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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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말콤글래드웰은 우리가 생각 못하고 넘어가는 사실, 그냥 그렇겠지.. 하고 넘어가는 사실에 대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분석하고 풀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데 말콤글래드웰의 구상이 아니라 편집자가 그 동안의 말콤글래드웰이 그 동안 쓴 글들을 분류에 맞게 편집한 책이다.

1부 외골수, 선구자, 그리고 다른 마이너 천재들은 한 분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개를 사로 잡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인간의 눈으로 개를 판단하지 말고 개의 눈으로 개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너무 자신의 일에 빠져버려 가족을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말콤글래드웰은 한 가지 분야에서 선구자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평생을 이 길이라고 생각하며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는 데, 그 길이 막힌 길이라면 이제 더 나갈 수 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고추냉이 속에 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다. 그러니 여러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2부의 테마는 이론과 예측 그리고 진단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원인과 결과 분석에 대한 말콤글래드웰의
생각이다.
너무 빨리 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빨대를 통해 보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으로 좁은 시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엔론 파산 피해에 대한 책임은 물론 엔론 사장의 비도덕성이 가장 크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100% 선량하게 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엔론 파산 전에 엔론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좀 더 깊숙이 분석했다면 엔론의 이익이 실제적인 이익이 아니라 조작된 이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정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았고 복잡했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노숙자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체 노숙자에서 소수가 반복적이고 치명적으로 사회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소수의 노숙자에게 집중한다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소수의 노숙자에게 집중하게 되면 다른 노숙자들도 소수의 노숙자가 되어 혜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미지 판독의 허점 유방조영술, 항공사진, 그리고 시각의 한계에서는 우리가 완벽할 것이라고 믿었던 유방조영술, 항공 사진 판독이 사실은 엄청나게 사진을 보는 사람의 주관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진이라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는 것에 현혹되어 그것을 판독하는 사람의 주관이 결과에 미치는 비중은 미비하다고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보아온 뉴스들도 전부 사실은 아닐 것이며, 우리가 보아온 진실들이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위축과 당황의 차이는 위축은 묵시적 학습이 아직 남아 있는 단계여서 몸에 밴 행동을 하게 되는 데 압박감에 의해 그 행동이 완벽하지 않지만, 당황하게 되면 묵시적 학습이 없어져 버려 머리에 의해 행동하게 되는 명시적 학습에 의한 행동을 하게 되고 이것은 곧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당황하게 되면 더욱 위험한 것이다. 우리는 매일 위축과 당황 사이를 오가고 있다. 취업 면접관 앞에서는 긴장해서 준비해온 말을 더듬고 마음먹은 데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위축이고 당황은 합격할 줄 알았는 데 E-mail로 귀하는 우수한 인재이나 당사의 사정상 자리를 준비할 수 없었다는 글을 보았을 때 한동안 말을 잃는 것이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또 다른 진실에서는 비극적이지만 현대의 고도로 발달한 문명에서는 발생한 결과에 대해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의 결정체인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의 경우 어이없게도 폭발의 원인은 값비싼 엔진도 복잡한 전자 장치도 아닌 단순한 오링의 문제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링, 볼트, 너트 등과 같은 사소한 것에도 엔진 검사처럼 철저한 검사를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의 진행은 너무 더뎌서 다음 세대에서나 우주 왕복선을 완성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모든 문제를 오링이라는 것으로 귀결할 수도 없다. 우리가 미쳐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사소한 원인이 불러 일으키는 문제도 다른 문제들과 조합에 조합을 거쳐 그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고도 문명하에서는 언제든지 이러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고 그럴 때마다 조사기관에서는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한 가지 원인을 찾을 것이지만, 그것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고, 또다시 그러한 문제는 발생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론은 나의 생활에도 적용된다. 아내가 잔소리하는 이유를 내가 집에 늦게 와서라고 생각했는 데, 집에 일찍 와도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고 잔소리하고, 텔레비전을 안보고 누워있으면 할 것이 없느냐고 잔소리하고, 그래서 아내랑 같이 외식이라도 할려고 하면, 돈 쓸 생각만 한다고 하고, 그래서 외식하자라는 이야기 안 하면, 좀팽이, 무드 없는 사람이라고 하고, 뭐 먹을 건데?라고 물으면 남자가 우유부단하다고 하고, 고기 먹자! 라고 하면 자기의 의견은 묻지 않는 나쁜 남자라 하고 이처럼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일에 대해서 문제의 원인을 하나로 정할 수는 없으며, 그 원인을 해결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맑은 하늘처럼 깨끗이 해결되리라는 순진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3부 인격, 성격, 그리고 지성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일이, 그리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믿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위대한 시인이 되는 조건으로 젊었을 때 두각을 나타내고 애늙은이처럼 젊었을 때 삶과 죽음의 오묘한 진리와 인생의 가치라는 심오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년의 나이에 등단해 이름을 날린 시인들도 많으며, 젊었을 때 성공한 시인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많지 않았다.

