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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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토모 나라의 그림 때문에 더욱 유명세를 탄 책이다.
요시토모의 그림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 주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글을 읽고 나서 얼음처럼 차갑고 서걱서걱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키친’ 이후에 두 번째로 요시모토의 글을 읽으면서 ‘키친’의 ‘상처깁기’를 떠올렸다. 
가족의 죽음으로 상처 입은 영혼을 살아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요시모토의 글은 아픔이 없다. 일본 작가의 글이 그러할까? 한국작가의 글을 읽으면, 글 속에 있는 슬픔에 나도 같이 빠져 질척거리게 되는데, 일본 작가의 글을 슬픔도 아픔도 숨쉬듯 일상적인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정제되어 보이기까지 하다. 엄마가 죽고 아빠가 해괴한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동거를 시작하고 미쓰코 또한 가족으로 유리(아르헨티나 할머니)를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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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 개정판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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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한비야가 세계일주의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국토 종단을 하면서 쓴 여행서이다.
해남 땅끝마을에서 시작한 여행은 통일전망대에서 그 막을 내린다. 어떤 큰일이라도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옳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예전에 NGO월드비전에서 긴급구호팀장을 하면서 한비야가 쓴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읽으면서는 한비야가 정말 멋진 여자라고 생각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구호활동을 하는 한비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멋진 삶을 살 수 있을까 하고 부러워 했었다. 
이 책을 보면서는 한비야의 인간적인 여러 가지 면을 보게 되었다. 엉뚱한 한비야의 모습이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해 책을 읽으면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인 35살에 세계여행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너무 놀라웠고, 한비야가 용기가 있는 여자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만약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내 꿈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한비야말대로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아?’ 
정말 그렇다.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해 보지 않았으면서 포기하려고 한다. 주저하고 고민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한비야는 새로운 도전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 책 중에서

꿈을 가진 사람은 두 부류다. 꿈을 꾸는 사람과 꿈을 이루는 사람. 소박하든 원대하든 모든 꿈은 아름답다. 그러나 꿈만 꾸고 있는 사람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감나무에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것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요행수를 바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요행수라는 것은 없다. 꿈은 스스로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다.
꿈을 이루고 싶은가? 방법은 간단하다. 내일도 모레도 아닌 오늘, 한꺼번에 많이씩이 아닌, 한 번에 한 걸음씩 그 꿈을 향해서 걷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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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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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라기보다는 쉽게 설명된 심리학서 같다.

인간의 감정을 작가의 여행에서 혹은 삶에서 만난 사람들과 작가 자신의 모습을 빌어 쉽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감추어진 콤플렉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다. 단, 이 책을 읽을 동안 사랑이라든지, 나눔이라든지, ‘인생수업’처럼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책과 함께 읽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책이 주는 희망이라든지 사랑이 온통 정신분석학적으로 생각되어 감흥을 얻기가 어렵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시기심’과 ‘질투’의 차이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었다. 얼핏 같은 것 같지만, 질투란 자신과 연관된 사람과의 관계에서 , 사랑받는 입장에서 느끼는 자신의 초라함이라면, 시기심은 나와 무관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자신의 초라함이라 하겠다.
나는 그런 와중에 내가 나와 무관한 불특정 다수를 ‘시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시기. 심리학에서는 대부분 콤플렉스와 원인을 유아기 때 잘못 형성된 부모와의 관계, 특히 엄마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나는 나의 ‘시기심’이 유아기에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청소년기 어려웠던 가정환경이, 나에게는 시기심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만약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가정 속에서 자라났다면, 현재의 나의 모습 좀 더 발전된 모습이 아닐까?’라는.
그래서 인지 나는 어려운 환경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존경하는 반면, 유복한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빛낸 사람들에게는 막연한 시기심을 보였나 보다. ‘그래, 네가 그런 환경에서 복 받고 태어났으니까, 그런 게 가능한거야.'하면서 그들의 성공을 한 수 접고 비딱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성공한 사람이 어떤 시련을 극복해 냈는지 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축복받은 환경만을 생각하며 그 사람의 성공을 얕잡아 보고 있었다.  
 

이 책은 이런 나 자신에게, 내가 가진 감정의 원인을 되짚어 보게 하였고,

내가 나를 나답게 표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하였다.

인간이 가진 여러 가지 감정을 심리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제공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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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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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안동의 무덤에서 남자의 미라와 함께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를 얻어 쓰인 책이다.

