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 칼의 노래 100만부 기념 사은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그냥 툴툴 마음이 가는 데로 내 맽는 말인 것 같은 데, 인생의 깊이가 느껴진다.

 

특히 밥벌이의 지겨움.. 노동이 싫다 노는 게 좋다라는 말에는 진한 공감이 간다.

 

마치 술자리에서 인생의 선배 취중진담을 듣고 있는 느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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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음악은, 그리고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결핍의 소산인 것 같다. 스스로의 결핍의 힘이 아니라면 인간은 지금까지 없었던 세계를 시간 위에 펼쳐 보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상상력은 스스로의 결핍에 대한 자기 확인일 뿐이다. 악기는 인간의 몸의 일부로써만 작동한다. 인간의 몸이 아니면 그 악기로부터 소리를 끌어낼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악기는 인간의 몸과 친숙하게 사귈 수 있는 물리적 구조로 태어난다.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이 악기 속으로 연장되면서, 악기가 인간의 몸 속에서 살아나면서 소리를 낸다. 그래서 모든 음악은 인간의 몸의 소리인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의 시간과 생명이 스스로의 결핍을 힘으로 삼아서 소리를 낸다. 그리고 몸과 악기의 교감의 원리는 오직 아날로그의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일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소외시킨다. 부지런을 떨수록 나는 점점 더 나로부터 멀어져서, 낯선 사물이 되어 간다. 일은 내 몸을 나로부터 분리시킨다. 나의 현존이 몸으로부터 떠나갈 때, 나는 불쾌하고 불안하고 불편하다.

 

모든 밥에는 낚시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시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 쪽 물가에 낚시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올리는 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 다시 밥을 벌 수 가 있다.

 

세월은 무자비한 불도저처럼 인간의 얼굴을 밟고 지나간다. 아무도 그 불도저의 궤도 자국을 피할 수는 없다. 늙음은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이다.

 

남성성의 본질이란 아마도 결핍일 것이다. 스스로 결핍이 아니라면 남자들이 여자를 그리워할 리가 없을 것이다.

 

여자의 젖가슴의 모든 고난은 직립보행에서 비롯된 것이다. 네 발로 기어 다니는 포유류들의 젖은 아래로 늘어져서 편안하다. 이것이 무릇 모든 젖의 자연일 것이다. 두발로 걷기 시작한 이후로, 여자들의 젖가슴은 어쩔 수 없이 전방을 향하게 됐다. 가엾은 일이다.

 

길은 생로병사의 모습을 닮아 있다. 진행 중인 한 시점이 모든 과정에 닿아 있다. 태어남 안에 이미 죽음과 병듦이 포함되어 있다. 길은 이곳과 저곳을 잇는 통로일 뿐 아니라 여기서부터 저기까지의 모든 구부러짐과 풍경을 거느린다. 길은 명사라기 보다는 동사에 가깝다.

 

30년 동안 아마도 그보다 더 오랜 세월 동안, 이 사회는 앞서 넘어진 바로 그 자리에 계속해서 넘어지고 있구나, 흙먼지 속에서 점심을 먹는 전경들의 못브이 그런 생각들을 일깨워주었다.

 

연어들은 자신의 몸과 자신을 몸을 준 몸을 서로 마주보지 못한다. 이 끝없는 생명의 반복인 무명과 보시는 인연이고, 그 인연은 세상의 찬란한 허상이다라고 고형렬은 썼다. 조국의 연어들은 이 인연의 강을 따라 돌아오고 또 돌아온다. 죽음에 삶을 잇대어 가며 그 것들은 돌아온다. 돌아와서 생명의 기쁨과 생명의 허무를 사람들에게 알게 한다.

 

눈의 아름다움은 세상을 고립시켜 주는 힘에 있다. 눈이 가득 쌓여 마을의 길들이 끊어지고 인기척이 없을 때, 이 정처 없던 삶은 문득 정처를 회복한다. 눈이 쌓여서 길이 모두 지워졌을 때 내가 살던 이 불안정한 주거는 정주하는 자의 평온을 회복한다.

