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5 (개정판) - 자금조달과 성장의 비밀 천재가 된 홍대리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홍대리는 언제부터인가 공부하는 직장인들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회계와 일본어, 컴퓨터를 넘나들며 천재가 되어 가는 홍대리를 닮아야겠다는 욕심에 회계 천재 홍대리라는 책을 샀다.
회계라는 어려운 학문은 돈을 만지는 경리, 재무 팀에서나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장인이 되어 보니 회계에 대한 지식이 다방면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현재 나는 구매팀에 있지만, 회계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면 거래 업체 선정시 재무제표 분석도 해야 하고, 원가 분석을 할 때는 고정비, 변동비 등 회계 용어를 써야 상사가 보고서에 토를 달지 않는다.
지출결의를 쓸 때면 수선비 비용으로 할 것인지, 자본적 지출 항목으로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개인적으로 주식 투자를 할 때에도 기술적 분석은 모른다고 해도 최소한 손익 계산서, 재무제표는 봐야 묻지마 투자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경제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수적인 회계인데 나는 아직 회계라는 것에 대해 원초적으로 알레르기가 생기고 차변은 괜찮은 데, 대변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꾸 엉뚱하게 화장실이 생각난다. 그래서 회계에 대해 전문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아니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그럴 능력도 안 된다.

회계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찾아 보니, 특정의 경제적 실체에 관하여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유용한 재무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 또는 체계라고 되어있다. 설상가상으로 더욱 어렵다.
나는 회계를 단순히 회사랑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언어라고 정의하고 싶다.
우리가 미국인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영어를 써야 하고, 컴퓨터랑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자바, 비쥬얼, C++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라는 무생물체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회계라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구매 업체 선정을 할 때의 이야기를 해보면, A와 B라는 업체가 있는 데, 물건에 대한 단가는 동일하다. 그런데 한 회사는 빛이 많아 금방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생겼고, 다른 회사는 빛이 없고 안정적이다. 구매업무에서는 값싼 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정적이라는 말은 회사의 영속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회계언어를 모른다면 이런 대화가 될 것이다.
나 : 사장님네 회사 돈 많아요? 부도 나는 거 아니죠
A사 사장 : 에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우리 회사 돈 많아요. 걱정 마세요.

나 : 사장님네 회사 돈 많아요? 부도 나는 거 아니죠
B사 사장 : 남의 돈 안 쓰는 회사가 어디 있어요. 그런데 무너질 정도는 아니니 믿어주세요.

그런데, 회계 언어를 안다면 이런 대화가 될 것이다.
“사장님네 회사 부채 비율이 얼마나 되시죠?”
“저희 회사의 부채 비율은 50%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회계를 안다는 것은 학생과 직장인을 구별하게 한다. 회계 언어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며 좀 있어 보인다. 회계는 모든 것을 숫자로 치환한다. 그래서 그 사이에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되지 않게 보호막을 친다.

앞의 A와 B사의 사장들의 경우를 계속 대입해 보면
A사 사장은 돈이 많다고 했고, B사 사장은 빚이 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구나 A사가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사장님께 올리는 업체 선정 사유에 A사가 돈이 많다고 함.. 이렇게 쓸 수는 없다..
회계 언어를 써서 이렇게 쓴다면 사장은 나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
“A사의 부채비율이 50% B사의 부채비율이 70%로 둘 다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A사가 B사 보다 안정적임.”

회계는 항상 숫자로 이야기하며, 1원의 차이를 용납하지 않으며, 자산 = 부채+자본 이라는 대전제하에 차변, 대변으로 회사의 모든 시시콜콜한 일들을 규격화한다.
그래서 회계를 좋아하는 사람을 대해 냉정하고, 창의력이 없고,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깐깐한 사람이라고 매도한다.
하지만 회사라는 것이 철저하게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정의를 내리게 되자 회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수익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냉정하게 추구하며, 딱 부러지게 숫자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사랑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회사에게 사랑 받고 싶기 때문에 회계 언어를 배워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해본다.
“회계는 분명 어려운 녀석이지만, 회계라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회사와 더욱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워크아웃 판결문>
파인애플의 까칠까칠한 껍질을 벗기고, 먹지 좋게 잘라 놓은 것처럼 회계 천재 홍대리는 어려운 회계를 재미있고 읽기 쉽게 엮은 책이다.
하지만., 내가 정한 기준 5가지 중 어느 하나의 항목에도 부합되지는 못했다.
따라서 회계 천재 홍대리는 중고 판매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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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위저드 베이커리>

