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간은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동물이다 보니, 생각할 일이 있는 것, 어려운 것, 쉽게 이해할 수 없고 애써 생각해야 하는 것을 피하고 외면하려 한다. 어렵다는 것을 책의 악덕으로 간주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않다. 그렇지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을 통해 생각하기 위해서는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높은 산에 오르겠다고 덤벼들어서는 실패하게 마련이다. 또한 생각할 수 없는 것과 대면하고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생각의 도구들이 필요하다. 그것 없이는 사실 제대로 의문을 던지고 제대로 문제를 찾아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역설적인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사유하고 철학하기 위해서는 쉬운 것이어서는 안되는데, 또한 그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어려운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궁지(aporia)가 거기 있다. 이 책은 바로 이 궁지를 거처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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