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 참을 수 없이 궁금한 마음의 미스터리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말콤글래드웰은 우리가 생각 못하고 넘어가는 사실, 그냥 그렇겠지.. 하고 넘어가는 사실에 대해서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분석하고 풀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총 4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 데 말콤글래드웰의 구상이 아니라 편집자가 그 동안의 말콤글래드웰이 그 동안 쓴 글들을 분류에 맞게 편집한 책이다.

1부 외골수, 선구자, 그리고 다른 마이너 천재들은 한 분야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노력하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개를 사로 잡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인간의 눈으로 개를 판단하지 말고 개의 눈으로 개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너무 자신의 일에 빠져버려 가족을 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말콤글래드웰은 한 가지 분야에서 선구자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평생을 이 길이라고 생각하며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왔는 데, 그 길이 막힌 길이라면 이제 더 나갈 수 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고추냉이 속에 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다. 그러니 여러 세상을 바라보는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2부의 테마는 이론과 예측 그리고 진단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원인과 결과 분석에 대한 말콤글래드웰의
생각이다.
너무 빨리 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빨대를 통해 보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으로 좁은 시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엔론 파산 피해에 대한 책임은 물론 엔론 사장의 비도덕성이 가장 크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100% 선량하게 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엔론 파산 전에 엔론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좀 더 깊숙이 분석했다면 엔론의 이익이 실제적인 이익이 아니라 조작된 이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정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정보가 너무 많았고 복잡했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노숙자의 문제에 대해서는 전체 노숙자에서 소수가 반복적이고 치명적으로 사회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소수의 노숙자에게 집중한다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소수의 노숙자에게 집중하게 되면 다른 노숙자들도 소수의 노숙자가 되어 혜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부정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이미지 판독의 허점 유방조영술, 항공사진, 그리고 시각의 한계에서는 우리가 완벽할 것이라고 믿었던 유방조영술, 항공 사진 판독이 사실은 엄청나게 사진을 보는 사람의 주관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사진이라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는 것에 현혹되어 그것을 판독하는 사람의 주관이 결과에 미치는 비중은 미비하다고 근거 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보아온 뉴스들도 전부 사실은 아닐 것이며, 우리가 보아온 진실들이 사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위축과 당황의 차이는 위축은 묵시적 학습이 아직 남아 있는 단계여서 몸에 밴 행동을 하게 되는 데 압박감에 의해 그 행동이 완벽하지 않지만, 당황하게 되면 묵시적 학습이 없어져 버려 머리에 의해 행동하게 되는 명시적 학습에 의한 행동을 하게 되고 이것은 곧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당황하게 되면 더욱 위험한 것이다. 우리는 매일 위축과 당황 사이를 오가고 있다. 취업 면접관 앞에서는 긴장해서 준비해온 말을 더듬고 마음먹은 데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은 위축이고 당황은 합격할 줄 알았는 데 E-mail로 귀하는 우수한 인재이나 당사의 사정상 자리를 준비할 수 없었다는 글을 보았을 때 한동안 말을 잃는 것이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또 다른 진실에서는 비극적이지만 현대의 고도로 발달한 문명에서는 발생한 결과에 대해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과학의 결정체인 우주 왕복선 챌린저호의 경우 어이없게도 폭발의 원인은 값비싼 엔진도 복잡한 전자 장치도 아닌 단순한 오링의 문제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링, 볼트, 너트 등과 같은 사소한 것에도 엔진 검사처럼 철저한 검사를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일의 진행은 너무 더뎌서 다음 세대에서나 우주 왕복선을 완성하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모든 문제를 오링이라는 것으로 귀결할 수도 없다. 우리가 미쳐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사소한 원인이 불러 일으키는 문제도 다른 문제들과 조합에 조합을 거쳐 그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고도 문명하에서는 언제든지 이러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고 그럴 때마다 조사기관에서는 결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한 가지 원인을 찾을 것이지만, 그것이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고, 또다시 그러한 문제는 발생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론은 나의 생활에도 적용된다. 아내가 잔소리하는 이유를 내가 집에 늦게 와서라고 생각했는 데, 집에 일찍 와도 텔레비전만 보고 있다고 잔소리하고, 텔레비전을 안보고 누워있으면 할 것이 없느냐고 잔소리하고, 그래서 아내랑 같이 외식이라도 할려고 하면, 돈 쓸 생각만 한다고 하고, 그래서 외식하자라는 이야기 안 하면, 좀팽이, 무드 없는 사람이라고 하고, 뭐 먹을 건데?라고 물으면 남자가 우유부단하다고 하고, 고기 먹자! 라고 하면 자기의 의견은 묻지 않는 나쁜 남자라 하고 이처럼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일에 대해서 문제의 원인을 하나로 정할 수는 없으며, 그 원인을 해결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맑은 하늘처럼 깨끗이 해결되리라는 순진한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3부 인격, 성격, 그리고 지성은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일이, 그리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믿었던 일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위대한 시인이 되는 조건으로 젊었을 때 두각을 나타내고 애늙은이처럼 젊었을 때 삶과 죽음의 오묘한 진리와 인생의 가치라는 심오한 진리를 탐구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년의 나이에 등단해 이름을 날린 시인들도 많으며, 젊었을 때 성공한 시인은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많지 않았다.

