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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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마메, 그리고 덴고의 사랑은 세상의 눈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초등학교 때 손만 한 번 잡았을 뿐인 아오마메와 덴고, 그런데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서로에 대한 체온은 서른이 넘은 나이가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오마네는 특별한 기술을 가진 킬러, 그리고 덴고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왠지 사회와는 어울리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상을 살아가는 수학 강사 겸 소설가다.
이야기의 시작은 아오마메가 고속도로에서 비상 출구를 통하며 1Q84라는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시작된다. 달이 두 개인 새로운 세상, 그리고 덴고는 후카에리라는 여고생이 쓴 공기번데기라는 소설의 고스트라이더로 새로운 세상에 관여하게 된다.
공기번데기는 리틀피플이라는 예언자쯤 되는 종족들이 공기에서 실을 추출하여 만드는 것으로 도터를 생산한다. 도터는 마더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로 도터가 탄생되었다는 증거로 달이 2개가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1Q84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다 도터를 가진 존재란 말인가?
후카에리가 쓰고 덴고가 수정한 공기번데기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덴고는 후카에리가 거대한 종교 집단인 선구 리더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아오마메는 미성년자를 성폭했다는 이유로 선구의 리더를 죽이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호텔에서 만난 아오마메와 선구의 리더, 그런데 선구의 리더는 아오마메에게 자기의 목숨을 끊어 달라고 요청한다. 리더는 리틀피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그만큼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아오마메는 선구 리더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덴고라는 존재가 어느 순간 마음 속에 가득해진다. 그래서 마음을 바꿔 덴고를 만나기 위해 살기로 한다. 덴고는 선구의 리더가 죽던 밤, 후카에리와 종교의식 같은 성행위를 한다.
그것은 흥분에 취해 한 쾌락의 행위가 아니라,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린 숭고한 행위였다.
그리고 아오마메는 임신을 한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지만, 아오마메는 덴고의 아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후카에리가 아오마메와 덴고를 이어준 것이다.
그 시각 선구에서는 리더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아오마메를 쫓기 시작한다. 우시카와라는 자가 그 추격자의 역할을 맡았다. 지지리도 못생기고 재수도 없는 사나이 우시카와. 그런데 그는 역설적이게도 아오마메에게 덴고의 위치를 가르쳐주고, 다마루의 일격을 받아 운명을 달리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아오마메와 덴고는 서로의 손을 잡고 아오마메의 추리대로 처음 1Q84로 연결된 통로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 문을 열었을 때, 아오마메와 덴고는 1Q84를 떠나 새로운 세상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오마메와 덴고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달이 한 개로 보이는 호텔에서 뜨거운 사랑을 확인한다.

■ 나에게
이 세상이 전부일까? 1Q84를 읽으며 뇌리를 스친 질문이다. 이 세상 말고도 또 다른 세상이 그리고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각 세상마다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통로가 존재한다.
아오마메는 우연히 그 통로를 지나치게 되었고 다른 세상으로 이른바 포털이라는 장치처럼 옮겨졌다. 1Q84라는 세상은 리틀피플이라는 예지자가 존재한다. 그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리시버라는 존재를 통해 전한다. 공기번데기를 통해 마더는 도터라는 존재를 복제한다.
나와 또 다른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니 데쟈뷰에 의한면 우리는 영원히 만나서는 안된다. 죽음을 부르기 때문에.. 그런데 다른 세상에 존재한다면, 나와는 다른 세상에 내가 살고 있다면 그런데 가끔씩은 텔레파시 같은 것을 통해서 나에게 다른 세상의 느낌을 전달해 준다면 그것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기시감이 아닐까? 언젠가 봤을 법한 인물, 언제가 와 봤던 곳이라는 생각, 이것은 어쩜 또 다른 나인 도터가 먼저 그러한 경험을 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 지금은 내가 마더인지 도터인지 확신은 없다.
무라카미는 이 1Q84라는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단순하게 보자면 이 책은 판타지 러브 스토리이며, 선구라는 종교 집단과 아오마메라는 킬러 사이에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액션이 녹아 들어 있고, 덴고라는 청년이 여자 등장인물들과 벌이는 애로 장르가 교묘히 배치된 종합 소설이다. 그런데 복잡하게 보자면 이 책은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언급한 종교 소설이며, 마더와 도터라는 체세포 복사와 같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소설이며, 성폭행에 신음하는 여성들을 대변하는 사회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지금 나는 33살의 회사원으로 월급날을 기다리며 보너스를 기다리며 하루 하루 회사에서 버티기를 하고 있다. 살아가는 것에 재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냥 하루 하루를 너무 쉽게 버리고 있지는 않은 지 걱정스럽다. 그런데 문뜩 올려다본 하늘에 달이 2개라면 어떤 기분일까? 새로운 세상에 떨어진 기분이겠지. 그리고 하루 하루가 숨가쁘겠지.
오늘부터라도 마음 속에 달을 하나 더 그려 넣어야겠다. 그리고 마치 새로운 미지의 세상에 살아가는 감정을 가져봐야겠다.

