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들어 호주제폐지운동과, 여성할당제고용정책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가운데 이책을 읽게되었다. 어떤 한 사회에서 규정되어지는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것이 선천적인 것에 있지않고, 후천적인 학습의 결과라는 것은 고등학교 때 이미 배운바 있는 사실이었다. 한국사회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대체로 남자는 강하고 책임감있고 활달한 남성성으로 , 여자는 연약하고 온순하고 온정적인 이미지의 여성성으로 규정되어져왔다. 이러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별 역시 우리사회에 오랫동안 전해내려온 후천적인 학습의 결과이다.

이러한 후천적인 학습의 결과인 남성성과 여성성의 모습이 이갈리아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움(여성)들이 지배하는 이갈리아는 철저한 모계사회이다. 이곳에서는 움들이 정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직업에서도 움들의 선택은 보장된 반면 맨움(남성)들의 선택은 거의 보장되어 있지 못하다. 움들은 사회활동을 하며 돈을 벌어오는데 맨움들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가사일을 도맡아 한다. 이러한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별지음이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졌지만, 의식있는 맨움해방주의자들에 의해 차츰차츰 이러한 사회제도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 작가는 현대의 우리 사회에서 규정된 남성성과 여성성의 모습을 확 뒤집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남성은 돈을 벌고 여성은 가사를 맡는 기본적인 상황에서부터 시작된 이 뒤집기는 이갈리아 사회에서 남성들이 겪는 온갖 불평등과 생활의 어려움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속 이야기와는 달리 현실속 이야기는 어떠한가? 아직도 육아와 가사에 얽매여 애써 얻은 직장을 포기해야만 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으며, 늦은 밤 길거리를 걷다 납치되어 성폭행당하고 끝내는 살해당하고 마는 여성들. 온갖 불평등에 저항조차 못해보고 그냥 순응하고 살아야했던 여성들이 우리의 현실속에 여전히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갈리아의 딸들> 이야기의 맨움(남자)들이 불쌍하게 여겨지면 여겨질수록, 그것이 현실 속 여성이야기 임을 깨닫게 된다. 소설 속 맨움은 우리 사회에 소외받고 불평등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수많은 현실 속 여성들인 것이다. 이갈리아라는 말뜻자체가 평등한 땅을 의미한다고 한다. 평등이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모두에게 균등하게 주어져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무슨일이든지 그것을 하려는 사람이 남자이든 여자이든간에 사회의 편견과 소외로 인해 그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사회는 없어져야할 것이다. <이갈리아의 딸들>을 읽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평등,남녀문제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오래된 농담
박완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사회에서 가진 농담의 의미는 무엇일까? 거짓말이지만 선의의 뜻을 가진 말? 대충 이정도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박완서님의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그 농담은 무얼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초등학교 졸업무렵에 현금이가 한광과 심영빈이 의사가 되겠다고 한 것을 듣고, '느이 둘다 의사가 될거라면서? 나는 돈 많이 벌고 훌륭한 의사한테 시집갈꺼다.' 하면서 분홍빛 혀를 낼름거리며 '메롱'이라고 말한 그 말이 아닐까 한다.

소설속에서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가 함께 한다. 영빈의 매제 송경호의 죽음을 둘러싼 송회장 집안의 알 길 없는 음모(?) 의 이야기와 어린시절 초등학교 동창과 불륜의 관계를 하는 영빈의 이야기이다. 작가의 말 속에서 박완서님은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본주의라고 말했다. 또한 작가는 자본주의는 너무 거창해서 그냥 돈에 관계된 것이라고 해둘 껄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도 내가 읽어본 박완서님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에 천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시대의 짓눌리고 살아온 여성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남편의 죽을병을 알고도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시댁의 압력에 의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영묘'와, 어머니 대접은 아들이 있어야 한다며 아들을 낳기위해 불임클리닉을 다니면서 남편의 친구앞에서 가랑이를 벌리고 낙태수술을 받는 영빈의 아내 '수경'과 돈 때문에 결혼한 후 그 생활이 싫증나 이혼하고 영빈과 불륜을 벌이면서도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현금'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면서도 여성으로서의 아픔을 갖고 사는 그들의 이야기가 참 가슴을 메이게 한다. 작가가 '자본주의' 또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는 하지만, 나는이 시대의 암울한 여성상을 읽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 한 말씀만 하소서 박완서 소설전집 15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서른 다섯의 이혼녀 차문경은 꿈을 꾼다. 대학 동창생 김혁주와 만나고부터 그녀는 꿈을 꾼다. 혁주와 결혼하여 전처의 딸 시내를 기르며 오붓하게 살 꿈을 꾼다. 하지만 혁주의 배신으로 그 꿈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혁주와의 관계에서 문혁이를 낳는다. 그러나 차문경의 꿈은 계속된다. 문혁이를 혁주의 호적에 입적시키길 꿈꾼다. 아들을 낳지 못한 혁주가 문혁이를 찾아와 입적시키고 난 뒤에도 아들을 빼앗기지 않을 꿈을 꾼다. 차문경은 이렇게 말한다. 아들 문혁이가 여자를 이용하고 짓밟는 세상에서 그 천부의 권리로부터 자유로운 신종남자로 키우는 꿈을 꾼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땅의 여자들이 겪어야했던 고통들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차문경은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또 혁주에게도 배신당하면서도 계속 꿈을 꾼다. 그 꿈은 아들 문혁이가 신종남자로 커주길 바라는 꿈이다. 언제 어디서고, 자기처럼 남자들에게 이용당하고 짓밟히는 여자가 없길 바라는 문경의 마음은 아들세대에서는 절대 그런일이 없기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소설 속 주인공 차문경은 아직도 꿈꾸고 있다. 그 꿈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길 사람 속 -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님의 에세이를 처음 읽었다. 그동안 박완서님의 소설은 몇권 읽어봤지만, 소설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에세이였다. 박완서님의 글을 읽다보면, 도무지 박완서님의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6-25동란때 이십대였다고 하시니 지금은, 70대의 나이이실텐데,내가 읽은 '한길 사람속'이 90년대 중반에 쓰신것이니 그때도 60대의 나이셨을텐데.. 한없는 열정과 글쓰기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 박완서님께서 유럽 문학기행을 하시며 쓰신 글들과 이러저러한 사회의 사건들을 보고 느낀 점을 쓰신 글들등 박완서님의 인생경험을 느낄 수가 있는것 같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 시절의 은사 모리 슈워츠가 루게릭병에 걸려 하루하루 죽어가면서 그의 제자 미치 앨봄가 화요일마다 만나서 나누었던 이야기이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리교수와 대학시절 끈끈한 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직장생활에 치이고 이것저것 치이다 보니 모리를 찾아뵙겠다고 했던 약속이 모리가 루게릭병에 걸려 투병할때야 이루어 졌던 일.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과연 이런 스승이 있었던가, 내가 만약 누군가를 가르치는 입장이 된다면, 모리와 같이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사람이 죽어도 관계는 지속된다는 모리 교수의 말.. 삶은 계속되기에 여전히 아름다운 것인가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