라~ 전남자친구와 재회하게 된다. 그들이 사귀었던 날들이 자잘하게 펼쳐진다. 사소하게 엇갈리는 시선이 켜켜이 쌓여 얼마나 서로를 다르게 느끼게 하는지 그는 알고 있을까. 그가 다시 등장한들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어떤 이야기로 그 끝에 도달할지 궁금하다.


흐름이 분명한 만화 속 에피소드와는 별개로, 내 머릿속에 맴도는 건 매듭도 짓지 못한 채 끝나버린 대부분의 씁쓸한 추억들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직업이란 것에 대해서는 몇백번이고 생각한 문제지만(물론 지금도), 언제나 다른 생각을 한다. 솔직히 처음에 아무 것도 모른 채 일하면서 두려움에 떨었던 그 때보다는 지금이 아무래도 불편함이 덜한 건 사실이지만, 자신감이라던가 확신 같은 건 원래부터 있지도 않았을 뿐더러 앞으로도 가질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짧고도 기나긴 여름밤 동안 시원한 산책을 즐겼는데, 이제 가디건을 입지 않으면 제법 쌀쌀한 것을 보아하니 가을이다. 3권은 이제 언제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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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5 지금도 상대를 변하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두 사람의 관계를 바꿔나가는 방법은 있지 않을까? 요즘은 가끔씩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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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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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뒤돌아보니, 내 유년기가 끝났던 때는 불완전하게나마 집에서 나와 하숙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오로지 내 편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왔던 나에게 홀로 서서 마주한 바깥세계는 솔직히 말하자면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남들에게는 진실이며, 내 내면 같은 건 아무런 소용도 없었으니까. 세련된 외모와 싹싹한 성격과 말투, 센스 가득한 옷차림 같은 것은 저절로 생겨날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가난이라는 것도 정확히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대학시절의 첫걸음 앞에서 자꾸만 내 마음이 불현듯 안타까웠던 그때의 심정이 자꾸 떠오른다.


사실 유수연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 책에서 날이 곤두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 책은  제목에 담겨 있듯 자신의 독한 인생을 "독해"하게 해준 책들에 대한 속마음의 조각들을 조근조근 (그러나 가끔은 냉정하게) 읊조리는 느낌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파트1은 소설과 그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파트2는 책과 함께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하여 그녀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물론 그녀만의 강한 아우라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녀처럼 살 수 없음을 안다. 나는 나인 것이다. 나만의 것을 가지고 앞으로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녀의 글 속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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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라이온 10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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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고3의 여름을 맞은 키리야마. 벌써 네가 학창시절의 마지막이라니... 키리야마는 여전히 혼자지만, 예전의 혼자와는 달라 보인다. 이제까지 3월의 라이온이 연재되는 동안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나로서도 그들이 성장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봐왔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싶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히나를 줄곧 바라보고 있는 키리야마.

 

우리는 주인공 키리야마가 상처입은 것만을 줄곧 느껴왔지만, 그를 양자로 맞이한 새어머니의 관점에서 키리야마를 괴롭혔던 아이들, 자신의 자식들을 생각하는 관점도 펼쳐진다. 그런데 이것 또한 애처로운 느낌이 드는 것이 독자로서는 몹시 모순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그 중에도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는 자식의 말에 남편이 자신의 자식의 미래와 기대를 놓아버리는 부분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어쨌거나 다시금 키리야마의 관점으로 돌아와서, 그는 자신이 이제까지 헤쳐왔던 시간들을 반추하고, 또 그러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기사와의 장기 대전. 그 대전은 왠지 키리야마가 소야를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풍긴다.

 

항상 이 작가는 하고 싶었던 말을 뒤에 남겨놓는 습관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편도 역시나였다. 히나의 아버지 그는 어찌 손을 쓸 수도 없을 정도로 소름이 돋는, 내가 생각하는 최악인 유형의 타입이었다. 자신 외 다른 존재의 감정을 읽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양심에 걸려 고민하는 시스템 같은 건 아예 없다. 그저 주변에서 확실하게 제재할 때까지 그는 자신의 길을 가며, 막다른 길에 도달해서야 아니면 말고 식이다. 물론 히나의 아버지가 어떤 인물일지는 점차 두고 봐야 알겠지만. 키리야마는 그를 향해 어른의 정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나는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까, 글쎄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매번 되풀이되지만 나는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

 

이번주도 거의 끝나간다.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그때까지 다시 또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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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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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소한 취미는 가끔 간단한 (거의 아무도 읽지 않는 어쩌면 나 혼자만의) 리뷰를 쓰는 것이지만,

어떤 느낌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렇다.


간단히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살아가는 태도에 관하여 저자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5가지 관점으로 추린 에세이 모음집이다. 누구나 보통 ​살아가는데 타인을 향해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준점 같은 걸 형성하게 되는데, 그것은 자존심일수도 자존감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에 관한 한 정답은 없다고 믿는 관점이다. 그저 누군가의 태도에 공감하거나 비공감하면서 스스로 어떤 기준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니까. 그게 선이든 악이든, 그것은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의 문제가 아닐까. 물론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하는 일련의 규칙에서 너무 벗어나는 행동이나 가치관은 용인될 수 없다고 치더라도 사실 누가 누군가를 평가한다는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싶은.

​어쨌거나, 나는 요새 계속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내 자신의 마음조차 어찌할 수 없는 주변 상황 속에서 술이나 어쭙잖은 위로보다는 차라리 냉정하고도 속깊은 따뜻함이 필요했다. 모순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위로 따위는 차라리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점에 있어서 위로가 되었다. 특히 성실함에 대한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혹은 지향하는 관점과도 거의 일치해서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을 받았다. 저자는 적어도 터무니없는 낙관주의라든지 무조건식의 열정을 강요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한 현실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그에 따른 결론을 시간을 들여 내왔다는 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느껴진다. 일련의 과정이 이러하듯, 각자 자신만의 결론이나 태도를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해 나가는 것이 삶의 태도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내 주변보다 책 속에만 너무 많이 존재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내 현실이, 조금이 아닌 많이 슬플 따름이라는 게 일종의 또 하나의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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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샐러드 기념일 (양장)
다와라 마치 지음, 신현정 옮김 / 새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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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지금 이 시각, 나의 안부가 궁금한 사람은 여전히 엄마와 나의 오랜 친구 한 명. 오늘은 눈이 너무도 많이 내려서, 혹시나 내가 추위에 떨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서 전화했다고, 문자했다고. 어쩐지 따뜻하고도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은 모를 까닭이다.

 

p.27   생맥주를 사는 네 손을 우연히 본다. 그리고 뚫어지게 본다.

p.53   시집와라. 그깟 술 두 병에 말해 버려도 괜찮은 거니?

p.77   다정함을 잘 표현 못 하는 것. 허락받은 일인지 모른다, 아버지 세대는.

p.101   먹고 싶지만 날씬해지고 싶다, 라는 카피가 있다.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하기는 싫다.

p.163   동이 트는 도쿄의 한 구석. 자판기에서 산 두 개의 콜라.

 

그 당시의 감정은 설명할 수 없다. 딱 그 한 장면이면 족한 걸.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만큼 너는 어떠한지. 아버지의 여전한 소란스러운 세수.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응시. 동생이란 존재. 친구에 대하여. 그리고 연애. 한줄씩 적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의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굳이 많은 말이 필요할까, 어차피. 누군가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어쩌면 많이. 대부분은 나도 한번쯤, 생각을 하면서 일상을 하나씩 넘겨 나가고 있겠지.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딱 오늘 같은 날. 나는 짧은 시들을 넘기면서, 더 긴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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