우리는 범인의 심리와 주위환경을 파악해 수사망을 압축해 나가는 프로파일러에 대해 너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왜냐면 우리는 프로파일 기법에 의해 성공한 사건에 대해서만 뉴스에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콤글래드웰은 프로파일링에 의해 해결된 사건이 전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미비하다는 것을 안다면 프로파일링에 대한 환상이 깨질 것이다.
프로파일러들이 이야기하는 방법은 무당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중반의 남성이거나 아니면 아주 젊은 청년일 가능성이 크다.
범죄자는 이른 아침 혹은 아주 늦은 시간의 비행기를 탔을 가능성이 높고 이례적으로 낮시간의 비행기를 탔을 가능성도 있다.
다중적인 의미 혹은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말을 하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세상에 범죄 스릴러에서 본 완벽한 프로파일러는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긴 우리 주위에서도 프로파일러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
업무 지시를 할 때, 비용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고급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라!
심플하면서도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는 보고서를 만들어라! 와 같은 어려운 말들을 하는 직장 상사들.
이것은 우리 팀의 업무이지만 나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팀장을 보면서 프로파일러도 사람인 데, 우리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닌가 오히려 반문하게 되었다.

인재경영, 젝웰치의 GE를 시작으로 국내 삼성, LG등 대기업이 앞다투어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그리고 그 대단원은 <한 명의 천재가 만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로 연결되었다.
말콤글래드웰은 엔론의 사례를 통해 인재 경영이 마법의 열쇠가 아님을 경고하고 나섰다. 인재는 중요하지만 조직의 성격을 헤치는 인재는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직을 송두리째 와해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경영을 좋아한다면 부작용으로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실직자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첫인상이 90% 이상을 좌우한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는 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첫인상이 배경이 되어 그 후로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좋았다면, 그 후에 그 사람이 파렴치한적인 행동을 하거나, 아주 얄미운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최소한 그 다음의 행동들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첫인상이 나빴다면, 아주 플러스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점수는 계속해서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선순환과 악순환이라고 할까?
그래서 어른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잘하라고 했던가 보다.
컴퓨터는 초기화라는 기능이라도 있어 첫인상을 지울 수라도 있을 텐데, 사람의 기억은 지워지지도 않으니, 차라리 상대방이 나에게 받은 첫인상이 어땠는지 알아봐서 나에 대한 첫인상이 나빴다면 연락을 끊고 살아야 하나? 라는 슬픈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 가 아닐까?
이 책에서는 핏볼이라는 개가 사람을 습격했다는 이유로 핏볼이라는 개를 사육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핏볼이라는 품종이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핏볼뿐만 아니라 그 전에 다른 품종들도 종종 사람들을 습격한 사례가 있기에, 핏볼이라는 품종을 일반화하여 금지시킨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이것은 동양인의 범죄가 날로 늘어나기 때문에 중국인의 출입을 금한다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일반화의 오류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그것은 일은 간소하게 만들 수 있으며, 규격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주식시장에서 패턴을 찾아 일반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골든크로스에는 주식을 사고, 데드크로스에는 주식을 팔면서…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돈을 번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사람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사람의 행동이나 주위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저 사람은 영어를 잘하네. 능력 있는 사람인가 봐!.
저 사람은 부자인가 봐. 저 차는 꽤 비싼 차란 말이지.
저 사람은 공짜를 좋아하나 봐. 머리 숱이 별로 없어.
저 사람은 눈물이 많은가 봐. 눈 밑에 점이 있네.
저 사람은 욕심이 많을 꺼야. 저 덕지덕지 붙은 살들을 봐.
저 사람은 머리에 든 것이 많은 가봐. 저 커다란 머리를 보면 말이야.
우리는 너무 쉽게 저 사람에 대해서 결정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 나에게
나는 과연 합리적인 인간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해서 떠오르는 나에 대한 자문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뉴스와 신문, 책 등을 통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의심 없이 믿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면….끔찍한 상상이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이라서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으로 이상적으로 조절된다고 믿었던 완전시장가설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할 가설이라는 것을 지금은 이해한다.
나 역시 주식 투자를 할 때면 가끔 이성을 잃고, 내가 산 종목만을 위한 기사를 읽으며, 부정적인 기사는 외면한다. 그리고 15일에 사는 주식이 잘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일반화를 적용하고 있다.
신문, 방송, 책 등 신뢰성이 높은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순한 양이 되어 모두 받아들이고 있으며, 5년에 한 번씩 대통령이 새로 바뀔 때마다 한국이 곧 서민 중심의 취업 걱정도 없고 집 걱정도 없는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믿을 갖곤 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은 거짓을 진실로 만들 수 있는 위대한 존재”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80년대 광주 학생 운동도 그랬고 (나는 부끄럽게도 철저하게 광주학생운동에 대해서 배우지 못한 사람으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광주 학생 운동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일본 학생이 한국 여학생을 희롱해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이 싸움을 벌인 것인 줄 알고 있었다.) 최근의 천안함 사태도 그렇고, 오은선씨의 히말라야 14좌 등반도 그렇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이제는 헷갈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유빈에게 세상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까?
세상은 진실된 곳이야. 그러니 열심히 노력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너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세상은 거짓이 많은 곳이란다. 그러니 속지 말고, 사람들 조심하고 (특히 남자들) 바보처럼 혼자만 착하게 당하지 말고, 적당히 약게 살아야 해. 라고 해야 하나..
오늘도 나는 상반 된 두 개의 대답 속에서 여전히 갈팡질팡 하고 있다.

