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시노다 나오키 지음, 박정임 옮김 / 앨리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1년에 한 권씩 마음에 든 식사를 그림으로, 음식에 관한 생각을 적은 일기다. 23년의 기록 중에 발췌한 그림을 엮을 책이다. 맛나게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은 후 그린 그림이 아니라, 매일 귀가 후 15분에서 30분 정도 기억으로 재구성했다. 생기 있게 살아가는 딸들의 모습을 보다가, 문득 저자는 무언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음식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날 먹었던 것도 그리지만 그에게 의미가 있는 일상들도 함께 기록했다. 과거를 맛과 향으로 기억하는 건 재미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계속하는 건 쉽지 않은데 그걸 현재까지 하고 있다는 저자의 꾸준함에 놀란다.

 

 

난 그렇게 식탐이 넘치는 종류의 사람은 아니다. 요리가 나오는 각종 TV 프로그램을 봐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물론 배고플 때 보면 힘들긴 하지만 그럴 땐 간단하게만 먹어도 되니 미각을 만족시키고 싶은 욕구는 별로 없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에 반해 내 동생의 미각은 섬세하고, 그만큼 탐식도 대단하다. 그래서 나는 요리에 재능이 없고(대학생 때가지만 해도 내 별명 중 하나는 '살인주방장'이었다.) 내 동생은 재능을 집에서만 발휘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시노다 과장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림으로 남긴다면 내 동생은 자신의 손맛으로 구현해내는 게 차이... 시노다 과장보다 동생의 재능이 더 부러울 따름... 재능만큼 나날이 불어나는 뱃살은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ㅋ

 

 

 

내가 좋아하는 초밥의 향연... 초밥은 식감도 식감이지만 눈으로 보는 게 예뻐서 좋다. 이래서 내가 초밥집에 못 가. 배가 터질 거 같은데 젓가락질을 그만둘 수가 없다. 먹고 또 먹고...

 

 

 

책을 읽다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시노다 과장은 돈가스를 좋아한다. 돈가스 그림이 가득가득... 나에겐 카레가 그렇다. 다양한 풍미의 인도식 카레도 좋고, 진한 일본식 카레도 좋고, 내가 만든 카레도 좋고... 돈가스 색칠하느라 주황색 계열의 수성펜이 많이 닳았을 것 같다. 내가 그렸다면 노란색 계열의 펜들이 가장 먼저 닳았겠지.

맛보다는 눈으로 즐기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기왕이면 맛도 보면 좋겠지만 그가 맛있었다고 열거한 식당들이 우리 집에선 멀어도 너무 멀다. 그리고 난 뭘 먹어도 맛있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라서... 저자가 먹었던 음식보다는 저자가 꾸준히 그린 그림들이 내게는 더 대단해 보인다. 난 무엇을 즐기면서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맛없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서 여간해서는 쓰지 않는다. 음식을 해준 사람에 대한 실례이며, 무엇보다 세상에 정말로 맛있는 것도 적지만 정말로 맛없는 것도 많지 않다. 게다가 나는 맛없을 것 같으면 되도록 먹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진심으로 맛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이다. 그런데 정말 맛이 없었다.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전쟁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영화관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폭발물의 소리가 듣기 싫고, 주인공이 아닌 이들은 끊임없이 죽어나가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저 배경으로 소모되는 게 싫다. 게다가 현실 전쟁이라면 난 주인공이기보단 엑스트라에 가까울 테니까... 그래서 유명한 미드 중 하나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도 안 보고 현실 전쟁에 가깝다고 극찬을 받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안 봤다. 앞으로도 볼 계획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을 선택한 건 사람을 죽이는 전쟁터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요리하는 조리병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상 미스터리라니...

때는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미국 남부의 평범한 가정에서 할머니의 손맛이 듬뿍 담긴 정성 어린 집밥을 먹고 자란 팀(키드)은 특기병으로 전쟁에 참전한다. 그의 전우들인 리더 에드, 까불이 디에고, 조달의 달인 라이너스, 5살 딸이 있는 던힐, 붉은 머리 오하라 등과 함께 전쟁터와 기지에서 기이한 사건들을 마주친다. 필요 없어진 낙하산을 모으는 병사의 비밀, 홀연히 사라진 600 상자의 달걀 분말, 네덜란드 민가에서 벌어진 괴이한 죽음, 죽은 적군들이 유령으로 나타나는 이유...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 소소하게 혹은 충격적으로 미스터리 한 사건을 함께 해결하는데...