우리는 범인의 심리와 주위환경을 파악해 수사망을 압축해 나가는 프로파일러에 대해 너무 환상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른다.
왜냐면 우리는 프로파일 기법에 의해 성공한 사건에 대해서만 뉴스에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콤글래드웰은 프로파일링에 의해 해결된 사건이 전체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미비하다는 것을 안다면 프로파일링에 대한 환상이 깨질 것이다.
프로파일러들이 이야기하는 방법은 무당들이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중반의 남성이거나 아니면 아주 젊은 청년일 가능성이 크다.
범죄자는 이른 아침 혹은 아주 늦은 시간의 비행기를 탔을 가능성이 높고 이례적으로 낮시간의 비행기를 탔을 가능성도 있다.
다중적인 의미 혹은 포괄적인 의미를 가진 말을 하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세상에 범죄 스릴러에서 본 완벽한 프로파일러는 환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긴 우리 주위에서도 프로파일러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
업무 지시를 할 때, 비용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고급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라!
심플하면서도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는 보고서를 만들어라! 와 같은 어려운 말들을 하는 직장 상사들.
이것은 우리 팀의 업무이지만 나의 책임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팀장을 보면서 프로파일러도 사람인 데, 우리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닌가 오히려 반문하게 되었다.

인재경영, 젝웰치의 GE를 시작으로 국내 삼성, LG등 대기업이 앞다투어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그리고 그 대단원은 <한 명의 천재가 만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로 연결되었다.
말콤글래드웰은 엔론의 사례를 통해 인재 경영이 마법의 열쇠가 아님을 경고하고 나섰다. 인재는 중요하지만 조직의 성격을 헤치는 인재는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직을 송두리째 와해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인재경영을 좋아한다면 부작용으로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실직자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첫인상이 90% 이상을 좌우한다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는 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첫인상이 배경이 되어 그 후로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첫인상이 좋았다면, 그 후에 그 사람이 파렴치한적인 행동을 하거나, 아주 얄미운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최소한 그 다음의 행동들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첫인상이 나빴다면, 아주 플러스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점수는 계속해서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선순환과 악순환이라고 할까?
그래서 어른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잘하라고 했던가 보다.
컴퓨터는 초기화라는 기능이라도 있어 첫인상을 지울 수라도 있을 텐데, 사람의 기억은 지워지지도 않으니, 차라리 상대방이 나에게 받은 첫인상이 어땠는지 알아봐서 나에 대한 첫인상이 나빴다면 연락을 끊고 살아야 하나? 라는 슬픈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 가 아닐까?
이 책에서는 핏볼이라는 개가 사람을 습격했다는 이유로 핏볼이라는 개를 사육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핏볼이라는 품종이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핏볼뿐만 아니라 그 전에 다른 품종들도 종종 사람들을 습격한 사례가 있기에, 핏볼이라는 품종을 일반화하여 금지시킨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이것은 동양인의 범죄가 날로 늘어나기 때문에 중국인의 출입을 금한다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일반화의 오류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다. 그것은 일은 간소하게 만들 수 있으며, 규격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주식시장에서 패턴을 찾아 일반화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골든크로스에는 주식을 사고, 데드크로스에는 주식을 팔면서… 하지만 그렇게 해서 돈을 번 사람을 나는 보지 못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사람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사람의 행동이나 주위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저 사람은 영어를 잘하네. 능력 있는 사람인가 봐!.
