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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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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뒤돌아보니, 내 유년기가 끝났던 때는 불완전하게나마 집에서 나와 하숙을 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오로지 내 편이 되어 주었던 사람들 가운데서 살아왔던 나에게 홀로 서서 마주한 바깥세계는 솔직히 말하자면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남들에게는 진실이며, 내 내면 같은 건 아무런 소용도 없었으니까. 세련된 외모와 싹싹한 성격과 말투, 센스 가득한 옷차림 같은 것은 저절로 생겨날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가난이라는 것도 정확히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 책을 읽다보니 대학시절의 첫걸음 앞에서 자꾸만 내 마음이 불현듯 안타까웠던 그때의 심정이 자꾸 떠오른다.


사실 유수연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 책에서 날이 곤두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 책은  제목에 담겨 있듯 자신의 독한 인생을 "독해"하게 해준 책들에 대한 속마음의 조각들을 조근조근 (그러나 가끔은 냉정하게) 읊조리는 느낌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으며, 파트1은 소설과 그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파트2는 책과 함께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하여 그녀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물론 그녀만의 강한 아우라는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녀처럼 살 수 없음을 안다. 나는 나인 것이다. 나만의 것을 가지고 앞으로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녀의 글 속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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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라이온 10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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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고3의 여름을 맞은 키리야마. 벌써 네가 학창시절의 마지막이라니... 키리야마는 여전히 혼자지만, 예전의 혼자와는 달라 보인다. 이제까지 3월의 라이온이 연재되는 동안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낸 나로서도 그들이 성장하고 아파하는 모습을 봐왔으니까 그도 그럴 것이 싶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히나를 줄곧 바라보고 있는 키리야마.

 

우리는 주인공 키리야마가 상처입은 것만을 줄곧 느껴왔지만, 그를 양자로 맞이한 새어머니의 관점에서 키리야마를 괴롭혔던 아이들, 자신의 자식들을 생각하는 관점도 펼쳐진다. 그런데 이것 또한 애처로운 느낌이 드는 것이 독자로서는 몹시 모순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나는 그 중에도 노력하는 것도 재능이라는 자식의 말에 남편이 자신의 자식의 미래와 기대를 놓아버리는 부분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어쨌거나 다시금 키리야마의 관점으로 돌아와서, 그는 자신이 이제까지 헤쳐왔던 시간들을 반추하고, 또 그러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기사와의 장기 대전. 그 대전은 왠지 키리야마가 소야를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풍긴다.

 

항상 이 작가는 하고 싶었던 말을 뒤에 남겨놓는 습관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편도 역시나였다. 히나의 아버지 그는 어찌 손을 쓸 수도 없을 정도로 소름이 돋는, 내가 생각하는 최악인 유형의 타입이었다. 자신 외 다른 존재의 감정을 읽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으며, 양심에 걸려 고민하는 시스템 같은 건 아예 없다. 그저 주변에서 확실하게 제재할 때까지 그는 자신의 길을 가며, 막다른 길에 도달해서야 아니면 말고 식이다. 물론 히나의 아버지가 어떤 인물일지는 점차 두고 봐야 알겠지만. 키리야마는 그를 향해 어른의 정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나는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을까, 글쎄다.

 

마지막으로, 이 작가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매번 되풀이되지만 나는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것.

 

이번주도 거의 끝나간다.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그때까지 다시 또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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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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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소한 취미는 가끔 간단한 (거의 아무도 읽지 않는 어쩌면 나 혼자만의) 리뷰를 쓰는 것이지만,

어떤 느낌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바로 이 책이 그렇다.


간단히 이 책에 대해 말하자면, 살아가는 태도에 관하여 저자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5가지 관점으로 추린 에세이 모음집이다. 누구나 보통 ​살아가는데 타인을 향해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준점 같은 걸 형성하게 되는데, 그것은 자존심일수도 자존감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에 관한 한 정답은 없다고 믿는 관점이다. 그저 누군가의 태도에 공감하거나 비공감하면서 스스로 어떤 기준점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니까. 그게 선이든 악이든, 그것은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의 문제가 아닐까. 물론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하는 일련의 규칙에서 너무 벗어나는 행동이나 가치관은 용인될 수 없다고 치더라도 사실 누가 누군가를 평가한다는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싶은.