군대를 안 가봐서 군대의 구조라든가 명칭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딱 내 수준에 맞는 키드의 설명에 단번에 이해가 갔다. 키드의 경우는 미 육군이라는 나라의 제7사단 주, 제101 공수사단 시의 제506연대 동에 거주하며, 제3대대 학교에 다니는 G 중대 반의 일원으로 제2소총 소대 제2분대 줄에 앉고 급식당번이다. 이보다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 키드와 동료들이 전장에서 요리하는 걸 읽으면서 문득 전투식량이 먹고 싶어졌다. <진짜 사나이>에서 보면 군대에서의 식사와 전투 식량이 꽤 맛나 보였기 때문이다. 꺽정씨 말로는 훈련소에서 먹은 첫 식사에서는 발냄새같이 이상한 냄새가 나서  전혀 못 먹었다고 했다. 입맛이라는 걸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해서 신기했다. 물론 그 후에는 고된 훈련에 지치고 배가 고파서 발냄새는 전혀 못 맡았다고... 키드처럼 할머니의 레시피 대로 만든 음식이었다면 그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전쟁이라고 하면 총을 들고 적진의 포탄 공격을 피해 가며 달려나가는 장면이 막연히 떠오른다. 한 번도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전쟁을 모르는 평화의 시대에 태어난 축복받은 세대라 전쟁터에서도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잠을 잔다는 당연한 사실을 떠올리지 못했다.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군인들이 더 잘 먹고, 더 힘을 내서 싸울 수 있는 건데... 전쟁터에서 단순히 밥해 먹는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책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조리병이라서 어쩜 다른 이들보다는 전쟁에 적게 투입되었겠지만 그들도 군인이고 삶과 죽음의 교차 지점을 수도 없이 보게 된다.

작가가 30대 일본 여성이라고 하던데, 이런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이 흥미롭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의 작가가 미국 군인의 시각으로 독일을 바라본 건 어떤 느낌일까? 유대인의 학살 장면을 썼을 때 정말 아무 느낌이 없었을까? 일본이 저지른 만행들이 떠오르진 않았을까? 2차 세계대전이 이미 종전한 전쟁이었을지라도 우린 아직 그 영향 아래에 살고 있다. 전쟁이 이 땅에서 사라져서 모두가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전투 식량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요리를 행복하게 먹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란다. 하지만 보람은 있거든. 요리도 싸움의 중요한 요소야. 나도 젊었을 때 그런 기분으로 식사를 만든 적이 있어.‘ p.26




새삼스레 생각났다. 불길에 휩싸인 채 낙하산 공수병, 임무를 다하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유도병, 구호소에서 그저 죽음을 기다리던 부상병.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몰랐지만 내가 그렇게 될 가증성도 충분히 있었다. 지금 살아 있는 것은 그저 우연히 제비뽑기에서 당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번 뽑을 제비는 백지일까, 아니면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을까? 둥궁이 언저리에 소름이 돕고 몸소리가 났다. p.82

이따금 여기가 전쟁터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 같았다. 우리가 태평하게 쉬고 있는 이 순간도 전선에서는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 이 한때의 휴식이 끝나면 이번에는 우리가 누군가를 쉬게 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위 언저리에서 싸늘한 게 올라오는 것을 침을 삼켜 도로 밀어 넣고 옆으로 돌아누웠다. p.165

전에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지만 지금은 나도 우리 집은 행복한 가족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진을 보다 보니 왜 그런지 가슴 뒤쪽 언저리에 껄끄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내가 없어도 가족의 시간은 흘러 나이를 먹어간다. 지프의 사이드미러에 비친, 딴 사람처럼 변모한 내가 이 화목한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 돌아갈 수 있을까."
"당연하지,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던힐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단언했다. 평소답지 않게 말수가 많았다. "가족이 웃을 수 있는 건 렌즈 저편에 네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이런 사진은 영원히 못 찍게 될 거다, 그러니까 살아야 해." p.p.330~331