 

자본의 힘은 미녀들을 찬양해서 억압하고, 아줌마들을 폄하해서 억압한다. 몸과 삶이 맞닿아 있는 것이 아줌마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삶으로부터 유리된 몸의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사회에서 아줌마들의 싸움은 힘들어 보인다.

 

헛된 희망이 인간을 타락시킨다. 인간은 헛된 희망 떄문에 무지몽매해진다. 결정적으로 인간이 무지몽매해지는 것은 어설픈 희망 때문이다.

 

난 스스로 도덕적 존재라는 확신은 안 한다. 그리고 도덕적 존재라는 신념에 찬 자를 경멸한다. 이런 자는 필시 누군가를 부도덕하다고 생각하는 속내를 감추고 있기 마련이다. 나는 도덕적 존재도 아니지만 부도덕한 존재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가난뱅이가 도덕적이고 부자가 악인 건 아니다. 악한 부자가 있는 거지..

 

나는 노동을 싫어한다. 불가피해서 한다. 노는 게 신성하다. 노동엔 인간을 파괴하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이 사회는 노동에 의해 구성돼 있다. 나도 평생 노동을 했따. 노동을 하면 인간이 깨진다는 거 놀아보면 안다. 나는 일할 때고 있었고 놀 때도 있었지만 놀 때 인간이 온전해지고 깊어지는 걸 느꼈다.

 

여자와 생명을 생각하면 경이롭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을 느낀다. 내가 남자로 태어난 것은 어떤 결핍이고, 그 결핍이 여자의 생명을 경이롭게 보게 하는 것 같다. 여자를 보면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볼 때의 경이로움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나는 여자를 풍경으로 보는 인간이다.

 

나이 먹는 거 쓸쓸하다. 나이 들면 어느 정도 소외돼서 적막한 자리에 처박혀 있는 게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나이 먹는 건 바람 부는 거나 날 저무는 것과 같은 자연현상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이 든다는 것이 모멸의 대상이 된 것 같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하려 할 때 무모하고 추잡한 권력이 난무하게 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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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 내 안의 강점발견법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지음 / 고즈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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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잘할 수있는가? 아니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잘해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무엇을 좋아하는 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라는 말은 들은 적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은 다 획일화된 사람들만 있는 것일까? 

그런데 회사에서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고 한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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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프리카인이 말했다. 손으로 밥을 먹으면 더럽다 한다. 미개하다 말한다. 그러나 당신들은 고작 다른 사람들이 빨던 포크와 나이프로 밥을 먹는다. 나는 내 손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다른 사람이 먹던 도구로 밥을 먹는 것이 문명이라면 나는 나만을 위한 내 손으로 밥을 먹는 건강한 원시에 머물 것이다.

 

우리가 순수한 재능이라 부르는 것은 대부분 세 살부터 나타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재능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조금씩 희석된다. 이러한 이유로, 학습을 통해 보완된 능력이 아닌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려면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특히 세살에서 일곱 살 시절의 모습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 적 기억을 온전히 떠올리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타고난 재능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에 대한 실마리를 최대한 이용해서 시간을 두고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관찰하는 것이다. 어떤 프로파일이나 앙케트도 이 방법보다 훌륭할 순 없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한 가지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면, 언제가 그 질문의 답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와 만나게 될 것이다.

 

저는 아직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제 꿈이나마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꿈이오니

예이츠 <하늘의 천>

 

이 세상에서 열정 없이 이루어진 위대한 업적은 없다. 인생에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때로는 미칠 줄도 알아야 한다. 당신이 만약 미친다면 어떤 일에 미치겠는가?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인간의 책임 중 하나는 인생을 걸 만한 삶의 이유를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골수에 사무치도록 간절히 바라는 그것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욕망이 강한 것일수록 그대가 잘할 확률이 높다.

 

대부분 착하다는 칭찬은 어른들의 기대에 따라 말썽 한 번 안 피우는 얌전한 아이에게 돌아간다. 내 뜻대로 뭔가를 해볼라치면 이내 못 됐구나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나는 착한 어린이보다 차라리 못된 아이가 낫다고 주장하고 싶다. 정말 착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욕망을 적절히 조화시킬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프라 윈프리는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남에 대한 사랑이 나에 대한 사랑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내 인생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면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우리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비전 퀘스트는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성인이 되기 위해 치렀던 의식으로 일종의 통과의례다. 인디언들은 성년에 가까워지면 미성년자를 깊은 숲으로 혼자 들여보내 열흘 동안 음식도 금한 채 자신의 인생 비전을 세우도록 했다. 숲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세상과 단절되는 가운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관찰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처럼 비전 퀘스트는 자신의 내면을 만나고 인생의 지도를 그리는 여행이었다. 이 여행에서 얻은 비전은 그의 인생 지표가 되고 직업이 되었다.

