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본다.
그 안에 내가 보이고 수건이 보이고 칫솔이 보인다
그리고 비누 곽도 보인다.
감지 않아서 기름진 머리, 귀찮아 꽁 말아 올린 상태.
얼굴엔 잔주름과 여드름이 자잘하게 보인다.

세수를 하려고 수돗물을 튼다.
자세히 보니 물이 새고 있다.
분명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세게 쥐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금새 수도꼭지에서 물이 또 샐 리 없다.

세수를 하니 거울 속 내 모습이 더욱 뚜렷한 윤곽으로 나타난다.
피지구멍이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한 두 군데 여드름이 쓰라린다.
노랗게 농이 올랐다
곧 터질 듯이.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더 이상 생기 있고 발랄하던 스무 살 여학생이 아니었다.
초라하고 취업할 자리를 찾지 못해 주름만 늘어가는 히스테릭 해 보이는 어떤 알지 못 하는여자였다.


거울을 깨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아내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고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그리고 거울 속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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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대단한 여자다.

비약하려 한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대단한 분이다.

그 어떤 역경이 닥쳐와도 그 역경에 굴하지 않고 맞선다는 느낌… 한 두 번 정도가 아니라

몇 번 이라도…..

 

어머니는 그렇게 나를 키우셨다.

끝없는 헌신과 희생으로

난 바라지 않았지만 내 기대 이상으로 어머니는 나를 감싸고

엄마의 아늑한 베갯잇 옆에 있다는 상상으로 내 마음을 가득 채워 주었다.

난 언제나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일일이 나서야 할 일은 별로 없었다.

늘 엄마가 곁에서 내 모든 비서가 돼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자랐고

내가 깨닫기도 전에 독립심이라는 자의식은 내 속에서 온전히 사라진 후였다.

 

나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언제나 멈춰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뭔가를 열심히 계획하고 작성하고 이야기하는 모습들.

나는 그 속에서 누군가 내게 할 일을 주기를 기다렸지만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한 참 후에야 나는 내 일은 내가 찾아서 해야 한다는 걸 알았고 그 후에는 부모님을 원망했다.

 

 

왜 엄마는 내게 자립심을 가질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내가 스스로 생각할 힘을 길러주지 못 하셨던 걸까

원망 아닌 원망으로 내 속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증오와 사랑이 뒤범벅된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1년을 허비했다.

어쩌면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했다.

수도 없이.

수만 번.

그렇게 생각했다.

 

난 좀 더 건설적인 사람이 돼야 해.

난 좀 더 이상적인 사람이 돼야 해.

난 좀 더 계획적인 사람이 돼야 해.

좀 더 좀 더 좀 더 좀 더 좀 더…..

 

 

난 좀 더 사랑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좀 더 기대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늘 되고 싶기만 했다.

실제로 되지는 못하고

 

그런 점이 나를 내 세상에만 갇힌 존재로 이끌었다.

소통하고 흘러가고 부딪히고 깨달을 기회를 갖지 못한 체로.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할수록 오히려 그런 생각들이 나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겁쟁이가 된다’는.

 

그렇다.

나는 겁쟁이로 전락했다.

유망하고 앞길이 창창하던에게서

생각만으로 가득 차 한 가지도 실천하지 못하는 한심한 겁쟁이로.

 

어머니는 대단한 여자다.

약간의 반향만을 주어도 엄마는 생기로 가득 찬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약간의 반향, 기쁨, 혹은 재생할 수 있는 기분??

누군가 주어야만 한다. 그 반향을.

스스로는 생산해내지 못하고 누군가가 엄마에게 주어야 만 한다.

꽃에 물을 주듯이.

 

지칠 대로 지쳐있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자신만의 계획들을 나열해간다.

정작 엄마 옆에서 나서지도 못하고 비참해진 나는 발견하지 못하신다.

 

나도 필요한데.

속으로 조용히 외쳐본다..