가족의 끊을 잃어버린 주인공 나는 가족과의 식사가 불편하여 빵을 매일 사게 되었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단절된 지 오래고, 새 엄마인 배선생님은 나에 대해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으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꾸역꾸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배선생님의 딸인 무희에게 이상한 징조가 발생한다. 팬티에 피가 묻은 것을 배선생이 발견한 것이다. 배선생은 무희에게 누가 그랬냐고 다그쳤고 처음에는 영어학원 강사라고 했다가 법정을 오고가며 고초을 겪은 무희는 마음을 바꿔 만만한 나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살얼음이 탁하고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가뜩이나 눈에 가시였던 나를 배선생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급기야 폭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버지를 바라보았으나 아버지는 타인이었다. 더 이상 가족이라는 구성원으로 살아갈 의미가 없어진 순간, 나는 배선생을 밀치고 집을 떠나 달리기 시작했다.

나의 발길이 멈춘 곳은 위저드 베이커리. 범상치 않은 인상의 지점장과 청순한 여종업원이 일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 나를 점장은 숨겨 주었다. 빵을 굽는 오븐이 있는 곳으로.. 오븐 속으로 점점 걸어간 나는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마법사가 살고 있는 공간, 위저드 베이커리의 본질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청순한 여종업원이 원래는 파랑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낮에는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저녁이면 파랑새가 되어 이 방에 머무는 마법에 걸린 새였다. 괴팍한 점장은 나에게 잠시 숨을 돌리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파랑새는 그 예쁜 모습만큼이나 예쁜 마음으로 나를 헤아려 점장에게 내가 있고 싶을 때까지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준다. 그렇게 나와 파랑새와 위저드 베이커리의 마법사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나의 기억 속에 엄마라는 존재는 나를 청량리 역에 버린 사람, 그리고 내 앞에서 우울증 약을 과다 복용하고 스스로 목을 맨 모진 엄마였다. 그런데 나는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청량리 역에서 버림 받았다가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경찰서로 넘겨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를 꼭 안아 주었던 엄마의 품이 따스했다는 기억이 더욱 강하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점장은 마법사이거나 아니면 사이비 교주 같은 사람이었다. 짝사랑을 이루어주는 쿠키를 만들고,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골탕먹이는 쿠키를 만들고, 증오하는 사람을 닮은 부두 인형 같은 빵도 만든다. 그런데 효과가 있기는 한 가보다. 인터넷 쇼핑몰에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는 것을 봐서는..
그리고 점장은 노련해서 남용하면 효과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헤칠 수 도 있다고 경고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런데 그 말이 허투루 하는 말은 아닌 듯했다. 친구를 골탕 먹이려다 자살에 이르게 만든 아이나,
짝사랑하던 사람에게 짝사랑을 이루어주는 쿠키를 먹였는데 그 사람이 스토커가 되었고, 결국에는 방화범이 되어 짝사랑을 이루어 달라고 쿠키를 건넸던 여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것으로 봐서는 말이다.
나는 위저드 베이커리에 머물며 사람들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존재이며, 나약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배선생이 나를 닮은 부두 인형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접수한다.
뭐, 그렇게 섭섭하지는 않다. 섭섭한 것은 점장이 너무 열심히 그리고 너무 섬세하게 나를 닮은 부두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점장도 힘든 삶을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15일에 하루 잠에 드는 데, 그 순간 그를 증오하는 잠의 마귀들이 그를 덮치는 것이다. 이유는 점장이 만드는 잠잘 때 잠의 마귀를 막아주는 빵 때문에 자신들이 괴롭힐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이유. 한 마디로 즐거움이 줄어들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나는 단 하루도 편히 잠자지 못하는 점장의 모습을 보면서 연민의 정을 느낀다. 그래서 마귀에서 점장대신 나를 괴롭히라고 호기롭게 말한다. 말과 실천은 하늘과 땅 차이인 법, 나는 죽음을 경험하다 깨어난다. 그런 나에게 점장은 고마워하기 보다는 심하게 질책한다. 죽고 싶냐고!!
그런데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알 수 없는 따뜻함을 느낀다. 그는 나를 걱정한 것이다. 내가 죽을까 봐..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모습에 나는 그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린다. 가족에게 받아야 하는 이런 감정을 왜 난 괴팍한 점장에게 느끼는 것일까...

