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노네 고만물상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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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를 사면서 딸려온 책. 소위 사은품이었다. 대개의 사은품이 그러하듯이 뭔가 부족한 책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읽기전에.

나카노가 운영하는 고만물상에서 일하는 사장 나카노와 그의 누나 마사요, 오른손 새끼손가락 한마디가 없는 다케오 군, 그리고 히토미. 이렇게 나이 성별이 모두 다른 네 남녀의 일상과 사랑이야기이다. 

물론 주는 일상에 관한 이야기다. 시시콜콜한 만물상에서 일어날 법한 중고 매매와 가격흥정 정도. 하지만 구석구석 등장하는 20대 풋풋한 다케오와 히토미의 관계와 50대 나카노와 누나 마사요 각자의 관계는 사랑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물들의 다양한 사랑의 방식은 엉뚱하면서도 아, 이런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케오라는 사람, 괜히 멋졌다. 언제나 책을 읽을 때는 주인공의 얼굴을 상상하게 되는데 쇼퍼홀릭의 루크를 매일같이 상상했던 것처럼 다케오도 굉장히 궁금한 캐릭터다. 그림을 잘 그리고 무덤덤하면서도 적극적인, 그러면서도 차분한 알 수없는 인물. 물론 히토미와의 답답한 관계도 안타까웠다. 서로에게 감정이 있으면서도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지나도록 어색한 관계에 머무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과 굉장히 비슷하다.

일본에서 어떤 상을 탄 책이라는데, 원래는 단편으로 쓰려고 했던 것이 장편이 되었다고 한다. 이 작가의 소설을 눈여겨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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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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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단편이 시리즈로 연결된 장편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번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의 책은 굉장히 유쾌하고 재밌으면서도 사람의 심리를 날카롭게 묘사하고 '내용'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느꼈다.

야구선수나 서커스단원, 베스트셀러 작가 등 각 분야에서 전문가인 소위 잘나간다는 사람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신경과를 찾게 되고 이라부라는 괴짜의사를 만나 치료받는 이야기다.

이라부는 특유의 귀염성(?)과 무관심으로 환자들을 대하고 무조건 비타민 주사부터 맞힌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환자의 심리를 꿰뚫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서도, 정곡을 찔린 환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끔 도와주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오쿠다 히데오가 나에게 그토록 하고싶었던 얘기는 모든 근심과 슬럼프, 우울함은 내가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결론은? 나를 나 있는 그대로 솔직히 받아들이고 맞서라. 나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인정하고 그것을 스스로 극복하면 강박증으로부터 오는 '벽'을 해결할 수 있다,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간단하지만 하기 어려운, 마치 수많은 자기계발 또는 자기경영서의 내용같다. 하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이라부라는 엉뚱한 의사를 등장시킴으로써 흔해빠진 이야기를 피하고 환자의 심리 묘사를 통해서 나 스스로 생각하고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 스스로가 유쾌하고 즐거운 괴짜 이라부 의사가 된다면 우리가 늘상 받는 스트레스나 여러가지 강박증, 부정적 생각 등을 자연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 것 같다. 해결사를 기다리는 대신 내가 해결사가 되면 간단하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즐겨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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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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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빌려온 에쿠니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열정과 냉정사이로 완전히 유명해져버린 에쿠니가오리 式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든 생각은 뭔소리야, 였다. 엉뚱한 전개양식을 띠고 있었다. 처음에는 무츠키가, 두번째 장은 쇼코가 다시 세번째 장은 무츠키가 얘기하는 형식이었다. 복잡한 이름들이 쏟아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이야기의 초반을 놓칠 뻔했다.
책의 겉을 꼼꼼히 읽어보니 무츠키라는 이름의 남편과 그를 사랑하는 부인 쇼코, 그리고 남편 무츠키가 사랑하는 곤이라는 이름의 애인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되었다. 만약에 표지를 안읽고 바로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해보니 쇼코가 무츠키를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을 것같다. 도저히 이해불가능한 설정이기 때문에.
두 남녀는 결혼을 했다. 무츠키는 호모, 즉 동성애자다. 쇼코가 옆에 버젓이 있음에도 둘은 합의했다. 서로의 애인을 존중해주자고, 그래서 곤에 관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곤 한다. 
핵심은 쇼코의 무츠키에 대한 사랑이었다. 무츠키만 옆에 있다면, 쇼코는 그가 곤이랑 어떤 짓을 하든 신경을 꺼준다. 무츠키니깐, 무츠키가 원하는 일이니깐, 하면서 정신불열 증세까지 보인다. 무츠키를 이해하고자하는 쇼코의 발악이라는 생각을 했다.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일까. 다른 결함도 아니고 동성애라는 점을 알면서 결혼을 하다니. 에쿠니 가오리는 이렇게 말도 안되고 복잡한 인간 관계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한다. 그녀가 생각했던 쇼코는 어떤 사람일까. 자기를 조울증으로 만들면서까지 무츠키를 지켜봐야하는 그런 사람, 쇼코...


