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이란 부류는 대개 음험한 속셈을 감추고 있어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는데, 그것은 한편으론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까봐 두려워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론 아무하고도 적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대화는 언제나 수박 겉핥기 식일 수밖에 없었으며약장수는 그 점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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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아니다.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만이 세상을 쉽게 설명하려고한다. 그들은 한 줄 또는 두 줄로 세상을 정의하고자 한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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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은 별 관심 없다는 듯 시큰둥하게 대꾸하며 그날 벽돌을 싣고나간 트릭 편에 생리대를 한 차 가득 실어 보내며 말했다.
그 정도면 그애가 여자 구실을 못 할 때까지 쓸 수 있을 거예요.
근대의 물결은 여자들의 사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이즈음에는무명천을 빨아쓰던 개짐에서 일회용 생리대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이후 춘희는 자신의 몸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무엇보다도 예민하게감지했지만 생리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없어 달거리를 할 때마다 치마에 벌겋게 피를 묻힌 채 돌아다니곤 했다. 게다가 춘희의 방에 가득 쌓여 있는 생리대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몰래 한두 개씩 훔쳐가 채 두 달도 지나기 전에 모두 없어지고말았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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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은 눈이 점점 멀어져 이때쯤엔 겨우 서너 발짝 앞에 떨어져 있는 물체만 식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대신, 그의 눈앞에 오래전 그가 고향마을에서 보았던 구름이 걸린 앞산의 풍경과 햇빛에 반짝이던 강물, 언젠가 그가 아버지를 따라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굴 속에서 발견한 승냥이의 새끼, 또한 오래 전 헤어진 가족의 얼굴과 고향 친지들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文은 점점 더 말을 잃어가 하루 종일 사람들 틈에서 일을 하면서도 단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그렇게 그는 현재로부터 과거로,
현실로부터 꿈으로,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이미 사라진 것으로, 사람들간의 대화와 교통으로부터 혼자만의 고독한 침묵 속으로 빠져들고있었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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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은 금복이 또다시 자신이 닿을 수 없는낯선 세계로 달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달리 멈추게 할 방법이없었다. 그리고 이때쯤 그는 자신의 먼 조상으로부터 시작된 불행의그림자가 자신에게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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