■ 유빈에게
지금의 너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밝고, 새롭고 아름답게 보일 텐데, 그런 너의 시선을 영원히 지켜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세상은 때론 너무 어둡고 참혹하다는 것을 말해야겠네요.
너에게 지금은 엄마와 아빠가 이 세상의 전부일 테고, 배고프면 엄마가 밥을 주고, 울면 언제든지 손을 내미는 주위 사람이 있으니 걱정이 없겠지요.
그런데, 유빈씨. 커가면서 힘들다고 투정해도 울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언젠가는 경험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너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생겨날 거야. 당연히 그 반대일 수도 있지.
난 너에게 동화 속의 아름다운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바라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
그 보다는 사물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의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 해. 다양한 각도의 시선은 많은 경험과 많은 배경 지식에서 나올 수 있단다.
그러니 유빈아, 20대가 되기 전까지 너에게 중요한 것은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듣는 것이라고 생각해. 기초를 형성하는 단계인 거지.
그리고 20대에는 그 때까지 유빈이 만들어온 단단한 기초를 활용해서 세상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실전 연습을 하는 거야..
그리고 30대에는 자기만의 시선을 완성하고 40대에는 자기만의 시선을 몸에 배게 하는 거야.
난 유빈이 다양한 시각으로 넓은 세상을 느껴보기를 바래요.
고추냉이 속에 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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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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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실패한 영화 감독이자 실패한 결혼 생활로 이혼을 하고 알코올 중독에 빠진 둘째 아들 인모와 화장품 외판원 어머니와 폭력 전과자인 100kg을 자랑하는 무식하고 힘만 쌘 형 오함마, 그리고 두 번째 이혼 후 막 나가는 딸 민경을 데리고 온 미연이 어쩔 수 없이 다시 어머니 집에서 동거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집의 평균 나이는 49세. 하지만 나이만 평균을 훌쩍 뛰어 넘었지, 모아 놓은 재산도 능력도 사회적 지위도 없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집안이다. 나 같았음 빗자루를 휘둘러 지금까지 키워줬으면 나잇값을 해야지 왜 지금 기어들어와서 난리야!! 라고 했을 텐데.. 인모의 엄마는 뭐가 그리 좋은지 매일 삼겹살을 구워 먹인다. 엄마가 되어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잘 먹이는 것뿐이라는 생각일까? 그런데 철 없는 것들은 서로 먹겠다고 나이 50이 가까워져서도 울고 불고 싸운다.