■유빈에게.. .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감정은 긴 스토리의 영화 한 편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넘나드는 무라카미라는 작가의 능력에 매료되었던 증거겠지. 2000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 만으로도 무라카미라는 작가는 위대한 작가라는 생각이야.
아오마메와 덴고의 세상을 초월한 로맨스, 쫓는 자 우시카와와 쫓기는 자 덴고와 아오마메의 숨가픈 추격, 모래시계의 이정재처럼 아오마메를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다마루, 난 유빈이 다마루 같은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어. (아, 게이인 점은 빼도록 하자) 듬직하고 믿음직스런 남자. 덴고는 솔직히 난 별로야. 지금 우리세대 젊은이들 같아. 개인적인 생활을 좋아하고, 그냥 그냥 하루하루 보내는 사람. 그런 사람보다는 난 다마루처럼 아픔이 있지만 그것을 승화시킨 묵직한 남자가 더 멋있더라.
난, 이 소설을 읽고서 잠시 벗어나 두 가지에 대해서 생각했어. 하나는 이 세상 말고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 1Q84는 달이 두 개인 세상이었지.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달이 세 개인 세상도 있을 수 있고 달이 네 개인 세상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겠지. 그러니 생각의 폭을 넓혀야겠어.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어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다음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는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어. 그것은 불교의 윤회 사상과 조금 닮은 구석이 있네.
다른 하나는 내가 유일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마더와 도터처럼 나와 똑같은 존재가 아님 닮은 존재가 다른 세상에 존재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도플갱어 이론에서는 나와 똑같은 존재를 만나면 파멸로 치닫고 마는 데,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면 괜찮겠지?
그런데 가끔씩은 나와 나의 분신과 텔레파시처럼 뭔가 통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음 좋겠어. 아마도 이야기의 내용은 나의 미래일 수도 있고 나의 과거일 수도 있겠지.

상류에서 본 계곡물이 하류에 도달했을 때 이 물이 아까 상류에서 봤던 물일까? 아님 새로운 물일까? 대답하기 어렵지…마찬가지로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인지 아님 새로운 나인지 답하기도 어렵겠지.

그래서 누군가는 오늘의 나는 죽었다라고 말을 했나 봐. 유빈이가 이러한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려면 아직도 먼 훗날의 일이겠지. 어쩜 유빈이 이러한 질문에 고민을 할 때쯤이면 아빠는 너무 기성세대가 되어 쓸데 없는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고 다그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아빠의 목 뒤를 손톱으로 콕 찍어다오. 아오마메가 필살기를 구사하듯. 그래서 두터운 껍데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난 너에게 마더와 도터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주고 싶다. 마더는 너의 본성이고 도터는 사회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 낸 또 다른 나의 모습이라고. 일본인들은 혼네와 다테마에라고 하지. 지금의 너의 모습은 마더의 모습뿐이야. 그 해맑은 웃음과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입을 삐죽거리는 것 모두 너의 본성인 것이지. 그런데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껍데기를 만들어가. 리틀피플이 만드는 공기번데기처럼 자기 스스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만들어가, 그 안에는 사회적인 관념과 주위 사람의 바램과 욕심과 탐욕과 자존심 등이 섞여 들어가지. 그리고 결국에는 어떤 모습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었던가 혼란스러워 하지.

내가 딱 그래. 나는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에게 부끄럽지만 말할 수가 없어. 어렸을 때는 과학자가 되어 로보트를 만들겠다던지,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고쳐주겠다던지, 그런 이야기를 했었던 기억이 있는 데.. 지금은 무엇이 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가 없어.
단지 하루하루 회사에 출근해서 월급날을 기다리면 살아가고 있어. 너에게 아빠라는 존재이기에 솔직히 이야기하지 못했을 뿐이지.

그런데 바보 같은 아빠는 아직 말도 못하는 너에게 매일매일 속삭인다.
<유빈이는 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세상의 눈치 보지 말고, 돈에 굴하지 말고, 명예에 굴하지 말고 너가 하고 싶은 것, 너가 웃을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성인의 말에 자기가 못하는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했는데... 유빈이는 남이 아니니 괜찮을 거라는 엉뚱한 논리를 내세우면서..

유빈아. 아오마메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덴고, 어서 나를 찾아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먼저 찾기 전에.."
유빈이도 언젠가 자라서 남자를 만나게 되면 꼭 이런 심정을 가질 수 있는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어. 그냥 잘 생기고 능력 있어 보이는 남자 말고 아오마메가 세상을 초월해가면서 만나고 싶었던 그런 영혼의 떨림을 주는 남자를 말이야.
그런데 벌써 아빠는 두렵다. 유빈이가 언젠가는 나 말고 다른 남자를 인생의 전부로 생각할 것이라는 사실에... 그것이 아빠의 숙명이지만…

<워크아웃 판결문>
IQ84는 우선 재미있었다. 3권이나 되는 긴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읽을 수 있었으며, 3권은 예약주문을 했을 정도로 나를 조바심 나게 했다.
하지만, 책이 막을 내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IQ 84의 울림은 지속되지 않았다.
감동의 여운이 약했고,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고, 유빈에게 꼭 권할 만한 책은 아니었다. 그래서 IQ 84는 중고 매각을 처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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