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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프로젝트 - 나를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 집중의 힘
에릭 퀄먼 지음, 안기순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2월
평점 :
언제나 할 일은 많다. 나이가 들수록 나날이 저하되어 가는 체력과 운동 부족까지, 이런 삼단콤보가 따로 없다. 내 일을 좀 덜어줄 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내 형편에 그것도 기대할 만한 사람이라곤 글쎄다. 닥치는 대로 주어진 일을 처리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출근 그리고 퇴근. 집에 와서 허둥지둥 저녁을 차려 먹고,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같이 놀다가 지쳐서 누워 있다 잠드는 나날들의 반복.
나의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오로지 급함의 정도에 따라 이루어졌다. 어찌된 것이 안하면 안되는 일 투성이다. 일단 어린 자녀가 제일 급하고, 회사일이 그 다음 순위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의 저자는 모든 일의 "정답은 집중(p.28)"이라고 말한다. "중요한 대상을 의식적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정상을 차지하는 큰 승리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p.33) 나는 큰 승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이 혼돈과 우울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저자는 어떤 방식으로 집중했기에, 책까지 쓸 정도로 성공했을까.
그가 선택한 것은 일명 <월별 집중 프로젝트>였다. 먼저 집중하고 싶은 주제를 선정한다. 그가 선정한 주제는 성장, 시간관리, 가족과 친구, 건강, 관계, 배움, 창의성, 공감, 마음챙김, 베풂, 감사, 마지막으로 그 자신이었다. (물론 나는 그와는 달리 이런 주제만을 선정하는 데만도 너무나 오래 걸리겠지만) 그 다음에는 어떤 달에 어떤 주제를 달성하고 싶은지를 정한 후, 그 달에는 정해진 주제에 집중하기로 노력하는 것이다. 100퍼센트 집중을 하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시도 자체가 집중에 대한 다가감이 될 것이므로. 그가 직접 시도한 자신의 이야기였기에, 피곤에 쩔은 나도 그럭저럭 읽을 수 있었다. 덧붙이자면, 그의 한달 이야기는 나의 하루 독서분량이었다. 내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책을 덮을 때면, 저자가 다음 달에는 어떤 것에 집중하고, 어떤 결과를 이뤄냈을까 궁금해하면서 잠들곤 했다.
특히 2월의 시간관리 집중은 제일 궁금하고, 알고 싶은 주제였다. 집중을 위한 다양한 시도 가운데에서 "하지 말아야 할 목록 만들기를 시작"한 일은 가장 탁월한 방법이었다. 나도 현재 주어진 일을 다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으니까 지금의 혼돈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아니, 그럼 내가 진짜로 해야 할 일이 뭐야?' 스스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니, 어쩌면 참 쉬운 생각이지만 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멀티태스킹은 금지다!
사실, 이 책을 읽어 나가는 일은 내게 어떤 도전이자 집중에 대한 과정 그 자체였다. 요즈음의 나는 매우 지친 상태였고, 거기에다 무언가를 더 시도하는 일은 버겁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두려움까지 있었으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했고, 또한 끝까지 붙잡을 수 있었던 건 나는 어떤 시도를 하고 싶다는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는 열망 덕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부터 리뷰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하지는 말길 바란다.)
결국은 선택과 집중인데, 매우 단순한 원리이면서 또한 몹시 어려운 과제다. 저자의 친구가 말해주는 스트레스에 대한 일화를 통해 어떻게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p.396) "스트레스와 관련해서 내가 최근에 배운 교훈을 말해보려 합니다. 교훈은 이 물 한 컵에서 시작합니다."
친구는 물컵을 집어 들고는 말을 이었다.
"이 컵의 절대 무게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물컵은 비교적 가벼워요. 하지만 실제로 가벼운지 무거운지는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 것은 얼마나 들고 있느냐입니다. 잠깐 들고 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꽤 가볍거든요. 하지만 한 시간 동안 들고 있으면 팔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하루 동안 들고 있으면 아마도 구급차를 불러야 할 거예요. 세 경우 모두 물컵의 무게는 같아요. 하지만 오래 들고 있을 수록 물컵은 더 무거워지죠.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짐을 늘 짊어지고 있으면 짐은 더더욱 무거워지기 마련입니다. 조만간 더이상 짊어지지 못할 거예요. 물컵을 들 때처럼 잠시 내려놓고 쉬었다가 다시 들어야 해요. 기운을 다시 차리고 나면 스트레스를 더 오래 더 잘 견디면서 짐을 짊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