점장이 만드는 최고의 메뉴는 타임 리와인더라는 시간을 되돌리는 쿠키다.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그 쿠키는 점장에게 아픈 상처를 주었던 녀석이다.
한참 잘나가던 점장이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 있다는 오만함으로 한 사람을 살렸는데 그 살아난 사람이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을 헤치고 자살한 것이다. 점장은 그 충격으로 이 쿠키를 만드는 것을 주저하고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붙여 놓았다. 리와인더 쿠키에는 세상의 균형을 깨트리는 위험이 있다. 그리고 슬픈 이야기지만 시간을 되돌렸을 때 그 사람이 예전의 후회를 기억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사랑하는 아기를 잃은 부모가 시간을 되돌려 아기와 이별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지만, 막상 시간을 되돌려도 그들은 그러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아기를 살리기 위해 병원에서 전전긍긍하다 다시 똑같은 이별을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만남은 없듯이, 위저드 베이커리와의 이별의 시간이 다가 오기 시작했다. 자기의 탐욕으로 부메랑을 맞은 고객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점장은 쇼핑몰을 폐쇄하고 나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은 알았지만, 막상 점장이 나에게 돌아가라고 하자 괜히 서글픔이 느껴졌다. 점장은 나에게 배선생이 주문한 부두 인형을 건넸다.
그 순간 경찰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난입한다. 일촉즉발의 순간, 점장은 마법을 부려 경찰들을 멈춰버리고 나에게 부두 인형과 타임 리와인더 쿠키를 던져준다. 그리고 그것이 위저드 베이커리와의 마지막 순간이었다.

집으로 쫓기듯 돌아온 나는 눈이 휘둥그래지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것은 아버지랑 무희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목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내가 배선생에게 시달렸을 때 한발 뒤로 물러서 그냥 관망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무희는 왜? 매력 없는 아버지와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나와 눈이 마주친 무희는 얼어 붙은 얼굴로 아버지의 어깨를 두드렸고 그 순간.. 배선생이 나타났다. 배선생은 눈이 뒤집혀 아버지에게 (사실 이런 아버지는 아버지라고 부를 가치가 없을 것 같다.) 온갖 욕과 물건을 던졌고 그 중 하나가 아버지의 머리에 맞아 피가 주르륵 흘렀다. 나는 그냥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배선생의 불똥이 나에게로 튀어 배선생이 나에게 달려 들었을 때, 몸싸움 와중에 타임 리와인더 쿠키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만다. 자 이제 선택의 순간이다. 타임 리와인더 쿠키를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 1 타임 리와인더 쿠기를 먹다.
왠지 아버지가 재혼한다고 보여주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배선생이라는 사람인데, 왠지 그냥 좋지 않은 기분이 든다. 할머니는 나에게 어린 것이 왜 어른들의 일에 간섭하냐고 짜증을 내시지만 그래도 싫은 것은 싫다. 그리고 웬일인지 아버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의 의견을 들어준다. 그래서 배선생은 나의 인생에 엮이지 않게 된다. 좀 미안한 것은 그 후 아버지에게 배선생만큼 재혼 이야기가 잘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하긴 아버지는 혼자 사는 것이 세상 평화에 기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는 데 파랑 옷을 입은 청순한 여성이 나에게 반갑게 손을 흔든다. 설마 나에게 그런 것일까? 주위를 아무리 둘러 보아도, 나 밖에 없다.
해맑은 웃음으로 나에게 반가움을 표시하는 그녀..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이다.