 

남들과 다르지만 결국 내 마음이 편한 대로 가는 것 그것이 그가 자신의 꿈을 찾은 방법이었다.

 

FLOW : 어떤 행위에 깊게 몰입하여 시간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생각까지 잊어버리게 될 때를 일컫는 심리 상태다. 다른 어떤 일에도 관심이 없을 정도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푹 빠진 상태를 말한다. 이 겨험 자체가 매우 즐겁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어지간한 고생도 감내하면서 그 행위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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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경제대기획 부국의 조건 -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행복을 결정하는 제도의 힘
KBS <부국의 조건>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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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부국일까? 아직은 아니다.

그렇다면 부국이 될 수있을까? 경제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정신적으로는 부국의 길은 멀어보인다.

부국은 정신적으로 서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니까.. 특히 노사의 관계와 시민의식.. 이것은 많이 아파보고 많이 부딪히면서

성숙하는 것인데.. 한국은 이러한 경험을 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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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역사가들은 근대 유럽이 경제성장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식민지 경영을 꼽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으로 군대를 보내 그곳의 자원을 약탈해갔으며 원주민들을 자국으로 데려가 노예로 삼기도 했다.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화는 과정이 훨씬 자율적이었으며 포용적일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제도로 홈스테드 법을 들 수 있다.

홈스테드 법은 식민지 초기에 개척자들에게 토지를 분배하던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서부의 미개발 토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자영 농지법이다. 1862년 제정된 이 법은 21세 이상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해 토지를 받을 수 있었다.

 

로마 시내 북부에는 성스러운 산이란 뜻의 몬테 사크로가 있다. 이곳은 기원전 5세기경 로마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낸 현장으로 유명하다. 시민과 군인들이 가혹한 통치에 대항해 집단 노성을 벌였던 곳이다. 이른바 성산 사건으로 알려진 이 투쟁은 오늘날 총파업처럼 시민들이 그들의 일을 멈추는 것으로 귀족계급에 저항한 투쟁이다.

 

조지프 슘페터는 경제발전에는 발명을 위한 연구, 혁신을 위한 개발, 상품화라는 3단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뿐 아니라 모든 사회에서 경제발전의 필수 조건이 된다.

 

싱가포르의 성공요인은 MPH공식으로 표현한다.

1) 능력주의 (Meritocaracy) 능력주의는 나라을 운영하는 최고의 지도자를 선출하게 해준다.

2) 실용주의 (Pragmatism) 싱가포르에서는 모두에게 배우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관료체제에서도 상하 관계보다 수평 관계를 유지하므로 누구든 의견을 낼  수 있으며, 그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좋은 의견이라면 받아들인다.

3) 정직함 (Honesty) 한 사회에서 정직함을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하지만 강력한 부패방지법을 시행하면서 재계와 정계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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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5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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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버려야 하는 데.. 나는 아직도 머리로는 알겠는 데, 현실을 부정하지 못하는 이중 인격자다.

아직은 마음의 만족 보다는 부자의 만족을 쫓고 있으니..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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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뒷날 바로 우리 시대를 두고 어두웠다고 쓰게 될 겁니다. 가난의 고통에 모멸을 더하고, 사소한 이익을 위해, 인간의 존엄에 속한 가치를 모조리 쓸어다 버린, 어리석은 부자들의 한시대 였다고 쓰게 될 겁니다. 지금 떠나는 이들, 죄 없으면, 다시 돌아오게 될 겁니다.

죄 없으니, 다시 돌아오게 될거라고 적어야 할 이들도 있을 테지요? 죄 없으니 곧 다시 돌아오시게 될 겁니다.