​어쨌거나, 나는 요새 계속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내 자신의 마음조차 어찌할 수 없는 주변 상황 속에서 술이나 어쭙잖은 위로보다는 차라리 냉정하고도 속깊은 따뜻함이 필요했다. 모순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정말 겉으로만 번지르르한 위로 따위는 차라리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점에 있어서 위로가 되었다. 특히 성실함에 대한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혹은 지향하는 관점과도 거의 일치해서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을 받았다. 저자는 적어도 터무니없는 낙관주의라든지 무조건식의 열정을 강요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한 현실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고, 그에 따른 결론을 시간을 들여 내왔다는 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느껴진다. 일련의 과정이 이러하듯, 각자 자신만의 결론이나 태도를 시행착오를 통해 형성해 나가는 것이 삶의 태도나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내 주변보다 책 속에만 너무 많이 존재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내 현실이, 조금이 아닌 많이 슬플 따름이라는 게 일종의 또 하나의 모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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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샐러드 기념일 (양장)
다와라 마치 지음, 신현정 옮김 / 새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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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지금 이 시각, 나의 안부가 궁금한 사람은 여전히 엄마와 나의 오랜 친구 한 명. 오늘은 눈이 너무도 많이 내려서, 혹시나 내가 추위에 떨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서 전화했다고, 문자했다고. 어쩐지 따뜻하고도 애잔한 마음이 드는 것은 모를 까닭이다.

 

p.27   생맥주를 사는 네 손을 우연히 본다. 그리고 뚫어지게 본다.

p.53   시집와라. 그깟 술 두 병에 말해 버려도 괜찮은 거니?

p.77   다정함을 잘 표현 못 하는 것. 허락받은 일인지 모른다, 아버지 세대는.

p.101   먹고 싶지만 날씬해지고 싶다, 라는 카피가 있다. 사랑받고 싶지만, 사랑하기는 싫다.

p.163   동이 트는 도쿄의 한 구석. 자판기에서 산 두 개의 콜라.

 

그 당시의 감정은 설명할 수 없다. 딱 그 한 장면이면 족한 걸.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만큼 너는 어떠한지. 아버지의 여전한 소란스러운 세수. 나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응시. 동생이란 존재. 친구에 대하여. 그리고 연애. 한줄씩 적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의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굳이 많은 말이 필요할까, 어차피. 누군가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어쩌면 많이. 대부분은 나도 한번쯤, 생각을 하면서 일상을 하나씩 넘겨 나가고 있겠지. 나도 역시 마찬가지다.

 

딱 오늘 같은 날. 나는 짧은 시들을 넘기면서, 더 긴 상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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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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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는 소설의 밑바닥으로 기어들어가, 내 감정이 조용히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며 느끼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타이틀이라는 명칭 하에 불구하고 나는 그 앞에서 문도 두드리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곧 그 곁을 떠날 수 밖에 경우도 많이 있었기에, 이 책은 생각보다 더욱더 특별했다.

 

 

자신의 삶보다 더 진한 것은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할 듯이, 작가의 자전적인 일상들이 하나씩 잔잔히 수면 위로 퍼져나가듯 번진다. 나날들을 살다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우리는 보통 자신을 또는 남을 위로하는 날들이 있다. 현실은 과거나 미래, 그리고 현재에도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뒤흔들고 시험하기에.

 

 

누구든 빗소리가 가득 찬 날이면,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이 있듯, 그녀 또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를 가끔씩 홀로 입으로 내뱉는다. 죄책감을 느낀 것도 잠시, 아이가 그녀의 손을 놓았고, 피하지 않는다. - '일본에 가 닿기를'.

 

 

영화 러브레터의 결말과도 같다고 느꼈던 뭉클함에,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페이지를 쉽사리 넘기지 못했다. 못하겠어요. 그는 설명도 하지 못했다. 그저 실수라는 말뿐.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그녀는 말한다. "잘 지내요." 그 때와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 사랑은 그렇다. - '아문센'.

 

 

언니 카로에 대한 반복되는 기억, 아픔. 참, 감정이란 게. 행복이 편할 거라는 건 알지만, 모든 게 쉽게 그렇게. - '자갈'.

 

 

벨과 잭슨의 이야기. 벨은 이야기한다. 병으로 스러져가는 어머니에 대하여. 그리고 남겨진 아버지에 대하여. 기차는 어쩌면 하나의 방편이었을 수도 있었다. 우리는 사실 긴 생애 동안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을 요구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 '기차'.

 

 

구독한 신문에 실린 시 한 편으로 자신의 집, 어머니, 그리고 그 때의 사건의 재구성.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 다만, 그 때의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살 뿐이다. 그래서 용서가 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말이다. - '디어 라이프'.

 

 

전쟁 전후의 시대상황, 여성. 성(性)이나, 불륜, 첫사랑, 추억, 가난, 무시와 멸시, 장애 등 이 책에서는 삶의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추상적인 사건이 아닌, 어쩌면 실제로 있을 법한 느낌이 드는 착각이 일기도 한다. 속 주인공들은 모든 감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어떤 표정 같은 것이 보이는 것. 어쩌면 이것이 작가의 능력이자, 글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 세계를 조금 더 살아나가야 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다가올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지나고 나서야 또 알게 되고 느낄 것이다. 이 책도 또한 그 중의 일부가 되리라. 또다시 시간이 흐른 후, 이 주인공들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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