하지만 아무리 가족이라도 일정 수준의 거리를 지키는 것은 필요한 법.
어렸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갔을 법한 일들이 나이를 먹고 나서는 추리와 논리로 분석하고 파고 들게 되었다. 그 결과 인모의 가족들은 서로에게 밝혀 유익할 것이 없는 일들을 하나 둘씩 밝혀내게 된다.
무책임한 아버지의 바람과 또 무책임한 어머니의 맞바람, 그렇게 생겨난 자식들, 진실을 들추니 인모네 가족은 가족이 아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벽한 가족이라고 할 수 도 없는 이상 야릇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항상 삼겹살 파티를 준비했던 것이다. 가족이라는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가족은 영원할 수 없는 법. 서로의 비밀을 들춰내 상처내기를 하던 가족들은 다시 서로의 길을 찾아 떠난다. 오함마는 바지사장으로 한탕을 준비하며 다시 어둠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고, 인모는 애로 감독으로 소일거리를 하며, 미연은 술장사를 하며 재혼을 준비한다.
같이 있을 때는 서로를 못 잡아 먹어 안달이었던 그들도 타인들의 세상에서 살 때면 가족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함마는 멋진 한탕을 하고 해외로 도주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영향으로 한국에 남은 인모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찾아온다. 하지만 인모는 절대로 오함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못난 형이지만, 반만 피가 섞인 형이지만, 그래도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나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밥을 같이 먹는 사람이라고 했고(그래서 식구라고 한다.) 누군가는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인모네 가족은 다른 어떤 가족보다 진한 가족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빠져 있는 하나가 있다. 혈통, 그것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라는 민족주의적 배경을 완벽하게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차피 피를 나눈 가족도 아닌데, 뭔 상관이야!>라는 악에 찬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난 인모네의 비극은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모가 영화가 망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한국의 명감독으로 부와 명성을 얻었다면, 가족이 같이 모여 사는 일도 없었을 테고, 서로의 치부를 들추며 아픔을 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오함마가 어줍잖은 핫바지 건달이 아니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건달이었다면, 엄청난 포스를 가진 집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가족을 이루는 조건에 경제력이라는 항목이 중요한 것 같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가 기존의 가족을 정의하는 말이라면, 최근에는 <물보다 진한 피는 돈으로 살 수 있다.>라는 물질주의적 요소가 첨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에게 두 명의 형이 있다고 하자. 한 명은 학교 선배고, 다른 한 명은 피를 나눈 형이다. 학교 선배는 내가 일하는 벤처기업의 사장이고 친형은 결혼했다가 이혼해 지금은 내 자취방에 기거하고 있다. 나에게 참치 선물 세트가 있다. 두 명의 형들 중 누구에게 줄까?
친형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학교 선배였다. 그 만큼 가족이라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선권이 주어진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 <우린 가족 아이가!> 라고 외치는 무조건적인 가족 사랑은 없다.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고 피해를 주지 않는 배려가 있을 때 가족이라는 이름은 유지될 것이다

■유빈에게
너는 선택의 권한 없이 우리 가족이 되었고, 나는 너를 곱게 키워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래서 씁쓸하지만 가장 큰 재테크는 부자 아빠를 만나는 것이라고 했는지도 몰라. 요즘은 부자 아빠도 아니고 부자 할아버지라고 하더라…
유빈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기쁨과 동시에 밀려온 감정은 무거운 의무감이라고 할까?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라는 다짐을 했다. 자식이 가지고 싶은 것을 다 사주고, 자식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다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은 모든 부모의 희망일거야.
그런데, 유한법칙이라고 모든 부모가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너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사회를 알아가면서 비교라는 것을 하게 되고, 한계라는 것을 알게 되면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한계를 분명 알게 될 것이다. 그 때 두 가지 반응의 있지. 하나는 가난한 아빠를 원망하고 자기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를 아빠에게로 돌리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빠의 한계를 알고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 알아가는 것, 이렇게 두 가지가 있지. 난 유빈이가 두 번째의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래.
농경 사회에서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부유하지 않았기에,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부모의 뒷바라지가 20%고 자신의 노력이 80%였어. 그런데 지금은 모든 일에 경제력과 시간이 따라야 해. 1년에 수백만 원하는 영어 유치원에 다니고, 1년 대학교 학비가 천 만원이 넘고, 1년에 삼 천만원이나 하는 어학연수가 필수코스인 현대 사회에서 가난한 부모를 만난 아이들이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어. 난 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거야. 회사도 열심히 다니고, 알뜰하게 살 거야. 그래서 유빈이가 하고 싶은 일을 돈 때문에 못하게 하는 가슴 아픈 일은 겪지 않으려고 해. 그리고 너에게 돈 때문에 소중한 젊은 날을 돈을 벌며 보내는 일은 겪지 않게 하려고 해. 나 역시 젊었을 때 그 소중한 시간을 아르바이트하며 보냈기에 아직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는 걸.

하지만 유빈아. 난 하나의 선은 확실하게 긋고 싶다. 난 너에게 무조건적인 지원을 베풀 생각은 전혀 없음을 말이다.
아빠와 엄마도 노후에 너에게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준비해야 하고, 사회에서는 투입된 자원만큼의 성과는 얻어야 하기 때문이야.
100원을 투입해서 50원의 효과 밖에 없다면, 차라리 투입을 안 하는 편이 낳겠지.
그리고 만약 그 길의 끝이 낭떠러지라면, 그 동안의 노력과 자원은 아무 소용이 없겠지.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이것을 하니까 나도 해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이것을 정말 하고 싶다라는 것을 먼저 알았으면 좋겠어. 많이 고민하고 많이 방황하고 많이 경험해서 10대에는 자신이 무엇에 가슴 떨림을 가지고 있는 지 알았으면 한다.
난 너에게 공부를 잘하라는 소리 대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아는 사람이 되라는 말을 하고 싶구나. 그래서 난 유빈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에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할 생각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니까, 라는 일에는 별로 지원할 마음이 없구나.