개짖는 서슬에 잠시 허공으로 날아오를 새떼들, 다시 숲으로 돌아드는 저녁을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도, 순결한 영혼들 편히 쉬겠지.

 

<새날>

새벽에 눈뜨면 새날입니다. 햇살이 눈부시지요. 밝습니다.

살아서 맞는 모든 아침이 새날입니다. 그 어느 아침도, 전에 있었을 리 없는 옹근 새날입니다 그렇듯 존재도 그렇게 새로워져야 합니다. 방금 갓 태어난 어린 생명에게 새날인 것처럼, 늙고 병든 존재에게 주어진 아침도 어쩔 도리 없습니다. 새날입니다.

경이로운 새날을 맞은 기쁨으로 마음 설레고, 몸은 새날을 살아갈 기운으로 넘쳐나시기 빕니다. 성취와 보람은 물론, 실패와 좌절, 실망조차 새날의 경이로움 위에 놓인것을 확인하는 새아침이 되시기 빕니다. 그렇게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웃집 맛>

진한 맛은 진해서 순한 맛은 순해서 좋은 법이지요. 남들하고 관계는 그렇게 조금씩 다른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우리 집 맛만 고집하면 이웃의 진미를 깊이 알고 즐길 수 없지요.

 

<무명>

그러게 뭐랬어요? 권력, 명예, 금력... 그게 늘 좋기만 한게 아니고 자칫이 재앙이 될 수도 있다니까요? 무명이 허명보다 낫습니다.

세월의 이끼가 앉은 비,갈과 사리탑이, 서서히 막돌이 되고 있는 자리에 서면 쉼없이 무명의 자리로 이끄는 시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알아주는 이 없는 속편한 자리에서 따뜻하고 평화롭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행복은 그대로 비범한 삶이기도 하지요.

 

<숨 쉬는 물건>

숨 쉬는 물건은 대개 수명이 길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천수를 다한 옹백 옹의 삶을 돌아보면서, 삼가 조의를 !

 

<우리라도>

잘산다는게 뭐지요? 적당히도 아니고 너무 많은 걸 욕심내어 탐하고 사는것? 그래서 원없이 누리고 사느라 부끄러움도 다 잊어 버리고 마는 것? 자신 뿐아니라 이웃을 망치고, 부모형제에 자식조차 상처를 입기고, 존재를 욕망의 화신이라 믿게 만드느 것? 그렇게 사는 것 부러워해서 그걸 자알산다기도 하기는 하지요? 말로는 반듯하게 흠없이 살자해 놓고 몸으로는 자알사는 삶을 선택하기도 일쑤입니다. 조금은 힘든 선택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라도 잘 살기로 해보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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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김형태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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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경제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한 책.. 저자의 양쪽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대단하다.

나도 이렇게 리솜적인 지식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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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상황를 꿰뚫어봄으로써 닮음과 다름을 새롭게 가르는 투시력

오래된 미래를 보고 활용하는 원형력

스스로를 죽여 새롭게 태어나고 자신의 몸속에서 미래의 적을 키우는 생명력

무겁게 중심을 잡아주지만 동시에 가볍게 떨치고 날 수 있는 중력과 반중력

답이 없어 보이는 불가능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해결 가능한 상황으로 새롭게 정의하는 재정의력

 

위대한 리더는 자신의 칼로 인재를 조각하려 들지 않는다. 미켈란젤로처럼 인재를 뒤덮고 있는 회반죽을 털어내고 원형을 꺼내줄 뿐이다.

 

과학의 발전도, 경제나 기업의 발전도 과거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는 것이요. 보았던 것이라도 다시 새롭게 보는 것이다.

 

테셀레이션 (tessellation) : 동일한 기하학적 모양을 겹치지 않게 반복적으로 배열함으로써 특정한 평면을 빈자리 없이 채우는 공간 분할방식이다. 모자이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슬람 세계에서 최고의 성지는 마호메트가 태어난 메카이고, 다음이 마호메트의 무덤이 있는 메디나, 그리고 세번째 성지가 예루살렘이다. 하지만 십자군에게는 1위도, 2위도, 3위도 모두 예루살렘이다.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를 얻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전혀 부담 없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상대방이 스스로 빗장을 풀고 호의를 베풀게 되면, 그것이 아무리 작은 호의라도 게임은 끝난 것과 다름없다. 이제부터는 인지부조화를 정말 혐오하는 그의 뇌가 알아서 답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에 복합그룹 할인 (conglomerate discount) : 투자자들은 이것저것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섞여 있는 복합그룹을 좋아하지 않는다.

