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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지금 뒤돌아보니, 내 유년기가 끝났던 때는 불완전하게나마 집에서 나와 하숙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오로지 내 편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왔던 나에게 홀로 서서 마주한 바깥세계는 솔직히 말하자면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남들에게는 진실이며, 내 내면 같은 건 아무런 소용도 없었으니까. 세련된 외모와 싹싹한 성격과 말투, 센스 가득한 옷차림 같은 것은 저절로 생겨날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가난이라는 것도 정확히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대학시절의 첫걸음 앞에서 자꾸만 내 마음이 불현듯 안타까웠던 그때의 심정이 자꾸 떠오른다.
사실 유수연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 책에서 날이 곤두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 책은 제목에 담겨 있듯 자신의 독한 인생을 "독해"하게 해준 책들에 대한 속마음의 조각들을 조근조근 (그러나 가끔은 냉정하게) 읊조리는 느낌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파트1은 소설과 그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파트2는 책과 함께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하여 그녀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물론 그녀만의 강한 아우라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녀처럼 살 수 없음을 안다. 나는 나인 것이다. 나만의 것을 가지고 앞으로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녀의 글 속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