선택 2 타임 리와인더를 먹지 않다.
아버지는 파렴치한 아버지가 되어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된다. 당연한 결과지만 구속..
그리고 나는 그런 아버지의 피를 받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학교를 옮기고 최대한 조용히 살아가게 된다.
물론 배선생은 아버지와 이혼했고 정신적인 피해 보상으로 아버지의 재산을 다 가져갔다.
다행히 나는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되었다. 역시 세상에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여성에게서 쿠키를 선물로 받게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쿠키는 짝사랑하는 사람을 휘어잡는 쿠키!!
메이커는 위저드 베이커리다. 나는 그 여성에게 위저드 베이커리의 위치를 물었다.
그리고 힘차게 위저드 베이커리를 향해 달린다. 파랑새와 마법사 점장의 따스함이 있는 그 곳으로 ...

■ 나에게
까칠한 위저드 베이커리의 점장과 청초롬한 파랑새가 없었다면 이 책은 가정에 동화되지 못하는 아버지와 아동학대를 하는 새엄마와 그리고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나의 엄마, 그리고 거기에 대한 충격으로 말을 더듬는 나라는 등장하는 아주 우울하기 짝이 없는 소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특별한 존재가 우울한 이야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고, 까칠하지만 따듯함이 느껴지는 마법사 점장에 의해 마치 헤리포터를 보는 듯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

그런데 찝찝한 것은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하필이면 왜 근친 상간일까?
나의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지만 그리고 정이 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물론, 근친상간은 제외) 회사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지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면 자식들에게 냉대받고 아내에게 무시당하고, 그런데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것은 가족일지도 모른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지상 최대의 의무를 우리는 너무 쉽게, 그리고 너무 당연하게 아버지에게 떠맡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우리의 엄마들도 힘든 것은 많다. 아이들의 양육을 모조리 떠맡고,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는 가사노동과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들도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부모가 서로 언성을 높여 싸울 때, 자식들은 중간에 끼어 발만 동동 구른다. 그리고 스스로 자립하지 못하고 의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커다란 스트레스임에는 틀림없다.

우리 모두 쉬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서로서로 이해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남의 일은 항상 쉽게 보이고 자기의 일은 항상 어렵게 보이는 법이며, 원래 가까운 사람에게 제일 못하는 법이다.

■유빈에게
성장소설이라고 하는 데, 난 너에게 이 책을 쉽게 권할 수 가 없다.
첫 번째 망설여지는 것은 무희와 아버지의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그리고 아버지의 외도 때문에 우울증에 걸려 괴로워하다 청량리 역에 주인공 "나"를 버리고 결국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린 불운한 친 엄마 때문에, 그리고 나를 괴롭히는 새엄마의 잔인함 때문에.
난 처음에는 청량리 역에 주인공 "나"를 버린 엄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랑 없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것이 세상 무엇보다 불행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엄마는 "나"를 사랑했기 때문에 버린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마치 예전 공산 국가 동독에서 아이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서독으로 아이를 밀입국 시켰던 부모들처럼 말이다.
어떤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일까?
그런데 난 너에게 위저드 베이커리 점장과 파랑새가 있기에 읽어 볼만한 소설이라고는 이야기하고 싶다.
까칠한 성격이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따뜻함과 다정스러움을 가진 마법사 점장.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착하고 예쁘고 청순한 아이 파랑새

점장과 파랑새는 내 마음 속의 절대자이며, 영원한 후원자라고 생각한다.
가끔 난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저 얄미운 사람이 잘 안됐음 좋겠다. 짝사랑하는 멋진 사람이 나만 바라봤으면 좋겠다. 갑자기 벼락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린 시절로 돌아갔으면...
점장은 이러한 나의 마음을 쿠키와 빵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절대자 같은 존재다.
물론 지나친 탐욕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깊은 함정에 빠지게 만든다는 경고 메시지는 잊지 않겠지.
그런데 마법의 쿠키를 사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은 없었다. 모두 비극적인 결말과 괴로움을 겪었다. 자기가 원하는 결과는 스스로 노력해서 얻어야지 꼼수를 통해서 이루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나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것은 타임 리와인더라는 과자였다.
나 역시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을 가끔 하기 때문이다.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공부 진짜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 텐데
1년 전으로 돌아가도 더 열심히 살 텐데
일주일 전으로만 돌아가도 열심히 공부해서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텐데
우린 매일매일 아쉬움과 후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저드베이커리 점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시간을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도 지금 가졌던 후회와 아쉬움을 기억하지 못하면 행동의 변화는 없다고"
난 그의 말에 박수를 보낸다.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아기일 때는 잘 먹고 잘 놀아야 하고, 학생일 때는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생일 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 일할 곳이 없고 그 결과 사회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어른일 때 열심히 일하지 않은 사람은 노인이 되어서 돈 없고, 병들어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이렇게 외친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열심히 살 텐데…