 

심슨의 역설 (Simpson's paradox) : 데이터 전체를 대상으로 평균을 구해 얻어지는 결론과 데이터를 성격이 다른 작은 그룹으로 구분해서 평균을 구한 결론이 와넌히 달라지는 경우다. 정확히 표현하면 성격이 다른 부분들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합해서 평균을 내면 잘못된 결론을 유도하기 쉽다는 말이다.

 

전쟁이든 비즈니스든 진짜 고수는 이미 이겨놓고 싸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승전후구전 (勝戰後救戰)의 의미이기도 하다. 치밀한 준비와 사전 전략에서 승패는 이미 갈리고, 전쟁은 이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다.

 

예술의 역사는 어찌 보면 파과의 역사 그 자체다. 기존에 존재해왔던 예술에 대한 정의 자체를 끊임없이 파괴하며 진화해왔다는 뜻이다. 미술의 역사는 미술에 대한 재정의의 역사다.

 

쿠르베형 리더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리더다. 쿠르베가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회화의 주제로 선정한 것은 평범하지 않은 획기적 도약이다.

에셔형 리더는 다름, 갈등, 대립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닮음, 화해, 조화를 볼 수 있는 리더다.

모네형 리더는 순간적 변화를 포착해낼 수 있는 감각을 갖춘 리더다. 모네형 리더는 남들이 놓치기 쉬운 순간적 인상을 잡아내는 감각이 뛰어나다.

세잔형 리더는 사람이든 시장이든 기술이든, 그 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원형을 볼 수 있는 리더다. 조직과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구성원들은 본질과 원형에 충실한 리더에 마음이 끌린다.

몬드리안형 리더는 기본에 충실한 리더다. 동시에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유혹들을 물리치고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리더다.

브란쿠시형 리더는 곁가지는 모두 쳐내고 사물의 본질만 남긴다.

베르니니형 리더는 지극히 치밀하고 섬세하다.

미켈란젤로형 리더는 열려 있음과 미완성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리더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능력을 알아보고 키워주고 활용할 수 있는 리더다.

피카소형 리더는 하나의 대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본다.

고흐형 리더는 열정적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리더다. 그의 언행에선 나선형 에너지가 넘쳐난다.

리히터형 리더는 생명, 즉 살아 있음을 그린다.

 

경제란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다. 결국 경제를 재정의한다는 말은 무엇이 잘사는 것이냐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결핍의 경제학이란 책에 의하면 가난이란 경제적 여유뿐 아니라, 뇌의 여유, 즉 정신적 여유가 결핍된 상태로 정의된다. 빠듯한 돈으로 이것저적 처리해야 할 것이 많고 직장도 안정적이지 못하면 노의 여유가 없어진다. 뇌에 여유가 없어지면 집중하지 못하고 서두르고 실수를 하기 쉽다. 직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성과가 안 좋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좋은 직장을 유지하기 힘들다. 다시 빈곤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형태를 강조한 대표적 유파가 사실주의다. 사실주의의 거장 구스타브 쿠르베는 내가 천사를 그리길 원한다면 내게 그 천사를 보여주시오라고 말했다. 회화의 본질은 실제 사물이나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것이지,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사실주의와는 반대로 색채가 형태를 리드한 유파가 낭만주의다. 낭만주의로 오면서 화가의 주관적 감정이 격정적인 색채로 표현되었다. 낭만주의는 숨막힐 정도로 균형을 강조하는 신고전주의에 반발해서 태동한 것으로, 자유로운 영혼이 기반이다.

 

형태를 무시한다는 측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파가 인상주의다. 인상파 화가들이 그리려 한 것은 빛으로 환원된 순간적 인상이다.

 

뛰어난 예술가를 마스터형과 천재형으로 구분하고, 마스터의 창의성은 실험적 창의성이요, 천재의 창의성은 개념적 창의성으로 설명했다. 마스터라는 말에서는 시간의 풍파를 견디어내고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그 누구도 근접하기 힘든 내공이 느껴진다.