"안타깝지만 너랑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우리 가족 중에 없겠지. 하지만 여기가 네가 돌아올 곳이고 네 출발점이야. 언제든 말이지." p.5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의 신간이 나왔다. 운좋게도 공감단에 선정되어 그녀의 책을 빨리 만나볼 수 있었다. 맑은 하늘색의 표지와 연한 핑크색의 띠지의 조합이 솜사탕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번 책은 그녀의 그림이 아닌 글로 만났다. 프롤로그에 이 세상에는 자신을 닮은 사람이 최소 세 명은 있다고 했다. 마스다 미리는 그녀의 어머니와 쏙 빼닮고, 호빵맨에 나오는 버터누나를 닮았다고 하는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나도 그런 사람이 있어서... ㅋ 내 생각엔 내가 흔한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닮은 이들이 좀 있어서... 사람으로는 박칼린씨, 영화 캐릭터로는 해리 포터, 만화로는 닥터 슬럼프의 아라레 정도? 마스다 미리만큼 나도 닮은 존재들이 있는데, 이 세상에 나는 나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랑 똑같은 사람을 복제해서 내 앞에 세워둘지라도 난 나 자신과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저 타자로 인식할 뿐... 진짜 나는 하나일 뿐이다. 그 진짜 나도 고정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렇게 쓰여 있었다>를 읽으며 그녀의 글에는 마흔과 오십 사이, 아이와 어른사이에 있다고 하지만 호기심 많은 소녀를 품고 있다. 여전히 맛있는 디저트에 열광하고(취향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너무나 섬세해서 매력적이다. 나도 요렇게 표현하고 싶건만...), 친구들 앞에서 멋지게 허세를 부리고 싶은데 은근 허당끼까지... 그녀의 일상을 훔쳐본 기분이 든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나면 아줌마라는 단어로 통칭이 되는데 마스다 미리는 그렇지 않아서 여전히 소녀스러운건가? 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삶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그녀의 일기를 읽은 듯한 기분에 내 일기들도 꺼내서 읽어본다. 그리고 <그렇게 쓰여 있었다>와 함께 온 노트에 옮겨보았다. (좋았던 일은 단순하게 쓰고 짜증났던 일은 자세히도 쓰는구나. 이제 그런 버릇은 그만~) 예전 일기라 역시 오글오글하지만 용기를 내본다.

 

 

날씨가 좋았다. 걷고 싶어 운동화를 신고, 음악을 들으며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버스의 창문 밖으로 보았던 가게들 앞으로 발걸음도 해보았으나 나를 붙잡을 수는 없었다.
날씨가 너무 좋았으니까...
얼마나 걸었을까? 우리 동네의 풍경과는 조금 다른 곳에 도착했다.
그제서야 다리가 아프고 목이 말랐다.
근처에 보이는 까페에 들어가 달달한 커피와 더 달달한 컵케이크를 주문했다. 집에서 가져온 책을 꺼내들고 자리에 앉았다.
호사스러울 정도로 완벽한 하루였다. 가을 하늘아! 고마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어.
그건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자신만의 ‘감정‘이었다.
아이들은 어른에게 모든 것을 보고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던 건 몇 거지 감정과 함께 지금의 내가 있다.
그런 먼 옛날을 떠올린 것은,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근처 어린이집에서 운동회 연습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p.60

독립한 지 이래저래 20년이 된다. 가끔은 본가에 머물기도 했지만, 아버지와 엄마의 하루하루는, 내가 알고 있던 시절과는 다른 세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정년퇴직하신 아버지가 낮에 요리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세계를 나는 알지 못한다.
아버지와 엄마, 두 분이서만 식사를 하는 세계를 나는 알지 못한다.
아버지와 엄마가 매일 아침 라디오체조를 하고 있는 세계를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에 우리는 교자를 폰즈 소스에 찍어 먹어."
저녁 식사 때 엄마의 말을 듣고, 묘하게 쓸쓸한 기분이 들었던 적도 있다. 이미 ‘우리‘에 나는 없는 것이다. p.p.78~79

