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람은, 그가 살아 있다고 생각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에야 비로소 죽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화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이 단이를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방법인 것 같았다. - P535
나쁜 시키
"하지만, 내가 오늘 당신을 만나거나 당신 집에 와야겠다고 미리 계획했던 건 아니잖아. 예고도없이 불쑥 나타난 건 당신이었어. 그래, 당신한테 진심으로 다시 글렸고 그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한 건 사실이야. 그게 잘못이야? 아마 서희에겐 잘못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 물론 멀리 놓고 보면 나는그 역시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당신에게일부러 거짓말한 적은 없어. 당신이 물어봤다면 나는 똑같은 대답을 했을 거고, 그래서 우리기ㅡ 같이 자는 일이 없었다면 그냥 그렇게 끝이었겠지 - P478
옥희가 한철에게 반했던 부분-그의 동전의 뒷면
한철의 입에서 자조적인 웃음이 흘러나왔다. 한때 돈을 받고 남자들과 동침했던 여자를 집으로 데려간다면 어머니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다가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온 것이었다. 옥희가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나는 우리 어머니의 외아들이자 유일한 희망이야. 차마 어머니뜻을 거스를 수는 없어." 한철이 단호하게 말했다. - P412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변화
그날 밤, 정호는 앞으로 명보가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삶을 살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그 전까지는 그저 옥희에게 걸맞은 남자가되기 위한 자기 계발을 원했을 뿐이었다. 명보는 정호와 혈연으로도애정으로도 연결된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을 하나의 운명체로 묶어•준 것은 다름 아닌 명예였다. 이것을 깨닫자, 정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끝까지 안전하게 지킬 사람들의 목록에 명보를 추가했다. - P314
명보->정호
앞으로 정호 동지의이름을 걸고 쓰는 모든 글은 정직하고 선한 믿음으로 쓰여야만 합니다. 그게 바로 좋은 이름을 갖는다는 의미니까요. 가문이 어떤지, 얼마나 부자인지, 얼마나 유명한지가 아니라요. - P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