마스터형 화가가 세잔이고, 천재형화가가 피카소다.

 

키스가 왜 생겼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한다. 조금은 황당한 주장은 원시 시대 사냥을 다녀온 남자가 여자들이 식량을 훔쳐먹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입맞춤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영혼이 호흡을 통해 몸의 안과 밖을 충입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끼리 영혼을 공유하기 위해 입맞춤이 시작되었다는 가설도 있다.

 

원형엔 군더더기가 없다. 화려한 장식도 없다. 그대로 민낯이다. 그래서 순수하기도 하다. 브란쿠시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서로 상반되는 것들 간의 조화다. 브라쿠시의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상반되는 것들이 다양한 차원에서 하나됨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식물학에선 뿌리와 줄기가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에 따라 식물을 크게 두 개의 원형으로 구분한다. 하나는 수목형 (arborescent)식물이고 다른 하나는 리좀형(rhizomatic)식물이다. 뿌리로 부터 나무 끝에 있는 잎까지 가는 길, 즉 영양분의 공급경로는 하나로 정해져 있는 식물을 수목형, 즉 나무형 구조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땅속 줄기 식물 감자, 고구마 등을 리좀형 식물이라고 하고, 리좀은 위계가 없고 수평적이고, 시작과 끝이 없고 지속적으로 관계가 형성되는 과정만 존재한다. 또한 중심과 주변의 구분도 없다. 중심이 없다는 것ㅇ은 달리 보면 어느 것이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작품을 의도적으로 미완성으로 남겨놓는 기법을 논 피니토 (non finito)라고 한다. 완성 작품엔 최종적 결론만 있는 데 반해 미완성 작품엔 작업 과정에 대한 정보까지 들어 있다. 더불어 나머지 부분이 완성됐다면 최종적 모습은 어떠했을까 하는 상상력도 자극한다.

 

아르누보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예술이란 뜻이다. 아루누보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유럽을 중심으로 유행했던 예술계 전반의 사조다.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공장으로 대량으로 찍어내는 획일화된 직선적 모양의 제품에 대항해 등장했다. 자연으로부터 유래된 곡선, 특히 덩굴 식물 같은 구불구불하고 유연한 선을 특징으로 한다. 대표적 작가는 체코의 알폰스 무하다.

 

기업은 어떻게 적들의 등장에 대비할 수 있을까? 본질적으로 이런 적들은 사전에 감지할 수 없다. 유일한 답은 나 스스로의 품속에서 미래의 적을 키우는 것이다. 이렇게 내 안에서 키운 적이 나를 잡아먹게 하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기업도 계속 죽어야 계속 살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육체는 중력에 쉽게 지배당한다. 이렇게 보면 반노화는 곧 반중력이다. 젊다는 것은 그만큼 밑으로 잡아끄는 중력의 힘에 굴복하지 않고 튕겨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무덤 (grave)과 중력 (gravity)의 어원이 같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덤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중력에 대한 순응을 상징한다.

 

익숙함도 극단으로 가면 중독이 된다. 술이든 담배든 게임이든 익숙함이든 어디에 중독되면 지금 이 순간 그리고 그것만이 중요해진다. 최근 뇌 연구에 의하면, 지금 이 순간, 현재만을 생각하는 뇌를 복원시켜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게 중독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 르네상스 시대에 활동했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가 선원급법을 개발했다. 기하학에 근거한 과학적 선원근법이 르네상스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시대정신은 신이 아닌 인간의 시각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원급법은 르네상스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가장 혁신적 산물이다.

 

역원근법은 비잔틴 원근법, 러시아 원근법으로 불리며, 원근법은 화가인 내가 중심이 되어 바로 여기,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재현하는 기법이다. 내가 바라본 세계다. 그래서 인간중심적 시각이다. 이에 반해 역원급법에서는 보는 이가 내가 아니다. 화면 안 깊은 곳, 또는 화면 밖 저멀리 어딘가에 있는 그 누군가다. 그 누군가를 신이라고 한다면, 바로 신이 본 세계를 그리고자 한 것이 역원근법이다. 그러니 우리 눈에는 부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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