어느 시에서 따왔다는 책의 제목처럼 그저 무츠키이기 때문에 그녀는 어떤 식으로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무츠키가 아니라면,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고 부인과는 친구처럼 지내는 무츠키가 아니라면, 쇼코는 빛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설정은 이런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 흔하디 흔한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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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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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읽은 일본 소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추리! 생각보다 두꺼웠던 책이어서 처음에는 읽기가 다소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15년전 루팡이라는 이름의 까페를 아지트삼아 방과 후 놀았던 기타, 다쓰미, 다치바다 이 세사람의 '루팡작전'과 글래머라는 별명의 여교사 살인사건이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공소시효 마지막 날, 여교사의 자살로 판명됐던 그 사건은 자살이 아닌 살해사건이었다.

진한 우정을 나눴던 세 친구는 사건에 연루되고 경찰의 조사를 받는다. 증언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책을 읽다보면 주로 초반에 읽게 되는 인물에 관한 설명이 조금 지루했지만, 중간쯤 읽었을까. 이 책에게는 이틀만에 책을 끝내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여느 추리소설이 그러지않겠느냐만, 그동안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나 존 그리샴 등의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긴장감이 느꼈다. 어이없고 사건조사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꿀만한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읽지않으면 답답한 기분이 하루종일 들었다. 특히 사건, 살인사건 등의 사람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은 나를 항상 불안에 떨게 만들면서도 계속 책을 읽게한다. 이 책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로스트를 볼 때의 느낌, 몇 시간을 연속으로 보고 있어도 다음 편을 보게 만드는 흡입력.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책의 전개에 비해 결말이 약간 싱거웠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타 추리소설과 비교했을 때, 단순한 사건만을 다루기보다는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일본 당대의 삶의 모습을 세밀하고도 실감나게 표현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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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코야마 히데오의 "루팡의 소식"
    from 맥, 기술, 영화, 도서 그리고 삶 2008-07-24 23:19 
    바티스타 수술팀의..을 읽고 감상문을 올렸더니.. happyseeker가 추천해준 책..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에 갑자기 생각나서 학교 도서관에 가서 덥석 들고 와서 읽었다.. 루팡의 소식이라는 이름에서 루팡과 관계가 있나 싶었는데..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공소시효가 1일 남은 상황에서 (그것도 이미 끝나버렸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거 자살로 처리된 사건이 살인사건이라는 제보를 받고 그 살인범을 밝힌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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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부터 꽤나 유명해진 이름, 한비야. 그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제법 오래전이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그의 특이한 이름. '대체 누군데 그래?' 라고 생각하던 중 '중국 견문록'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가 어렸을 적 꿈인 세계일주를 하다가 중국어를 배우기위해 간 중국 유학기였다. '아, 대단하구나.' 몇 개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그가 멋지고 부러웠다. 가방하나 짊어 메고 혈혈단신 오지를 여행할 수 있는 그 당당함, 자신감은 정말 배우고싶었다. 나는 절대 할 수 없을거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하지만 중국견문록을 읽었을 때만 해도 나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넉넉한 집에서 자라 하고싶은 공부도 하고 여행이나 다니며 사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그를 보며 '별로 하는 것도 없이 방송으로 돈 버는 군' 이라며 생각한 적도 있다.

 

월드비전이라는 NGO에서 긴급구호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그의 책은 모두 긴급구호의 홍보의 일환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학기 사회봉사를 하면서 배웠던 지침들 중 하나가 생각났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하라' 좋은 일을 친구에게 권하고 끌어들이고 꼬셔서 공유하라는 것이었다. 한비야는 OECD 평균에 한참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구호지원금비율(정확한 명칭은 생각이 안난다.)을 높이고 싶었다. 책을 통해 방송을 통해 열심히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책은 그가 전세계에서 활동한 긴급구호 현장일기로 가득 찼다.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한비야는 진정 대단한 사람이라고.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돈만 있다고 할 수있는 일이 아님을 알기에 한비야는 특별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쉰의 나이에 총구를 겨누는 반군들이 주둔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중동 내전지역과 시체로 가득해 썩은 내로 진동하는 쓰나미 현장을 직접 뛰는 한비야의 모습을 읽으며 '진국'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두어달전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그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가 며칠 전 논평 비슷한 방송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도 도울 사람 천지인데 왜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그들은 천원이면 일주일을 먹고살 수 있단다. 생수 한병, 비누 한개가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우리는 무관심으로 묵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사실을 오늘 책을 읽고 알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역사가 한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구호활동을 시작했다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구호자금지원율이 턱없이 낮다. 0.069퍼센트라나..UN에서 우리나라에게 0.7퍼센트를 권유하고 있고 OECD평균이 0.23이라고 했다. 우리가 받은 것은 그렇게 많은데 아직 우리나라는 주는 것이 많지않은 것이다. 이것 역시 내가 갖고 있던 오해였다.

 

한비야는 책속에서 끊임없이 말한다. 같이 돕자고, 함께 하자고. 그의 부름에 내가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래요, 같이 해봐요?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자신없다. 전쟁터에서 경계와 감시에 시달리며 몇날 며칠을 마음 졸이며 살 뻔뻔함도 없고, 구역질나는 재해 현장에서 싱글벙글하며 피부병으로 가려운 몸을 긁을 넉넉함도 없다. 하지만 그가 전해준 생생한 현장과 긴급구호활동에 관한 이해를 넓히는 것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을 수는 있었다.

 

이제 TV에서 신문에서 그가 나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쳐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우리에게 여러 가지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어 애가 닳았을 그를 이제는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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