그리고 우리의 지원을 공짜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래.
아빠도 아침에 늦잠 자고 싶고, 유빈이 학교에 가는 것이 매일 즐겁지 않은 것처럼 규율과 책임이 따르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지 많은 않아.
그렇게 일해서 받은 것이 월급이고, 그것으로 유빈이가 먹고 공부하는 것이야. 그러니 엄마, 아빠가 유빈에게 주는 돈이 공짜라고, 쉬운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음 해.
아빠가 너무 냉정하다고 하겠지만, 아빠는 경상대 출신이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하는 구매팀에서 일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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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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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히데오의 소설에는 해악이 묻어있다. 심각한 이야기를 웃음과 재치로 승화시키는 그에게서 인생의 내공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거대 신문사의 총수이며, 명문 야구단의 구단주로서 엄청난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이지만 가진 것이 너무 많기에 죽음이 두려운 미쓰오.
IT산업의 기린아로 거대한 부를 일구었지만, 너무 합리적으로 자신을 채찍질 하다 보니 히라가나까지 쓸 수 없게 되어 버린 안퐁맨 다카아키
화려한 TV속의 주인공으로 안티에이징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먹은 것을 운동으로 다 소진해야만 심리적 안정을 찾는 카리스마 여배우 가오루
거대한 건설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면장이 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싸우는 센주시마의 면장 선거

모든 것을 꾸며낸 이야기라고 평가절하하기에는 왠지 마음 한 구석에서 이 이야기 신문 구석에서 본듯한 뉴스인데… 라는 거부감이 밀려온다.
특히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하는 이라부의 생각에서는 아, 그래서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그토록 실천하시려고 했구나라는
숭고한 깨달음까지 얻게 되었다.
나의 고민도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하기 때문은 아닐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니, 맞아. 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럼 욕심을 버리면 간단하네. 라는 말을 건네보니, 나라는 녀석은 그것은 아니지라는 대답을 한다. 그래서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은 범인(凡人)의 경지를 벗어나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오타쿠 히데오는 인간적인 작가다. 무소유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까지 속 시원하게 해주니까 말이다.

무소유를 부르짖지만,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새 모델로 교체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아난다. 통화음질에도 이상 없고, 문자 수신에도 문제 없지만, 그래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가지고 싶다.
핸드폰, 언제부터인가 나는 전화번호를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적인 논점에서 말하자면, 핸드폰 전화번호부에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고 간단하게 버튼 몇 번 누르면 전화번호를 찾아 낼 수 있기에 일부러 경제적 이익이 되지도 않는 전화번호를 귀찮게 외울 필요가 없다. 차라리 그 시간과 노력으로 금리라던가, 환율 숫자, 삼성전자의 당기 순이익을 외우는 것이 효율적이고 현대인 같아 보인다. 안퐁맨이 딱 이런 생각으로 무장된 실력자다.
최근 유행하는 병중에 디지털 치매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디지털 기기의 범람으로 우리는 암기라는 노동에서 해방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더 빨리, 더 많이, 더 정확히 살아가는 게 행복한 일일까? 직장인에게 스테그 플레이션이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기기의 힘으로 인해 일은 더 많아지는 데 비해, 인력에 대한 가치는 떨어져 월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숨가쁘게 살아가는 데, 생활은 더 팍팍해 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제적 가치, 실리, 스피드를 부르짖다가 안퐁맨은 히라가나를 잊어버렸다. 어쩌면 안퐁맨은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자신의 살아가는 의미까지 잊어버리고 성공을 향해 달리는 경주마와 같은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
왠지 내 주위에 승진과 부자가 되기 위해 목숨 걸고 달리는 사람들과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에게도 제발 이라부의 손길이 미치기를

카리스마 연예인, 그들은 마치 호수 위의 백조 같다. 우아한 겉모습과 달리 물 아래에서는 물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가오루도 안티에이징으로 구축된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살이 찌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사회적으로 보이는 나와 개인적인 나의 괴리라고 할까?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사회적인 나를 만들게 된다. 모두 다 유능하고, 유머도 있으며, 지적이고, 깔끔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삶이 피곤하다. 돈이 없어 집에 걸어가야 할 지경이 되더라도 절대 없는 티를 내서는 안되고, 아는 게 쥐뿔 없어도 최소한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은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겉으로 보이는 나와 개인적으로 원하는 나의 괴리감을 항상 끌어 안고 살아가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고 아파하는 것은 아닐까?
편해지기 위해서는? 간단하다. 법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데로 살면 된다.
이라부가 가오루가 처방한 방법처럼 말이다. 먹고 싶으면 마음껏 먹으세요. 그리고 살찌면 되지요!