단언컨대, 예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지금을 불평하며 살아갈 거다.
누군가의 말처럼 지금의 지식과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가도 효과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헛된 망상은 그만두고, 그 아까운 시간에 오늘의 일을 생각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오늘을 후회 없이 살면 내일이 되었을 때 어제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은 가지지 않게 될 테니까.
물론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회사에서 시달릴 때 마다, 유빈이 사진을 보면서 생각한다.
"지금 유빈이 나이로 돌아가면 정말 걱정 없이 살 텐데”라고

■ 워크아웃 판결문
위저드베이커리를 살까 말까 많이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책의 표지를 보면 섬세한 동화책 같은 분위기인데, 분명 이런 류의 소설은 한 번 읽으면 끝이라는 생각에 쉽게 구매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대형 서점에 가서 책을 다 읽고 오는 궁색한 짓은 싫었다.
이런 소설은 아무도 없는 밤에 홀로 일어나 고요한 정적 소리를 들으며 읽던지, 아니면 나른한 오후에 클래식의 <마법의 성>을 들으면서 읽는 편이 훨씬 풍요롭기 때문이다.
작가가 깔아 놓은 이야기 길을 쉽게 따라가다 보니, 순식간에 정상을 정복하고 말았다.
하지만, 역시나 그 똑 같은 길을 다시 걸어보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위저드베이커리는 깨끗이 포장되어 새로운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내 품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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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 개정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의 인생의 끝에는 최악의 결과가 있을까? 아님 최선의 결과가 있을까?
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사는 것이 그렇게 흥미진진하지는 않겠지.

가와타니 신지로라는 중년의 남자.
묵묵히 볼트를 용접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을 천직만으로 알고 있다.
이 주변머리 없는 남자는 땅투기도 못하고, 새가슴이어서 공장 확장도 못하고 그냥 하루하루 먹고 사는 데 연연하며 살아 왔다.
그런데 어느 날 찾아온 소음으로 인한 주변 주민들과의 마찰. 그들은 교양으로 중무장하고 어려운 말들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가와타니를 압박해온다.
가와타니는 집에서는 딸과 아들에게 소외 당하고, 회사에서는 다루기 힘든 직원들의 눈치를 보고, 대화가 끊긴 아내와 무미건조한 부부생활을 억지로 이어가고
납품 업체에서는 을의 입장에서 간과 쓸개를 다 빼주고 살아간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기들의 이익을 챙기려는 주변 사람들의 꼬드김으로 프레스 설비 투자를 결심하고
세상에서 가장 문턱이 높다는 은행에 대출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듯 은행과 주변사람들은 그에게서 단물만 쪽쪽 빨아먹고 그를 아무렇지도 않게 버린다. 가와타니를 보면서 나는 그와 같이 바보같이 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자기의 아버지를 보면 될 것 같다. 대다수의 아버지들은 기와타니와 그렇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은행은 언제나 분주하다. 돈이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돈 앞에서는 민감하기가 극에 달하는 인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돈을 다루는 은행원 후지사키 미도리는 하루 하루가 따분하기만 하다. 특히 일도 하기 싫어 죽겠는데, 배려라고는 절대 없는 자기의 출세에만 눈이 먼 직장 상사를 볼 때면 저러고 살면 좋나? 라는 생각이 들며 직장에 대한 회의감까지 든다.
결혼을 해서 이 직장을 보란 듯이 떠나고 싶은 데, 그 많은 남자 중에서 또 자기의 남자는 없다. 우울한 일상의 연속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지점장이 결정타를 날린다. 성추행. 응큼한 중년의 남자가 신입사원 환영회에서 술 취한 자신의 몸을 더듬은 것이다.
생각만 해도 메슥거림이 밀려오는 데, 그 잘난 지점장은 사과를 할 줄도 모르고 오로지 자신의 출세에만 지장이 오는 것에 온 신경을 쓸 뿐이다.
미도리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은행을 그만 두기로 마음 먹는다. 후지사키 미도리가 답답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동네에 있는 아무 은행에나 가 볼일이다. 그곳에도 미도리와 같은 착하고 여린 우리의 딸들이 앉아 있을 것이다.