저 사람은 부자인가 봐. 저 차는 꽤 비싼 차란 말이지.
저 사람은 공짜를 좋아하나 봐. 머리 숱이 별로 없어.
저 사람은 눈물이 많은가 봐. 눈 밑에 점이 있네.
저 사람은 욕심이 많을 꺼야. 저 덕지덕지 붙은 살들을 봐.
저 사람은 머리에 든 것이 많은 가봐. 저 커다란 머리를 보면 말이야.
우리는 너무 쉽게 저 사람에 대해서 결정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 나에게
나는 과연 합리적인 인간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해서 떠오르는 나에 대한 자문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뉴스와 신문, 책 등을 통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의심 없이 믿었던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면….끔찍한 상상이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이라서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으로 이상적으로 조절된다고 믿었던 완전시장가설은 영원히 이루어지지 못할 가설이라는 것을 지금은 이해한다.
나 역시 주식 투자를 할 때면 가끔 이성을 잃고, 내가 산 종목만을 위한 기사를 읽으며, 부정적인 기사는 외면한다. 그리고 15일에 사는 주식이 잘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일반화를 적용하고 있다.
신문, 방송, 책 등 신뢰성이 높은 매체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순한 양이 되어 모두 받아들이고 있으며, 5년에 한 번씩 대통령이 새로 바뀔 때마다 한국이 곧 서민 중심의 취업 걱정도 없고 집 걱정도 없는 행복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믿을 갖곤 했다. 대통령이 그렇게 만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람은 거짓을 진실로 만들 수 있는 위대한 존재”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980년대 광주 학생 운동도 그랬고 (나는 부끄럽게도 철저하게 광주학생운동에 대해서 배우지 못한 사람으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광주 학생 운동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일본 학생이 한국 여학생을 희롱해 한국 학생들과 일본 학생들이 싸움을 벌인 것인 줄 알고 있었다.) 최근의 천안함 사태도 그렇고, 오은선씨의 히말라야 14좌 등반도 그렇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이제는 헷갈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나는 유빈에게 세상을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까?
세상은 진실된 곳이야. 그러니 열심히 노력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너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세상은 거짓이 많은 곳이란다. 그러니 속지 말고, 사람들 조심하고 (특히 남자들) 바보처럼 혼자만 착하게 당하지 말고, 적당히 약게 살아야 해. 라고 해야 하나..
오늘도 나는 상반 된 두 개의 대답 속에서 여전히 갈팡질팡 하고 있다.

■ 유빈에게
지금의 너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밝고, 새롭고 아름답게 보일 텐데, 그런 너의 시선을 영원히 지켜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세상은 때론 너무 어둡고 참혹하다는 것을 말해야겠네요.
너에게 지금은 엄마와 아빠가 이 세상의 전부일 테고, 배고프면 엄마가 밥을 주고, 울면 언제든지 손을 내미는 주위 사람이 있으니 걱정이 없겠지요.
그런데, 유빈씨. 커가면서 힘들다고 투정해도 울어도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언젠가는 경험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너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생겨날 거야. 당연히 그 반대일 수도 있지.
난 너에게 동화 속의 아름다운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바라보라고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
그 보다는 사물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의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알아야 해. 다양한 각도의 시선은 많은 경험과 많은 배경 지식에서 나올 수 있단다.
그러니 유빈아, 20대가 되기 전까지 너에게 중요한 것은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듣는 것이라고 생각해. 기초를 형성하는 단계인 거지.
그리고 20대에는 그 때까지 유빈이 만들어온 단단한 기초를 활용해서 세상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실전 연습을 하는 거야..
그리고 30대에는 자기만의 시선을 완성하고 40대에는 자기만의 시선을 몸에 배게 하는 거야.
난 유빈이 다양한 시각으로 넓은 세상을 느껴보기를 바래요.
고추냉이 속에 사는 벌레에게 세상은 고추냉이가 전부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