면장선거는 꾸며낸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선거철마다 나오는 신문의 뉴스와 너무 닮았다. 정경유착, 뇌물 선거, 상대방 비방, 핵심 인물 포섭. 이러한 기법들은 한국에 사는 국민들이라면 너무 친숙한 기법들이다.
권력이라는 것은 마약과 같다고 한다. 한 번 빠져들면 천국을 보게 되고 절대로 현실로 회귀할 수 없게 만든다고 한다. 하긴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졌던 사람이 평범한 소시민이 된다면 그것은 치욕과도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된다.
우리의 이라부는 솔로몬의 해법을 제시한다. 장대에 꽂힌 깃발 빼앗기 게임. 얼마나 공정한 게임인가.
인간은 맨 몸으로 경쟁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이다. 그래서 권투가 가장 인간다운 스포츠라고 했나 보다.
그런데 설마 우리의 국회위원들도 면장선거를 읽었나? 왜 맨날 국회의사당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양당이 몸싸움을 하는 지..

우리는 다양한 고민을 마음 속에 꽉꽉 채워가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고민이 넘쳐나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병이 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아프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는 간단하다. 마음이 시키는 데로,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그리고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가면 된다. 정말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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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법칙 - 명품 인생을 만드는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꽤 오래 전에 나왔던 책인데, 지금에야 읽게 되었다.
<10년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 동서양을 막론하고 커다란 성공법칙으로 전파되게 되었다.
대표적인 책이 말콤글레드웰의 아웃라이어, 데니얼코일의 텔런트코드 등이다.
물론 우리의 선조들은 벌써 이 사실을 알고 <한 우물을 파라>라고 말했지만, 과학적인 근거와 다양한 사례 수집이 되지 못해 속담으로 밖에 전해지지 않고 있다.

10년의 법칙은 무척이나 단순한 이론이지만 실천하기에는 어려운 법칙이다.
10년의 법칙의 요점은 하나의 일에 꾸준히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1만 시간이 10년이라는 세월이 나오고 하루에 보통 3시간 꼴이다.
그래서 세심한 일본인 작가 니시무라 아키라는 <퇴근 후 3시간>이라는 책으로 10년의 법칙을 달리 표현했다.
이 책이 이야기는 제목에 모든 것이 다 표현되어 있다. 10년간 한 가지 일에 몰두하라.
물론 전제 조건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공병호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공병호라는 작가에서 식상함을 느끼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공병호라는 작가가 나에게는 의미 없는 작가가 되어 버렸다.

1인 기업을 주창하고 <자기경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주말을 효과적으로 보내라는 메시지의 <주말경쟁력을 높여라>와 <부자의 생각과 빈자의 생각>을 연달아 읽으며 공병호 작가의 현실성에 박수를 보냈고, 일요일은 아침이 없고 점심부터 시작하는 나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주말 경쟁력을 반성했었다. 그런데, 그 후부터 그의 책에서는 신선함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단 최근의 읽은 그의 책들 <벽을 넘는 기술> <대한민국의 성장통> <미래 인재의 조건> <10년후 한국> <서른셋 태봉씨 출세를 향해 뛰다>를 거치며 공병호작가의 패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 영어 공부를 해라.
2.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라.
3. 꾸준히 다른 곳에 에너지 낭비하지 말고 그 일에 집중해라.
4.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해라.
5.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변화를 준비해라.

한 번이면 그렇지 하면서 끄덕였을 말들이 몇 번씩 반복되면서 이제는 그의 목소리에 둔감해지고 이제는 별로 감흥도 오지 않는다. 마치 나에게 잘되라고 하는 잔소리지만 자꾸 들으면 신경질 나는 것처럼.
결국 잔소리에 폭발한 나는 외친다.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누가 좋은 소리 못하나.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결과 말고, 뻔한 말 말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길을 가르쳐 달라고!

물론 모든 자기개발 작가들이 길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성공으로 향하는 길은 정해진 루트가 없으며, 사람들에 따라서 도달하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공을 자기 노력 없이 족집게 과외 받듯이 이루려는 내 자신이 잘못된 것이다.

나는 이제 자기개발 서적은 읽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공 하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자기 개발 서적을 읽으면서 그 시간을 버리는 것 보다는 차라리, 어디 가서 경험하고 실컷 깨지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보다라고 느끼는 편이 훨씬 낳겠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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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온 2010-12-17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터인가 공병호라는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공병호라는 작가에서 식상함을 느끼게 되었고 언제부터인가 공병호라는 작가가 나에게는 의미 없는 작가가 되어 버렸다." 참 맛깔나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느껴볼 일인데 그걸 표현하는게 이렇게 한문장에 될줄은 몰랐습니다.

