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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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안동의 무덤에서 남자의 미라와 함께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를 모티브를 얻어 쓰인 책이다.

이요신. 조선 명종 때의 사람으로 안동의 세도가에서 태어나 만석꾼으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다. 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응태는 너무 비상하고 선하고 밝은 아이다. 하지만 하운스님은 그의 사주를 부모의 가슴에 묻힐 사주라 한다. 지리멸렬하여 요절할 사주. 소화꽃 - 원래는 하늘정원에 있던 꽃을 훔쳐내어 인간 세상으로 가져 온 꽃-은 아름답고 기품있는 꽃이지만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정신을 상하게 하는 독이 있는 꽃이다. 아들 응태는 소화꽃과 같이 기품있고 빛나지만 소화꽃의 독을 피해갈 수 없다고 한다. 그 불행을 조금 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박복하고 박색인 아내를 얻어 그 음덕으로 액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버지 요신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위해 그런 조건에 합당한 며느리를 찾게 된다. 
진보현 흥구에 살고 있는 홍생원의 여식 여늬는 일곱 살 때 물에 빠져 죽을 뻔 한 적 있었는데, 옆집 일꾼 종니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그 때 지나가던 스님이 와서는 매몰차게 여늬에게 죽어야 할 아이라 한다. 하늘의 운을 거슬렀기 때문에 아이의 운명에 끼어 든 사람은 온전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1년 후 여늬를 구해주었던 종니가 이유없이 죽게 되자, 여늬의 부모는 여늬를 집 안에 숨기고, 흉한 소문을 내어 세상으로부터 여늬를 격리시키게 된다. 하지만 중매쟁이의 설득으로 응태와 정혼을 하게 된다. 혼례를 올리기 전 응태는 신부가 궁금하여 친구들과 사냥을 핑계로 흥구에 가게 된다. 그 때 돌담 너머로 아름다운 여인(응태에게 미인은 독이라 했다.)과 소화꽃을 보게 된다. 응태는 그 여인을 생각하며 소화꽃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응태를 본 신은 하운스님의 예언대로 응태의 삶이 진행된다는 것을 느끼고 결혼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둘은 혼례를 치르게 된다. 천하의 박색이라고 소문난 며느리는 선녀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요신은 피해갈 수 없는 응태의 운명을 예감한다. 응태는 아들을 위해 혼례를 올리고 처가살이를 하게 하는데, 집 주위에 있는 소화꽃을 다 없애 버리라고 한다. 소화꽃을 너무 좋아하는 여늬를 위해 단 한포기의 꽃만 남겨두게 된다. 아마 이것이 이 부부의 불행의 씨앗이 된 것이다. 둘은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늬는 하늘정원에서 소화꽃을 훔쳐내 온 이를 찾는 팔목수라의 꿈을 꾸게 된다. 팔목수라는 여늬를 찾아 하늘에서 내려와 온갖 고생을 한 역신이었다. 팔목수라는 하늘로 올라가기 바로 전 뒤뜰에 피어있는 소화꽃을 보고 여늬를 찾아낸다. 여늬가 전생에 저지른 죄로 인해 여늬에게서 소화꽃을 거두어 가려한다. 하지만 이미 소화꽃은 세상에 퍼지고 난 뒤였으니 여늬의 소화꽃인 남편 응태를 거두어 간다. 여늬가 팔목수라의 꿈을 꾸고 난 후 응태는 몇 년을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 간다. 아들 원이와 배속의 아이와 여늬를 남겨 두고. 그러나 아들 원이마저 죽게 되고 여늬는 남편을 그리워하다 결국은 스스로 곡기를 거부하고 남편 곁으로 간다. 

남편이 죽은 후 여늬는 소화꽃을 능소화로 이름 짓는다. 하늘을 능히 이기는 꽃이라는 뜻으로, 그리고 남편의 무덤가에도 능소화를 심고, 자신의 무덤가에도 능소화를 심는다. 능소화를 통해 남편과 자신이 하늘이 정한 사람의 운명을 거역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린다.

이야기의 전반에 소화꽃(능소화)에 대한 전설이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응태와 여늬의 사랑 또한 소화꽃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소화꽃이 가진 독처럼 그들에게 서로에게 독이 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늬는 자신의 삶에 시련의 모습으로 있던 소화꽃을 ‘능소화’라 부르면서 하늘이 준 운명을 거부하고 자신의 사랑을 이루어 간다. 책을 보는 내내 응태를 향한 여늬의 아련하고 처연한 마음이 전해져 가슴이 먹먹해지는 책이었다. 물론 400년이나 지난 한 장의 편지에 의존한 허구라 하더라도 책 속에 녹아있는 둘의 사랑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받기에 충분한 이야깃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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