이요신. 조선 명종 때의 사람으로 안동의 세도가에서 태어나 만석꾼으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다. 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응태는 너무 비상하고 선하고 밝은 아이다. 하지만 하운스님은 그의 사주를 부모의 가슴에 묻힐 사주라 한다. 지리멸렬하여 요절할 사주. 소화꽃 - 원래는 하늘정원에 있던 꽃을 훔쳐내어 인간 세상으로 가져 온 꽃-은 아름답고 기품있는 꽃이지만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정신을 상하게 하는 독이 있는 꽃이다. 아들 응태는 소화꽃과 같이 기품있고 빛나지만 소화꽃의 독을 피해갈 수 없다고 한다. 그 불행을 조금 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박복하고 박색인 아내를 얻어 그 음덕으로 액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버지 요신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그런 조건에 합당한 며느리를 찾게 된다. 
진보현 흥구에 살고 있는 홍생원의 여식 여늬는 일곱 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적 있었는데, 옆집 일꾼 종니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그 때 지나가던 스님이 와서는 매몰차게 여늬에게 죽어야 할 아이라 한다. 하늘의 운을 거슬렀기 때문에 아이의 운명에 끼어 든 사람은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1년 후 여늬를 구해주었던 종니가 이유없이 죽게 되자, 여늬의 부모는 여늬를 집 안에 숨기고, 흉한 소문을 내어 세상으로부터 여늬를 격리시키게 된다. 하지만 중매쟁이의 설득으로 응태와 정혼을 하게 된다. 혼례를 올리기 전 응태는 신부가 궁금하여 친구들과 사냥을 핑계로 흥구에 가게 된다. 그 때 돌담 너머로 아름다운 여인(응태에게 미인은 독이라 했다.)과 소화꽃을 보게 된다. 응태는 그 여인을 생각하며 소화꽃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응태를 본 신은 하운스님의 예언대로 응태의 삶이 진행된다는 것을 느끼고 결혼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둘은 혼례를 치르게 된다. 천하의 박색이라고 소문난 며느리는 선녀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요신은 피해갈 수 없는 응태의 운명을 예감한다. 응태는 아들을 위해 혼례를 올리고 처가살이를 하게 하는데, 집 주위에 있는 소화꽃을 다 없애 버리라고 한다. 소화꽃을 너무 좋아하는 여늬를 위해 단 한포기의 꽃만 남겨두게 된다. 아마 이것이 이 부부의 불행의 씨앗이 된 것이다. 둘은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늬는 하늘정원에서 소화꽃을 훔쳐내 온 이를 찾는 팔목수라의 꿈을 꾸게 된다. 팔목수라는 여늬를 찾아 하늘에서 내려와 온갖 고생을 한 역신이었다. 팔목수라는 하늘로 올라가기 바로 전 뒤뜰에 피어있는 소화꽃을 보고 여늬를 찾아낸다. 여늬가 전생에 저지른 죄로 인해 여늬에게서 소화꽃을 거두어 가려한다. 하지만 이미 소화꽃은 세상에 퍼지고 난 뒤였으니 여늬의 소화꽃인 남편 응태를 거두어 간다. 여늬가 팔목수라의 꿈을 꾸고 난 후 응태는 몇 년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간다. 아들 원이와 배속의 아이와 여늬를 남겨 두고. 그러나 아들 원이마저 죽게 되고 여늬는 남편을 그리워하다 결국은 스스로 곡기를 거부하고 남편 곁으로 간다. 

남편이 죽은 후 여늬는 소화꽃을 능소화로 이름 짓는다. 하늘을 능히 이기는 꽃이라는 뜻으로, 그리고 남편의 무덤가에도 능소화를 심고, 자신의 무덤가에도 능소화를 심는다. 능소화를 통해 남편과 자신이 하늘이 정한 사람의 운명을 거역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이야기의 전반에 소화꽃(능소화)에 대한 전설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응태와 여늬의 사랑 또한 소화꽃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소화꽃이 가진 독처럼 그들에게 서로에게 독이 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늬는 자신의 삶에 시련의 모습으로 있던 소화꽃을 ‘능소화’라 부르면서 하늘이 준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사랑을 이루어 간다. 책을 보는 내내 응태를 향한 여늬의 아련하고 처연한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먹먹해지는 책이었다. 물론 400년이나 지난 한 장의 편지에 의존한 허구라 하더라도 책 속에 녹아있는 둘의 사랑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받기에 충분한 이야깃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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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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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관심을 가져왔던 소설을 이제야 접하게 되었다.에쿠니 가오리의 글은 거의 읽었는데도, 요시모토의 글은 처음 읽게 되었다. 에쿠니의 글이 물 한잔 같이 담담하면, 요시모토의 글에서는 이온음료 같은 맛이 난다. 에쿠니의 글은 조금이라도 생각을 놓아버리면 저만큼 달아나 버린다면, 요시모토의 글은 조금 더 화려한 듯 하다. 그리고 조금 생각을 놓치더라도 금방 되돌아 올 수 있는 편한 글이었다. 일본소설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김치와 스시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와는 2% 다른 정신신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요시모토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깊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좀 더 그녀의 작품을 접해 보고 싶다. 

『키친』... 부엌을 사랑하는 미카게는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세상에 혼자 남겨 지게 된다. 혼자 살기엔 너무 큰 방과 집세 때문에 집을 옮기게 된 미카게는 유이치라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집에 살게 된다. 유이치에게는 특별한 엄마가 있다. 예전에는 유이치의 아빠였으나 엄마가 죽고나자 성전환수술을 해서 지금은 엄마가 되어버린 아버지이기도 하면서 엄마가 되어린 에리코 1부 키친에서는 할머니를 잃은 미카게가 세상에 홀로 버려진 슬픔을 유이치와 에리코의 도움으로 극복한다. 키친의 2부격인 『만월』에서는 에리코가 스토커 때문에 죽게 된다. 유이치는 세상에 홀로 남겨 지게 되고, 미카게는 그런 유이치에게 쉴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준다. 출장을 간, 미카게가 유이치에게 덮밥을 가져다 주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미카게와 유이치의 모습을 통해 요시모토는 이 책의 주제인 ‘상처깁기’에 대해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세상에 외롭게 남겨진 두 사람이 서로 위로 받고, 위로하는 모습이 따스해 보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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