‘나도 필요한데’

 

나도 엄마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데.

따뜻한 햇볕이 필요한데….

나를 비참함의 구렁텅이에서 끌어올려줄 사다리가 필요한데……

 

 

어머니는 대단한 여자다.

약간의 반향만으로도 새로운 힘으로 재 탄생하는 어머니는 대단한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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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이야기는 한 여자의 자살기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자는 자살하기 전 의미 없는 삶과 반복될 일상들의 지루함에 치를 떤다.

그녀는 아무도 자신을 기억해주지 않기를 바라며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고

의식을 잃는다.

 

그녀는 의식을 잃은 지 일주일 후쯤 정신이 든다.

그 곳은 여느 병원과는 달랐다.

빌레트. 원래는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정신 장애를 가진 군인들을 수용할 시설로 시작됐지만 실제로 전쟁이 길지 않았고 오히려 전쟁 보다는 일반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았으므로 그 곳 정신 병동은 꽤 많은 방이 비어있었다.

 

그녀는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의사에게서 자신이 자살기도의 후유증으로 심장에 이상이 생겼으며 일주일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그 것 참 아이러니 하게도 그녀는 자신이 일주일도 못 살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에 오히려 자신이 살 수 있었을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녀는 처음 이 삼일 동안은 다시 자살하기 위해 알약을 구하려 했지만

이내 부질없음을 느끼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 순간 어찌나 버럭 겁이 나는지 다시 살고 싶은 욕망이 저 심연 깊은 곳에서부터 치솟음을 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피아노에 일생을 걸려 했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꿈을 좌절해야만 했던 기억도 함께.

 

그녀는 피아노를 칠 수 있을만한 공간을 찾는다. 살롱. 이미 어두운 방안에 피아노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녀는 가까이 다가가 앉는다. 달 빛이 창문을 통해 슬며시 들어온다. 그녀는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다. 무지막지한 감정이 솟아오른다. 증오, 사랑, 두려움, 불안, 공포, 후회 등 의 감정들이 심장을 세차게 방망이질 한다. 우당타앙……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그는 정신 분열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에뒤아르 였다.  그는 그녀의 옆에 다가와 피아노를 더 쳐주기를 기대하는 눈빛을 보낸다. 그녀는 월광 소나타를 연주한다.

 

 

이 책은 나에게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미 생각해 보았던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에 잠기게 했다. 이 책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나는 이미 연금술사라는 책으로 내게 큰 감명을 준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를 언제나 칭송의 어조로 이야기하지만 이 책은 거의 여자의 마음을 아니 어쩌면 나의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나를 경악 케 했다. 자살 충동. 그리고 새롭게 다가간 삶에 대한 애착에 대한 여자의 심리를 자세하고도 지리멸렬하게 묘사하고 있다.

 

나 또한 자살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지 않아 있다. 실제로 손목에 칼을 대볼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죽음에 대한 충동만큼 삶에 대한 충동 또한 컸다. 나는 죽도록 살기 싫었지만 죽도록 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드라마에서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죽이기 위해 무기상에 들러 총을 구입하려 하는데 총을 파는 남자가 사려는 남자에게 말하던 장면이다. 남자는 총을 넘겨주며 사람을 진짜 죽이려는 사람들이 이 총을 구입하려고 한다며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그 순간에 자신의 본성을 깨닫게 된다고 이야기해준다. 그 순간이 와야만이 자신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내 생각엔 나는 자살을 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다. 자살 또한 그 순간이 와야만 알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옥상 위에서 뛰어내릴지 안 뛰어내릴지를.

 

결국 베로니카는 죽지 않는다.

늙은 의사 이고르는 자신의 논문을 위해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살 기도 이후 자신이 다시 삶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알면 또 다시 자살을 시도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녀를 시한부 인생으로 몰아넣음으로써 죽음의 자각이라는 자신의 논문을 완성한다. 그녀를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던 거다. 결국 두 사람이 빌레트를 탈출함으로써 그는 거짓말에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됨을 위안으로 삼는다.

