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의 수학 콘서트
박경미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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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철학이 지상에 있다면, 수학은 우주의 검고 광활한 공간을 떠돌고 있다.

그만큼 땅바닥을 딛고 사는 우리와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학생들은 수학을 대할 때마다 괴롭다.(나도 괴로웠다. 지금은 안 괴롭다. 왜냐면 수학을 대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수학이 우주에 있다면, 수학에서 쓰는 말들은 당연히 우주인들이 하는 외계언어다.(그럼 ET가 하는 말?)

그러니 소통이 힘들다.(ET처럼 검지손가락이라도 맞대야 하나?)

근데, 요즘 수학은 외계의 언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기야 1950년대(?)부터 외계인이 지구에 식민지를 건설했다고 하는 그런 주장이 제기되는 마당에 외계인과 소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몇권의 일본, 서양의 수학책을 읽고 느낀 바다.(왜 우리나라에는 없는 거야? 물론 있다. 몰라서 그렇지..)

수학이 외계의 언어처럼 생각되는 이유는 수식과 공식에는 모든 것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숫자만 해도 수천년의 인간 사고의 발자취와 흔적이 남아 있고, 공식에는 수많은 학자들의 생각, 사회의 문화들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래프에는 철학과 미학적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하지만 수학교과서에는 수와 공식에 포함된 사회문화체계, 그래프에 담긴 철학과 아름다움이

<생략>되어 덩그러니 놓여있다. 지구로 불운하게 날아들어온 운석처럼 말이다.

그 개념과 공식, 수와 그래프의 역사와 철학과 미적 아름다움을 추적하다 보면

그때 우리는 수학이 바로 인간의 언어라는 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느낄 것이다.(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올드보이>의 유지태는 이런 말을 한다.

"왜 자꾸 틀린 질문을 하면서 올바른 정답을 찾으려고 해.(비아냥거리는 말투) 그러면 답이 나오나. 자꾸 틀린 답만 나오는 거지"

"수학은 왜 이리 어려운 거야?"

그간 내가 해왔던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한참이나 틀린 질문이다. 그러니 어려웠을 수밖에.

數에 담긴 사상과 역사와 공식에 담긴 원리를 알아가다 보면 자연 수학은 어렵다기보다는 재미있는

그런 학문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우주에서 지상으로 귀환할 필요도 없고, 외계인과 손가락을 맞대고 <가슴으로> 소통

할 필요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수학이 인간의 언어라는 것을 수학에 담긴 역사와 사상과 예술정신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들에게 깨닫게 해주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수학 공식은 유구한데, 내 머리는 삐그덕거려 이 책에 나와 있는 공식과 수식이 잘 이해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역시 수학은 어려운 학문이다)

하지만 어려움이 나오면 우회하거나 건너뛰면 된다. 이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야 배운 삶의 지혜다.(삶의 지혜는 언제나 시간이 흐른 뒤에만 오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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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즐거움 2006-11-23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제가 위글을 쓰신 분께 하나를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그 물어볼께 뭐냐고 하면
바로 아래에 대한 내용입니다.
(아래글은 수학콘서트에 대해서 님이 쓰신 글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움이 나오면 우회하거나 건너뛰면 된다. 이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야 배운 삶의 지혜다.(삶의 지혜는 언제나 시간이 흐른 뒤에만 오는 법인가 보다)


저는 이 글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이해가 갈듯 했지만
제 나이(고등학교를 졸업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나이,군대갈 나이 정도?)가
나이이다 보니까 많은 경험이 없는
관계로 정확한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탁드리는 건데 님께서 위와 같이 느끼게 대신 계기나 경험이라고 해야하나? 하여튼 어떻게 해서 저런걸 깨닫게 되신지 말씀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게 여기겠습니다.불편하시다면 물론 안하셔도 되구요
그리고 경험을 남겨주시는게 불편하시다면 위 글에 대해 님께서 더 생각하거나
꺠달으신게
있다면 가르쳐 주신다면 저야 고맙게 생각하겠습니다.
그럼 여유가 생기신다면 저의 알라딘 서재 방명록에
답변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p.s. 물론 이렇게 글을 남기는 저의 행동이 이상하게 여겨지실수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원래 이런 인생의 꺠달음이라?해야하는 그런 것들이 묻어져 나오는 지혜이나 소위 옛성현이라고 불리는 자들의 글에 어느정도의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 편이라서요. 그냥 좀 특이한 사람이구나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ㅋ
 