야쿠자라면 어깨에 힘이라도 주고 다닐 텐데, 역시 무엇을 하든 최고만이 인정받는 세상이다.
노무라 가즈야, 나이프로 힘 없는 사람들을 위협해 돈을 강탈하던 동네 양아치였던 그는 빠칭코 자금 마련을 위한 톨루엔 도둑질이 발화점이 되어 걷잡을 수 없이 야쿠자의 위협을 받을 존재가 되어 버린다. 그래서 금고털이를 하고 결국에는 은행털이까지 감행한다. 가와타니나 미도리처럼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은 아니기에 가즈야의 이야기는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어둠의 세계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는 “사람을 너무 믿지 마라”라는 것이다.

불량 소녀, 집안에 불만을 가지고 가출을 감행하여 거리를 방황하는 미도리의 동생 메구미. 가출 이유는 모범생인 언니에 대한 반발심.
어처구니가 없는 아이다. 삶에 대한 꿈이 있기는 한 것인지, 그 어린 소녀는 자기의 인생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노무라 가즈야를 만나고 그를 쫓아다닌다. 자신이 주체성이 없는 메구미, 그냥 세상이 불만인 메구미.
메구미를 보면서 뭔지 모를 답답함이 밀려왔다. 미래에 대한 방향성은 없고, 현실만 생각하고 현실에 불만을 쏟아내는.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는 메구미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이런 청소년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메구미가 부디 철이 들어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뒷이야기를 듣고 싶어 진다.

이런 우울한 4명이 은행을 털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가즈야와 메구미가 털었고, 미도리와 가와타니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그들과 함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린다. 그들의 최종 도피처는 미도리의 직장인 갈매기 은행의 연수원 그 곳에서 그들은 숨막히는 협상의 진수를 선보인다.
우선 돈의 분배. 미도리는 어차피 인질이라는 신분으로 끌려온 피해자이므로 제외.
메구미는 미성년자이고, 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미도리가 메구미를 데려가겠다고 했으므로 제외.
돈에 대해서는 가와타니와 가즈야의 협상만이 남았다. 하지만 반반으로 나누면 간단하게 끝났을 일이,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자신이 더 불행하기에 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그들을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왜일까?
특히 자신은 가족에게 돌아갈 수도 없고, 일할 공장은 이미 복구하기 어렵게 되었고, 자신의 살아가는 것이 죽는 것 보다 못하다는 가와타니의 말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돌았다. 가즈야보다는 설득력이 몇 백배 묻어나는 대사였다. 우여곡절 끝에 돈에 대한 배분이 마무리되고 각자의 길을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인생의 최악은 바닥을 알 수 없는 법. 가즈야는 친구를 너무 믿지 말라는 선인들의 말을 무시하고 또다시 고집을 부리다 친구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맞는다.
야쿠자의 등장 이제는 경찰에 잡혀가는 것이 아니라 돈이 문제가 아니라,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최악의 지경에 이른다.

하지만, 최악의 끝에는 희망이 보이는 법.. 타이밍 좋게 등장한 경찰로 이 사건은 종지부를 찢게 된다. 어쩌면 가장 불행한 인물은 조직에서 무시당하고 쫓겨나고, 이제는 경찰에 잡혀가는 야쿠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권선징악이라는 세상의 진리다. 부디 가즈야, 메구미는 개과천선이라는 세상의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가와타니 아저씨에게는 삶의 여유를 미도리에게는 믿음직한 멋진 남자를 주시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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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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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이면서 뾰족한 것이 두려운 야쿠자
서커스단에서 공중그네를 제대로 탈 수 없게 된 서커스 단원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은 충동에 안절부절하는 의사
3루수 야구 선수면서 1루까지 공을 던지지 못하는 야구선수
여류작가이면서 글을 쓰지 못하는 작가.