 
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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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마메, 그리고 덴고의 사랑은 세상의 눈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초등학교 때 손만 한 번 잡았을 뿐인 아오마메와 덴고, 그런데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서로에 대한 체온은 서른이 넘은 나이가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오마네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킬러, 그리고 덴고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왠지 사회와는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수학 강사 겸 소설가다.
이야기의 시작은 아오마메가 고속도로에서 비상 출구를 통하며 1Q84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시작된다. 달이 두 개인 새로운 세상, 그리고 덴고는 후카에리라는 여고생이 쓴 공기번데기라는 소설의 고스트라이더로 새로운 세상에 관여하게 된다.
공기번데기는 리틀피플이라는 예언자쯤 되는 종족들이 공기에서 실을 추출하여 만드는 것으로 도터를 생산한다. 도터는 마더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도터가 탄생되었다는 증거로 달이 2개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1Q84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다 도터를 가진 존재란 말인가?
후카에리가 쓰고 덴고가 수정한 공기번데기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덴고는 후카에리가 거대한 종교 집단인 선구 리더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오마메는 미성년자를 성폭했다는 이유로 선구의 리더를 죽이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호텔에서 만난 아오마메와 선구의 리더, 그런데 선구의 리더는 아오마메에게 자기의 목숨을 끊어 달라고 요청한다. 리더는 리틀피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그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아오마메는 선구 리더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덴고라는 존재가 어느 순간 마음 속에 가득해진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 덴고를 만나기 위해 살기로 한다. 덴고는 선구의 리더가 죽던 밤, 후카에리와 종교의식 같은 성행위를 한다.
그것은 흥분에 취해 한 쾌락의 행위가 아니라,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숭고한 행위였다.
그리고 아오마메는 임신을 한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오마메는 덴고의 아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후카에리가 아오마메와 덴고를 이어준 것이다.
그 시각 선구에서는 리더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오마메를 쫓기 시작한다. 우시카와라는 자가 그 추격자의 역할을 맡았다. 지지리도 못생기고 재수도 없는 사나이 우시카와. 그런데 그는 역설적이게도 아오마메에게 덴고의 위치를 가르쳐주고, 다마루의 일격을 받아 운명을 달리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아오마메와 덴고는 서로의 손을 잡고 아오마메의 추리대로 처음 1Q84로 연결된 통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 문을 열었을 때, 아오마메와 덴고는 1Q84를 떠나 새로운 세상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오마메와 덴고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달이 한 개로 보이는 호텔에서 뜨거운 사랑을 확인한다.

■ 나에게
이 세상이 전부일까? 1Q84를 읽으며 뇌리를 스친 질문이다. 이 세상 말고도 또 다른 세상이 그리고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각 세상마다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통로가 존재한다.
아오마메는 우연히 그 통로를 지나치게 되었고 다른 세상으로 이른바 포털이라는 장치처럼 옮겨졌다. 1Q84라는 세상은 리틀피플이라는 예지자가 존재한다. 그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리시버라는 존재를 통해 전한다. 공기번데기를 통해 마더는 도터라는 존재를 복제한다.
나와 또 다른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니 데쟈뷰에 의한면 우리는 영원히 만나서는 안된다. 죽음을 부르기 때문에.. 그런데 다른 세상에 존재한다면, 나와는 다른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면 그런데 가끔씩은 텔레파시 같은 것을 통해서 나에게 다른 세상의 느낌을 전달해 준다면 그것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기시감이 아닐까? 언젠가 봤을 법한 인물, 언제가 와 봤던 곳이라는 생각, 이것은 어쩜 또 다른 나인 도터가 먼저 그러한 경험을 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은 내가 마더인지 도터인지 확신은 없다.
무라카미는 이 1Q84라는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단순하게 보자면 이 책은 판타지 러브 스토리이며, 선구라는 종교 집단과 아오마메라는 킬러 사이에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액션이 녹아 들어 있고, 덴고라는 청년이 여자 등장인물들과 벌이는 애로 장르가 교묘히 배치된 종합 소설이다. 그런데 복잡하게 보자면 이 책은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언급한 종교 소설이며, 마더와 도터라는 체세포 복사와 같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소설이며, 성폭행에 신음하는 여성들을 대변하는 사회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지금 나는 33살의 회사원으로 월급날을 기다리며 보너스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 회사에서 버티기를 하고 있다. 살아가는 것에 재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냥 하루 하루를 너무 쉽게 버리고 있지는 않은 지 걱정스럽다. 그런데 문뜩 올려다본 하늘에 달이 2개라면 어떤 기분일까? 새로운 세상에 떨어진 기분이겠지. 그리고 하루 하루가 숨가쁘겠지.
오늘부터라도 마음 속에 달을 하나 더 그려 넣어야겠다. 그리고 마치 새로운 미지의 세상에 살아가는 감정을 가져봐야겠다.

