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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의 모험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
화이트헤드 지음 / 한길사 / 1996년 1월
평점 :
지난 2천 년 동안 플라톤의 철학이론과 기독교의 직관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경과 우애의 정서-즉 형제애의 개념-가 서구에서 서서히 성장하는 데 지적인 정당성을 제공해왔다. 이 정서는 모든 사회집단의 기저를 이루고 있다. 그것은 비교적 맹목적인 정서로서, 즉 서로 협동하며, 도와주며, 양육하며, 귀여워하며, 함께 놀며, 애정을 표시하는 것과 같은 충동으로서, 동물 사회에도 분명히 침투해 있을 것이다. 인류에게 이 기본적 감정은 한정된 사회 안에서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지성 능력(위기나 기회를 예견하는 능력, 집단과 집단간의 차이나 습관과 정서의 차이 등을 상상적으로 영입하는 능력)이 민족 상호간의 박애심과 정반대가 되는 잔인성을 야기해왔던 것이다. 인류는 강렬한 민족 감정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에 세계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는 간악한 착취와 민족간의 전쟁이라는 측면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민족 감정은 박애심이 동일 사회권 내의 특정 집단에만 한정됨으로써 쉽게 변질되는 경향이 있다.
2천 년 동안 철학과 종교는 서구인들 앞에 인간으로서의 이상적인 인간상을 내걸고 그것에다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왔다. 이런 강력한 경향성 밑에서 제수이트 수사들은 파타고니아까지 나아갔으며 존 울먼은 노예제를 비난하였고, 토마스 페인은 사회적 억압과 원죄의 교리에 항거하였다. 이들 제수이트 수사와 퀘이커교도들 및 자유사상가들은 서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이상)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정서는, 철학과 종교가 끼친 공동의 영향을 받아서 생긴 감정의 일반화에 힘입고 있었던 것이다.
제러미 벤담과 오귀스트 콩트는 이 일반화된 정서를 궁극적인 도덕적 직관으로서, 즉 어떠한 정당화도 필요로 하지 않고 또 그 정서와 다른 사물들과의 관계에 관한 궁극적 이해도 필요로 하지 않는, 명백한 사실로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들은 형이상학을 버렸다. (…) 그들은 확실성을 얻고자 ‘플라톤과 종교’를 포기하였으나 거기서 얻은 바가 아무것도 없었다.
[Alfred North Whitehead, "관념의 모험 Adventures of Ideas" (한길사:1996) pp. 9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