바로크 사이클 1 - 퀵실버 메피스토(Mephisto) 17
닐 스티븐슨 지음, 임종기 옮김 / 책세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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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소설이기는 하지만 한편의 훌륭한 역사서이기도 하다. 소설이 거의 근대의 발생과 관련된 정치, 경

제, 사회, 문화 등을 일종의 점묘법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

서양 근대인의 일상적 삶을 엿볼 수 있는 한편의 미시사 책이기도 하다. 소설적 재미는 덤이다.

"하지만!(노마진식 유머지만)

책의 중반부까지 들어가는 도입부가 약간 늘어진다는 거."

그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지루함은 죄악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지루함이 죄악이 되는 시대라고 사람들이 떠들어 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는 항상 변하는 것.

춘향은 지루하게 몽룡을 기다렸고, 허준(?)은 약방의 문앞에서만(비유적으로) 9년을 버텼다. 비법을 곧바로

가려쳐주지 않는 스승을 원망하면서, 돌아오지 않는 님을 생각하면서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내팽개치고 싶

은 욕망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세월이 그들에게 있다. 기다림과 지루함이 미덕이었던 시대였고, 또 그 지루

함이나 기다림만큼 간절함이나 숙연함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막과도 같은 길을 건넜을 때, 지루함을 이겨냈을 때, 그때 오는 희열감을 주고 있다.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일까? 여하튼 저자의 이력만큼이나 책 쓰기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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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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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 이 작가 좋아한다. 최순덕 성령충만기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잘 안 읽힌다. 개인적인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나눠 읽는 항우울 소설집"

이라고 광고하는데

<하~앙, 우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읽다가 막혀서 약간 우울했다.

차라리 최순덕 성령 충만기를 <항우울>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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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기 전에 문득 든 생각이지만,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안에, 자기 세계 안에 굳게 갇힌 병자들이라는 그런.

오장환 선생의 말대로 서울은 병들어 있다.

굳이 대도시를 떠나 첩첩 적막한 산중으로 들어갈 생각도 없고

이 도시에서 여하튼 살아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말 많은 호사가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지만,

자꾸 주위의 사람들이 아프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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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역사 1 : 지식의 의지 - 제3판 나남신서 410
미셸 푸코 지음, 이규현 옮김 / 나남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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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서평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하튼, 이 책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글을 쓴다.

책이나 사람의 사상이나 정확한 독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해에 상반된다고 생각되는 <오해>는 이해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해의 한 방식이다.

원전을 읽고(미셸푸코의 프랑스어 책을 읽어도), 문장을 아무리 따져보아도 사람들이 이해하는 바가 똑같을 수 없다.  반드시 이해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색깔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성의 역사> 재번역 출간을 기념하여 서평을 쓴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의 글도 이해의 한 방식일 것이다.

그것이 오해이든, 푸코에 대한 오독이든 상관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한우 기자의 글은 푸코 독해의 <한 방식>을 우리에게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로 권력 개념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부분에서 그렇다.

푸코의 권력 개념에 상관없이(푸코는 성의 역사 1권에서 그의 권력 개념에 대해서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우리에게 권력은 (이한우 기자의 표현대로) <부당한 질서를 강제하는 힘>으로 곧잘 이해되고 있다.

사실, 푸코의 권력 개념 정의를 보면 위와 같은 1차원적인 권력개념과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푸코의 책을 샅샅이 읽어보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의 성의 역사에 붙여진 부제만 읽고 추론해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권력이 여전히 어떤 부당한 질서를 강요하는 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푸코의 권력

개념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원전을 지적해가며 확인하는 것은 그렇게 큰 의미를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왜 우리에게는 권력이  <부당한>이라는 가치가 색칠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이런 것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더 유용할지도 모른다. 

써놓고 보니 책에 대한 서평이 아니라, 이한우 기자의 글에 대한 코멘트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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