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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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주의 남편

손이 떨려 몇번이나 엇나간 탓에 짜증이 일었다. 살아생전 남편에게 번호 키로 바꾸자고 몇 번을 말했건만 남편은 비밀번호를 외우기 귀찮다는 구실로 끝끝내 열쇠를 고집했다. 원래가 그런 사람이었다. 낯선 것은 무조건 싫다 외치고 보는, 고여있는 것에 익숙한 사람. 그래서 마지막에도 그렇게 갔지. - P22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게 영원할 수는없는 것이다. 과거에 선명하게 빛나던 간판 글자가 이제는그 빛을 전부 잃어버린 것처럼, 홍하던 모든 건 쇠퇴하기마련이었다. 그 당연한 사실을 남편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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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도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순간들이 있잖아요 아이들이라고 다를까요. 왜,
늘 집에 가고 싶다고 울잖아요. 그게 그 말이죠.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 나를 상처 주지 않는 곳에 가고 싶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사라진 재이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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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나에 대해서 안물어? 나, 안 찾았어? 나 취직해서 지땅에 내려가 있다고 그래. 거기까지만 말해. 그다음부터는 내가 말할 거야. 나, 아버지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야."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아버지에 대한 분노보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 많이 묻어있는 진모의 그 말이 의미심장했다. 나한테 그랬듯이 아버지는 진모에게도 아버지만이 알고 있는 삶의비밀을 나누어주었던 것일까. 아마 아버지는 그랬을 것이다. 나를사랑한 방식대로 아버지는 아들도 그렇게 사랑했을 테니까.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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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아침 마침내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아주많이 사랑했다는 것을 어머니를 사랑했으므로 나와 진모에 대한아버지의 사랑 또한 절대적이었을 것임을. 우리 모두를 한없이 사랑했으므로, 그러므로 내 아버지는 세 겹의 쇠창살문에 갇힌 것이었다. 아버지가 탈출을 꿈꾸며 길고 긴 투쟁을 벌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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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나는 나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사랑이다. 라는 결론이난 후부터 나는 나를 어찌해볼 수가 없었다. 김장우는 언제 이것이 사랑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는지 나는 알고 싶었다. 그런 뒤에도 아무렇지 않았는지 그에게 묻고 싶었다. 나처럼 이렇게 누군가발목을 붙잡고 잡아당기는 느낌, 가슴에 구멍이 뚫려 눈물이 나도록 외로운 느낌이 혹시 있었냐고 의논하고도 싶었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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