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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샐러드 기념일 (양장)
다와라 마치 지음, 신현정 옮김 / 새움 / 2009년 11월
평점 :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지금 이 시각, 나의 안부가 궁금한 사람은 여전히 엄마와 나의 오랜 친구 한 명. 오늘은 눈이 너무도 많이 내려서, 혹시나 내가 추위에 떨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서 전화했다고, 문자했다고. 어쩐지 따뜻하고도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은 모를 까닭이다.
p.27 생맥주를 사는 네 손을 우연히 본다. 그리고 뚫어지게 본다.
p.53 시집와라. 그깟 술 두 병에 말해 버려도 괜찮은 거니?
p.77 다정함을 잘 표현 못 하는 것. 허락받은 일인지 모른다, 아버지 세대는.
p.101 먹고 싶지만 날씬해지고 싶다, 라는 카피가 있다.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하기는 싫다.
p.163 동이 트는 도쿄의 한 구석. 자판기에서 산 두 개의 콜라.
그 당시의 감정은 설명할 수 없다. 딱 그 한 장면이면 족한 걸.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만큼 너는 어떠한지. 아버지의 여전한 소란스러운 세수.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응시. 동생이란 존재. 친구에 대하여. 그리고 연애. 한줄씩 적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의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굳이 많은 말이 필요할까, 어차피. 누군가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어쩌면 많이. 대부분은 나도 한번쯤, 생각을 하면서 일상을 하나씩 넘겨 나가고 있겠지.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딱 오늘 같은 날. 나는 짧은 시들을 넘기면서, 더 긴 상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