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을 본다.
그 안에 내가 보이고 수건이 보이고 칫솔이 보인다
그리고 비누 곽도 보인다.
감지 않아서 기름진 머리, 귀찮아 꽁 말아 올린 상태.
얼굴엔 잔주름과 여드름이 자잘하게 보인다.

세수를 하려고 수돗물을 튼다.
자세히 보니 물이 새고 있다.
분명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세게 쥐었던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금새 수도꼭지에서 물이 또 샐 리 없다.

세수를 하니 거울 속 내 모습이 더욱 뚜렷한 윤곽으로 나타난다.
피지구멍이 이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한 두 군데 여드름이 쓰라린다.
노랗게 농이 올랐다
곧 터질 듯이.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더 이상 생기 있고 발랄하던 스무 살 여학생이 아니었다.
초라하고 취업할 자리를 찾지 못해 주름만 늘어가는 히스테릭 해 보이는 어떤 알지 못 하는여자였다.


거울을 깨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아내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내고
나갈 준비를 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그리고 거울 속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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