 

베로니카는 에뒤아르라는 정신분열증 환자이면서도 아닌 이 청년과 빌레트의 허술한 경비를 빠져나와 하룻 밤의 목숨을 즐기려 한다. 하지만 다음날 차디찬 공원? 속에서 노숙하다 깨어난 이 커플은 아직도 그녀가 살아있음에 하늘에 감사하며 하루를 맞이한다.

 

 

사람들은 삶을 그토록 증오하면서도 사랑한다. 어쩌면 인간들은 하루하루를 죽어가며 사는데도 더 빠른 죽음을 맞지 못해 안달이 난 듯 하다. 뉴스에서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들으며 또한 속으로 안심하는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또한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 정말 현자들의 이야기처럼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일까. 처음 시작한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맞는 말일까.

 

어쨌든 나는 지금 살아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더 빠른 죽음을 맞지 못해 안달난 듯이. 그리고 더 빠르게 지루하게 지쳐가며 또한 감사할 것이다. 이토록 생기 있고 아름다운 삶의 기회를 갖게 된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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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전자사전 딕플 알파 D20+SD 512MB - 색상:레드
중국
평점 :
절판


 

매끈한 디자인에 노트북 키패드 스타일 그리고 mp3ebook기능은 물론 포토뷰어라디오까지..

다재다능한 전자 사전이네요.. 전자사전이라기 보단 만능 전자수첩이 왠지 더 어울릴것 같은 전자 사전..

아, 그렇다구 전자사전 기능이 약한것두 아니에여, 예문에서부터 활용 숙어등 단어 검색에 있어서

편리한 기능이 많이 합쳐져 있어서 활용자가 쓰기 쉽고 편리하게 돼 있어요.

게다가 업데이트가 된다는점이 큰 매력인 것 같음..

사은품으로는 아이리버 다이어리와 가방을 받았는데요 ㅋ


아이리버 다이어리

다이어리는 빨강색의 적당한 사이즈구여 ㅋ 안에는 귀여운 색연필도 함께 들어있어요 ㅋ

가방은 보기에는 탄탄한게 무난한데여, 아이리버 상표의 압박이~ㅋ

단점으로는 매끈한 전자 사전커버에 지문이 잘 묻는 다는점 정도.. 그리고 전용 리모컨을 제공하지

않는 다는 점 정도.. 다른 점은 좀 더 써봐야 알듯..^^  아직까진 그 이외에 별다른 단점을 발견 못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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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스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안종설 옮김 / 집사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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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스'가 공포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난 읽으면서 공포물처럼 무섭다는 두려운 기분에 휩싸였었다. 이 소설 속에서는 아주 특이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미지의 별 '솔라리스'를 연구하기 위해 떠난 대원들에게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지구 본부에서 알게됐다. 그래서 한명의 의사를 미지의 별 '솔라리스'로 파견한다. 그들은 단순한 의료문제로 보고 그를 파견했지만 '솔라리스'에서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솔라리스'에 도착한 의사는 썰렁하고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의 우주선을 보고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뭔가 다른 일들이 이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그는 먼저 우주선의 책임자인 박사를 만나려고 하지만 그는 이미 죽어있었다. 그래서 다른 대원을 만나지만 그 또한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외계인도 아닌 무언가가 우주선 안을 계속 돌아다닌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그는 그러한 것들을 믿지 않았지만 차츰 그러한 현상에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그 알수없는 물체와 현실을 혼동하기 시작한다.

그 생생한 묘사는 나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고 책 속으로 빨려들어간 것 같다. 나는 한번 그 책을 잡은 이후로 책을 단번에 읽어냈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에 나에게는 뭔가 허무한 듯한 감정이 떠올랐다. 긴박한 상황이기 보다는 고요하고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무거운 공기와 깜짝 깜짝 놀라는 스릴을 맛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이런 류의 소설이 있다면 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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