오쿠다히데오는 중간이 없는 작가다. 항상 양극으로 치닫는 인물을 잘도 끄집어 낸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대책 없이 엉뚱한 이라부 이치로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따르는 간호사 마유미가 출동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비타민 주사를 무지막지하게 환자에게 주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들어주고 그들에게 창피함도 없이 마음이 따르는 데로 행동하는 순진무구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뚱뚱한 몸을 이끌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그네에서 뚝 떨어지거나, 잘 던지지도 못하는 야구공을 자신감 있게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병은 사회적 강박관념 때문에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한테 피해를 끼치면 안되고, 남 보다는 돈도 잘 벌어야 하고,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무슨 수를 쓰던지 남보다는 한 발 앞서가야 한다는 강박관념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내면까지 속일 수는 없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사회적인 나와 원초적인 내가 더 치열하게 싸우게 되면서 지금은 어떤 것이 진정한 나인지 헷갈리는 단계가 되어 버렸다.
이라부는 그런 면에서 원초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사회적으로 권위 있는 의사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는 자유롭게 행동한다. 마음이 따르는 데로, 몸이 가는 데로, 그는 웃고 싶으면 웃고, 뒹굴고 싶으면 뒹군다. 그런 그의 행동을 보면서 사람들은 사회적 껍데기를 깨고 본연의 나와 마주하는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도 용기를 내 이라부처럼 자신을 단단히 둘러싼 사회적 껍데기를 깨고 나가보려고 한다.

그런 시선을 나에게 적용하니 나 역시 정신병자로 분류되지 않았을 뿐이지, 원초적인 나와 사회적인 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원초적인 내가 아침에 더 자고 싶어! 라고 소리치면, 사회적인 내가 돈 벌러 회사 가야지! 라고 소리친다.
회사에서도 짜증나는 상사가 얄궂게 굴 때 원초적인 내가 사표를 확 던져 버려! 라고 소리치면, 사회적인 내가 나가면 뾰족한 수 있어! 라고 소리친다.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어쩜 사회적인 내가 원초적인 나를 제압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는 내가 즐거운 것이 삶의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나보다는 자식, 아내, 부모님, 회사가 삶이 목적이 되어 버렸다.
언젠가 원초적인 내가 심술을 부리면, 나 역시 이라부의 치료를 필요로 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쩌지 현실에는 이라부가 없는 데…

■  워크아웃 결정

어느 날 서울대학교 도서관 대출 1위라는 광고 문구가 공중그네에 붙기 시작했다.
서울대학교라는 한국의 엘리트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는 것에서 사람들은 그들과 동일한 사고를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읽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공중 그네는 롤러코스터 같다. 딱히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오쿠다 히데오가 만들어 놓은 재미있는 열차에 탑승해 그가 만들어 놓은 레일을 따라가며 가슴 졸이고, 분노하고, 웃으면 끝이 난다. 스트레스 해소용 책이라고 할까?
하지만, 역시 첫 사랑의 순수함은 인생에서 한 번 뿐이듯, 오쿠다 히데오의 즐거움도 처음에만 신선했지 똑 같은 패턴이 반복되자, 흥미를 잃어갔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퇴출을 결정했다. <공중그네>가 주었던 느낌처럼 아무런 망설임 없이 시원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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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아웃라이어.

성공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나에게 나타날 것 같기도 하고, 나타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웃라이어를 읽고 나서, 내가 성공할 확률이 조금 더 떨어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웃라이어는 나쁜 책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어 온 성공에 관련 된 책들은 내가 열정을 가지고 일 할 수 있는 분야에서 1만 시간을 쏟아 부으면 성공할 거라는 주문과 같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말콤 글레드웰은 이렇게 나에게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성공에는 운이라는 것도 있어야 하는 데, 운이라는 것은 내가 태어난 시기, 태어난 환경, 나의 부모, 내가 살아온 문화 등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과 같은 것이다.”  


