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대단한 여자다.

비약하려 한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대단한 분이다.

그 어떤 역경이 닥쳐와도 그 역경에 굴하지 않고 맞선다는 느낌… 한 두 번 정도가 아니라

몇 번 이라도…..

 

어머니는 그렇게 나를 키우셨다.

끝없는 헌신과 희생으로

난 바라지 않았지만 내 기대 이상으로 어머니는 나를 감싸고

엄마의 아늑한 베갯잇 옆에 있다는 상상으로 내 마음을 가득 채워 주었다.

난 언제나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내가 일일이 나서야 할 일은 별로 없었다.

늘 엄마가 곁에서 내 모든 비서가 돼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자랐고

내가 깨닫기도 전에 독립심이라는 자의식은 내 속에서 온전히 사라진 후였다.

 

나는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언제나 멈춰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뭔가를 열심히 계획하고 작성하고 이야기하는 모습들.

나는 그 속에서 누군가 내게 할 일을 주기를 기다렸지만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한 참 후에야 나는 내 일은 내가 찾아서 해야 한다는 걸 알았고 그 후에는 부모님을 원망했다.

 

 

왜 엄마는 내게 자립심을 가질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내가 스스로 생각할 힘을 길러주지 못 하셨던 걸까

원망 아닌 원망으로 내 속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증오와 사랑이 뒤범벅된다.

 

 

나는 그런 생각으로 1년을 허비했다.

어쩌면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했다.

수도 없이.

수만 번.

그렇게 생각했다.

 

난 좀 더 건설적인 사람이 돼야 해.

난 좀 더 이상적인 사람이 돼야 해.

난 좀 더 계획적인 사람이 돼야 해.

좀 더 좀 더 좀 더 좀 더 좀 더…..

 

 

난 좀 더 사랑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좀 더 기대 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늘 되고 싶기만 했다.

실제로 되지는 못하고

 

그런 점이 나를 내 세상에만 갇힌 존재로 이끌었다.

소통하고 흘러가고 부딪히고 깨달을 기회를 갖지 못한 체로.

 

자유롭고 싶다고 생각할수록 오히려 그런 생각들이 나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겁쟁이가 된다’는.

 

그렇다.

나는 겁쟁이로 전락했다.

유망하고 앞길이 창창하던에게서

생각만으로 가득 차 한 가지도 실천하지 못하는 한심한 겁쟁이로.

 

어머니는 대단한 여자다.

약간의 반향만을 주어도 엄마는 생기로 가득 찬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약간의 반향, 기쁨, 혹은 재생할 수 있는 기분??

누군가 주어야만 한다. 그 반향을.

스스로는 생산해내지 못하고 누군가가 엄마에게 주어야 만 한다.

꽃에 물을 주듯이.

 

지칠 대로 지쳐있다가도 다시 일어나서 자신만의 계획들을 나열해간다.

정작 엄마 옆에서 나서지도 못하고 비참해진 나는 발견하지 못하신다.

 

나도 필요한데.

속으로 조용히 외쳐본다..

‘나도 필요한데’

 

나도 엄마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데.

따뜻한 햇볕이 필요한데….

나를 비참함의 구렁텅이에서 끌어올려줄 사다리가 필요한데……

 

 

어머니는 대단한 여자다.

약간의 반향만으로도 새로운 힘으로 재 탄생하는 어머니는 대단한 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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