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사이클 1 - 퀵실버 메피스토(Mephisto) 17
닐 스티븐슨 지음, 임종기 옮김 / 책세상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소설이기는 하지만 한편의 훌륭한 역사서이기도 하다. 소설이 거의 근대의 발생과 관련된 정치, 경

제, 사회, 문화 등을 일종의 점묘법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

서양 근대인의 일상적 삶을 엿볼 수 있는 한편의 미시사 책이기도 하다. 소설적 재미는 덤이다.

"하지만!(노마진식 유머지만)

책의 중반부까지 들어가는 도입부가 약간 늘어진다는 거."

그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지루함은 죄악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지루함이 죄악이 되는 시대라고 사람들이 떠들어 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는 항상 변하는 것.

춘향은 지루하게 몽룡을 기다렸고, 허준(?)은 약방의 문앞에서만(비유적으로) 9년을 버텼다. 비법을 곧바로

가려쳐주지 않는 스승을 원망하면서, 돌아오지 않는 님을 생각하면서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내팽개치고 싶

은 욕망에 끊임없이 시달렸던 세월이 그들에게 있다. 기다림과 지루함이 미덕이었던 시대였고, 또 그 지루

함이나 기다림만큼 간절함이나 숙연함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막과도 같은 길을 건넜을 때, 지루함을 이겨냈을 때, 그때 오는 희열감을 주고 있다.

책은 이렇게 읽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일까? 여하튼 저자의 이력만큼이나 책 쓰기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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