성공의 진입장벽이라고 할까?  일단 긍정적인 것은 나는 4월 생으로, 연초에 태어났다는 것이지만, 아주 부정적인 것은 어머니가 학교를 빨리 보낸다고 7살에 입학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1년이나 성장을 덜 하고 학교에 들어갔다는 말이다. 아이스하키 선수 경우를 따지자면 나는 최악의 요소를 가졌던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과 내가 살아온 환경을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모차르트나 빌게이츠처럼 이거다 하는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1만시간을 투자한 것은 잠자는 것 정도? 갑자기 우울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단어를 움켜진 사람들을 관심 있게 살펴보았다.
일단은 운동선수들. 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1만시간 이상 꾸준히 해왔다는 법칙이 적용된다.  그리고 헌신적인 부모님과 기막힌 타이밍이 존재했다. 만약 히딩크가 한국의 감독으로 부임되지 못했다면, 박지성 선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안철수 교수님도 컴퓨터의 발전과 더불어 바이러스라는 악성 프로그램이 유행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그 시기에 맞춰서 V3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이지만..
삼성, 현대와 같은 거대 재벌들은 당시 군사 정권 시절에 빠른 국가 발전을 위한 재벌 위주의 성장 정책으로 든든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만약 지금과 같이 무한 경쟁 시대였다면 그러한 재벌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  

나는 잠시 멈추어 남이 아닌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내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내가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내가 성공할 수 있는 시기는?
내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아마 0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왔다. 성공의 범주가 어디까지 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사회의 주목을 끌만한 성공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부터 주식시장에서 매일 15%의 이익을 낸다면 한 1년만하면 사람들은 나를 한국의 워렌버핏이라며 떠받들 지도 모른다. 하지만, 워렌버핏도 11살부터 주식을 시작했다고 하며, 집안이 투자에 일가견이 있는 집이었다. 그래서 일까? 내가 산 주식은 항상 떨어지고 팔고 나면 올라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내가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진입 장벽이 없는 분야라야 한다.  우선 운동선수는 타고난 신체 점수 미달과 이미 30대를 훌쩍 넘어버린 신체 나이 때문에 불가능하다. 학자나 프로그램 개발자, 전문직 역시 이미 평범한 학력이라는 걸어온 길이 생겨버렸고, 인적 네트워크도 없다. 그렇다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부자가 되는 길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고 그래서 한국 사람들이 그토록 재테크에 열을 올리는 구나… 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송 받을 수 있는 것은 부동산투자, 주식투자 등을 잘해서 수십억, 수백억의 부자가 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는 엄청난 위험을 안고 가야 하는 것이기에, 성공을 향해 풀배팅을 한 사람들은 소수는 성공하고 엄청난 대다수는 실패라는 헤어나오기 어려운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지게 되고 만다. 
아니면, 성공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평범한 1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웃라이어를 다 읽고 나서 나는 곰곰이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했다.
우선 성공에 대한 환상을 포기하기로 했다. 분수를 알게 되었다고 할까? 성공이 자기의 노력이 아니라, 자기의 능력에 주위 여건에 세상의 여건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물론 그렇다고 내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다.^^;)  막연한 성공에 대한 환상을 깨고 그냥 나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다가 떠나기로 인생의 가치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렇게 되니, 거창한 사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아갈 재미가 없었다.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살아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아직은 더 많은 데..  


그래서 타협점을 찾았다. 재미없는 일은 회사 일로만 한정하기로… 그것은 돈을 벌어야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는 뛰어난 투자자도 아니고, 부자 아빠를 둔 사람도 아니기에, 내가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한다. 그렇기에 회사에 나가야 한다. 내가 다닐 수 있는 한, 최대한 구질구질하게라도 회사에서 버티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회사를 벗어나면 철저하게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잠도 푹 자고, 보고 싶은 영화도 마구 보고, 컴퓨터 게임도 하고, 여행도 가고, 책도 많이 읽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 데로 살아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나의 한 살 된 딸에게까지 벌써부터 성공을 외면하고 살게 만들고 싶지는 않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딸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것을 찾아 1만 시간을 투자하게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이다. 유대인 이민자들이 2세대부터 꽃을 활짝 피웠듯이 말이다.

아웃라이어는 성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아이들이 읽는 다면 성공에 대한 환상이 산산조각으로 깨져버려 인생의 우울을 만끽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인에게는 필독서이다. 아직 피터팬처럼 세상이 노력하면 다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 자신의 능력은 무한하다. 하면 된다라는 드라마틱한 생각을 가지신 분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과 할 수 없는 부분을 깨닫고 나면, 삶의 한 부분을 쉽게 놓을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 질 것이다. 마치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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