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몇해 전부터 꽤나 유명해진 이름, 한비야. 그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제법 오래전이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그의 특이한 이름. '대체 누군데 그래?' 라고 생각하던 중 '중국 견문록'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가 어렸을 적 꿈인 세계일주를 하다가 중국어를 배우기위해 간 중국 유학기였다. '아, 대단하구나.' 몇 개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그가 멋지고 부러웠다. 가방하나 짊어 메고 혈혈단신 오지를 여행할 수 있는 그 당당함, 자신감은 정말 배우고싶었다. 나는 절대 할 수 없을거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하지만 중국견문록을 읽었을 때만 해도 나는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넉넉한 집에서 자라 하고싶은 공부도 하고 여행이나 다니며 사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그를 보며 '별로 하는 것도 없이 방송으로 돈 버는 군' 이라며 생각한 적도 있다.
월드비전이라는 NGO에서 긴급구호팀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그의 책은 모두 긴급구호의 홍보의 일환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학기 사회봉사를 하면서 배웠던 지침들 중 하나가 생각났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도 알게 하라' 좋은 일을 친구에게 권하고 끌어들이고 꼬셔서 공유하라는 것이었다. 한비야는 OECD 평균에 한참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구호지원금비율(정확한 명칭은 생각이 안난다.)을 높이고 싶었다. 책을 통해 방송을 통해 열심히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책은 그가 전세계에서 활동한 긴급구호 현장일기로 가득 찼다.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한비야는 진정 대단한 사람이라고.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돈만 있다고 할 수있는 일이 아님을 알기에 한비야는 특별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쉰의 나이에 총구를 겨누는 반군들이 주둔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중동 내전지역과 시체로 가득해 썩은 내로 진동하는 쓰나미 현장을 직접 뛰는 한비야의 모습을 읽으며 '진국'이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두어달전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그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그가 며칠 전 논평 비슷한 방송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라에도 도울 사람 천지인데 왜 아프리카 사람들을 돕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그들은 천원이면 일주일을 먹고살 수 있단다. 생수 한병, 비누 한개가 전염병을 막을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우리는 무관심으로 묵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중요한 사실을 오늘 책을 읽고 알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큰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의 역사가 한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구호활동을 시작했다는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나라는 구호자금지원율이 턱없이 낮다. 0.069퍼센트라나..UN에서 우리나라에게 0.7퍼센트를 권유하고 있고 OECD평균이 0.23이라고 했다. 우리가 받은 것은 그렇게 많은데 아직 우리나라는 주는 것이 많지않은 것이다. 이것 역시 내가 갖고 있던 오해였다.
한비야는 책속에서 끊임없이 말한다. 같이 돕자고, 함께 하자고. 그의 부름에 내가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그래요, 같이 해봐요? 솔직히 말하건대, 나는 자신없다. 전쟁터에서 경계와 감시에 시달리며 몇날 며칠을 마음 졸이며 살 뻔뻔함도 없고, 구역질나는 재해 현장에서 싱글벙글하며 피부병으로 가려운 몸을 긁을 넉넉함도 없다. 하지만 그가 전해준 생생한 현장과 긴급구호활동에 관한 이해를 넓히는 것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을 수는 있었다.
이제 TV에서 신문에서 그가 나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쳐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우리에게 여러 가지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어 애가 닳았을 그를 이제는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