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 보았고,토마시가 찬찬히 뜯어보니 아들의 윗입술 왼쪽이 약간올라간 것이 눈에 띄었다. 그는 이 비웃음을 잘 안다. 면도가 잘 되었는지 확인할 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본 적 있었던 그런 비웃음이었다. 그것을 다른 사람의얼굴에서 발견한 토마시는 불편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자기 자식과 언제나 함께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런 유사성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테며 가끔은 그 발견을 즐거워할 수도 있다. 그런데 토마시가 아들과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난생 처음이었다! 자기 자신의 비웃음과 마주하는 것에 익숙지 못한 것이다! - P353
그녀의 몸에서열이 나는 바람에,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 그랬듯이 그녀를 돌려보낼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자 불현듯 그녀가 바구니에 넣어져 물에 떠내려 와 그에게 보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은유가 위험하다는것을 나는 이미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 P343
뇌 속에는 시적 기억이라 일컬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지대가 존재해서 우리를 매료하고, 감동시키고, 우리의삶에 아름다움을 주는 것이 기록되는 모양이다. 토마시가테레자를 안 후부터 어떤 여자에게도 그의 뇌 속에 있는이 지대에 아주 사소한 흔적조차도 남길 권리가 없었다.테레자는 그의 시적 기억을 독재자처럼 점령하여 다른 여자들의 모든 흔적을 쓸어 내 버렸다. 그것은 정당하지 못한 일이다. - P342
그때까지 자신의 소명이라 믿었던 모든 것을 털어 버렸을 때 삶에서 무엇이 남는지 보고 싶은 욕망. - P323
이런 모든 것을 감안해도 그가 한 결심의 돌발성은 아무래도 내게는 이상하게 보인다. 혹시 그 결정 뒤에는 보다 심오한 무엇, 자기 자신의이성적 사고로도 포착되지 않는 그 무엇이 숨어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 P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