■유빈에게.. .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은 긴 스토리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넘나드는 무라카미라는 작가의 능력에 매료되었던 증거겠지. 2000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 만으로도 무라카미라는 작가는 위대한 작가라는 생각이야.
아오마메와 덴고의 세상을 초월한 로맨스, 쫓는 자 우시카와와 쫓기는 자 덴고와 아오마메의 숨가픈 추격, 모래시계의 이정재처럼 아오마메를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다마루, 난 유빈이 다마루 같은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어. (아, 게이인 점은 빼도록 하자) 듬직하고 믿음직스런 남자. 덴고는 솔직히 난 별로야. 지금 우리세대 젊은이들 같아. 개인적인 생활을 좋아하고, 그냥 그냥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 그런 사람보다는 난 다마루처럼 아픔이 있지만 그것을 승화시킨 묵직한 남자가 더 멋있더라.
난, 이 소설을 읽고서 잠시 벗어나 두 가지에 대해서 생각했어. 하나는 이 세상 말고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 1Q84는 달이 두 개인 세상이었지.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달이 세 개인 세상도 있을 수 있고 달이 네 개인 세상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니 생각의 폭을 넓혀야겠어.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어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다음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는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어. 그것은 불교의 윤회 사상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네.
다른 하나는 내가 유일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마더와 도터처럼 나와 똑같은 존재가 아님 닮은 존재가 다른 세상에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도플갱어 이론에서는 나와 똑같은 존재를 만나면 파멸로 치닫고 마는 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면 괜찮겠지?
그런데 가끔씩은 나와 나의 분신과 텔레파시처럼 뭔가 통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음 좋겠어. 아마도 이야기의 내용은 나의 미래일 수도 있고 나의 과거일 수도 있겠지.

상류에서 본 계곡물이 하류에 도달했을 때 이 물이 아까 상류에서 봤던 물일까? 아님 새로운 물일까? 대답하기 어렵지…마찬가지로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인지 아님 새로운 나인지 답하기도 어렵겠지.

그래서 누군가는 오늘의 나는 죽었다라고 말을 했나 봐. 유빈이가 이러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려면 아직도 먼 훗날의 일이겠지. 어쩜 유빈이 이러한 질문에 고민을 할 때쯤이면 아빠는 너무 기성세대가 되어 쓸데 없는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고 다그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아빠의 목 뒤를 손톱으로 콕 찍어다오. 아오마메가 필살기를 구사하듯. 그래서 두터운 껍데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난 너에게 마더와 도터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주고 싶다. 마더는 너의 본성이고 도터는 사회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 낸 또 다른 나의 모습이라고. 일본인들은 혼네와 다테마에라고 하지. 지금의 너의 모습은 마더의 모습뿐이야. 그 해맑은 웃음과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입을 삐죽거리는 것 모두 너의 본성인 것이지. 그런데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껍데기를 만들어가. 리틀피플이 만드는 공기번데기처럼 자기 스스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만들어가, 그 안에는 사회적인 관념과 주위 사람의 바램과 욕심과 탐욕과 자존심 등이 섞여 들어가지. 그리고 결국에는 어떤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었던가 혼란스러워 하지.

내가 딱 그래.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에게 부끄럽지만 말할 수가 없어. 어렸을 때는 과학자가 되어 로보트를 만들겠다던지,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고쳐주겠다던지, 그런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있는 데.. 지금은 무엇이 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가 없어.
단지 하루하루 회사에 출근해서 월급날을 기다리면 살아가고 있어. 너에게 아빠라는 존재이기에 솔직히 이야기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런데 바보 같은 아빠는 아직 말도 못하는 너에게 매일매일 속삭인다.
<유빈이는 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세상의 눈치 보지 말고, 돈에 굴하지 말고, 명예에 굴하지 말고 너가 하고 싶은 것, 너가 웃을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성인의 말에 자기가 못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유빈이는 남이 아니니 괜찮을 거라는 엉뚱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유빈아. 아오마메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덴고, 어서 나를 찾아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먼저 찾기 전에.."
유빈이도 언젠가 자라서 남자를 만나게 되면 꼭 이런 심정을 가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어. 그냥 잘 생기고 능력 있어 보이는 남자 말고 아오마메가 세상을 초월해가면서 만나고 싶었던 그런 영혼의 떨림을 주는 남자를 말이야.
그런데 벌써 아빠는 두렵다. 유빈이가 언젠가는 나 말고 다른 남자를 인생의 전부로 생각할 것이라는 사실에... 그것이 아빠의 숙명이지만…

<워크아웃 판결문>
IQ84는 우선 재미있었다. 3권이나 되는 긴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읽을 수 있었으며, 3권은 예약주문을 했을 정도로 나를 조바심 나게 했다.
하지만, 책이 막을 내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IQ 84의 울림은 지속되지 않았다.
감동의 여운이 약했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고, 유빈에게 꼭 권할 만한 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IQ 84는 중고 매각을 처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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