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친구들을 나는 손 놓고 보기만 했다. 친구들 대신 스티븐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혼할 때 스티븐의 친구들은 모두 그를 선택했다.
이혼한 후로는 뭘 먹어도 골판지 맛이다.
전화를 팍 끊었다. 그의 사타구니를 무릎으로 가격하는 것만큼 통쾌하지는 않은, 그저 유치하고 진부한 복수라는 건 인정하지만, 그가 말하는 도중에 전화를 끊을 때마다 내 마음 한구석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시럽에 더럽혀지지도 않고 약속 시간에 늦지도 않은 아주 작은 한 조각(그런 조각이 남아 있다면 말이지만)이.어쨌거나. 그렇다고 내 기분이 괜찮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괜찮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전남편 스티븐
동네에 꽃씨 심는 일 같은 거 말이지?" 맞다, 그 일도 해본 적 있다. "소설가가 내 진짜 직업이야, 스티븐.""시시껄렁한 잡소리나 끼적이는 게 무슨 직업이라고."
아침에 먹고 남은 음식물을 쓰레기통에 긁어 넣고 접시를 내 정신과 함께 싱크대에 담그는 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