"이 근처에 맛있는 포르투갈 요리 레스토랑이 있던데."
"보고 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빗속을 뚫고 굳이 그 식당을 찾아가 명함을 받아온다.
"있잖아, 우리 다음에는 예약하고 오자."
이렇게 날마다 계속해서 쌓여가는 ‘있잖아, 우리 다음에...‘ 쌓은 것을 다 쓰지 못한 채 우리의 인생은 끝나겠지만, 그래도 쌓을 수 있을 만큼 쌓아두고 싶다. p.1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독교가 당신을 실망시켰다면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권기대 옮김 / 에센티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난 기독교인이다. 그리고 모태신앙인이다. 나에게 기독교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내가 울음을 터뜨리며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것이었으니까. 나에게 종교에 대한 선택권 같은 것은 없었다. 당연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언젠가부터 의문이 생겼다. 꼭 내 종교가 기독교여야만 하는 걸까?

솔직히 말해 기독교가 나를 실망시켰다기보다는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나를 실망시켰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나도 그들 중에 하나일수도 있다(그렇다면 너무나 두렵다). 어느 모임이 되었든 밉상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손해 보는 날이면 난리가 나고, 남의 험담하는 걸 즐겨 하며, 그러면서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신실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정말 저 사람만은 기독교인이 아니길 빌어보지만 내 경험상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서 말로는 '이게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함부로 지껄이는 자들이 보기 싫어 난 매주 교회 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교회 재산을 두고 싸우는 목사와 장로들을 보면서 믿음의 선배들이 저렇다면 내가 과연 배울 것이 있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한주라도 교회에 빠지면 큰일 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는데 막상 교회를 안 가다 보니 그 시간만큼 오히려 자유가 생기고 주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게 교회를 다니지 않는 걸로 내가 만족하면 그만일 텐데 가슴 언저리에선 매번 죄책감이 쌓인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이러다가 진짜 지옥 가는 건 아닐까... 게다가 권사님인 우리 엄마의 매주 교회 출석 체크 전화에 미칠 것만 같았다. 솔직하게 안 갔다고 말하면 노발대발이시고, 거짓말로 갔다고 하면 엄마와 부딪히지는 않지만 거짓말 한 걸로 마음이 무겁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이 책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내 방황을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었다.

 

읽기 전에 : 기독교가 그대를 실망시켰는가?

1. 예수는 누구인가?
2.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의 의미
3. 갈등이 불거지는 지점들
4. 직시라하, 너의 지리멸렬
5. 목적이 이끄는, 혹은 이성이 이끄는?
6. 기도의 오묘한 능력
7. 믿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이런 질문으로 토론하고 곰곰 생각해볼까요?
라비와의 인터뷰

 

 <기독교가 당신을 실망시켰다면>의 구성은 이러하다. 내가 그동안 의심하고 고민한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반박하면서 저자는 나를 설득해간다. 일단 내가 실망하는 것과 별개로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이야기해준다.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우리의 구원자라는 걸... 교회를 안 다니면서 예수님의 존재를 의심도 해봤다. 우리나라에도 많지 않은가? 자신이 재림 예수라고 우기는 자들 말이다. 혹시 예수님도 2천 년 전에 그렇게 우기셨던 건 아닐까?라며... (그렇다. 지옥문이 조금 더 가까워지는 걸 느낀다.) 저자는 성경은 지금도 그야말로 온전히 남아있고, 1500년에 걸쳐 살았던 40명의 저자들이 66권의 책에 써놓은 내용이, 어떻게 한결같이 예수님 한 분에게 집중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묻는다. 그동안 생각하지도 못했던  질문이었다. 사기꾼이 되었든, 정신이상자가 되었든 오래 관찰하다 보면 그 틈이 보인다. 그런데 그의 탄생 전후에 이루어졌던 예언과 가르침 등은 성경에 그 모든 것을 기록했고 또 증명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사람에게 실망하기 이전에 자기 확신조차 없었다는 걸 깨달으며 나에게 실망했다.

<기독교가 당신을 실망시켰다면>을 읽고 생각했다. 내가 의심했을지라도 예수님은 날 실망시키신 적이 없음을... 내가 실망한 건 나 자신과 교회라는 걸...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은 학교 책상이 불편해도, 시끄러워도 묵묵히 자기 공부를 한다. 시험 망친 사람들만이 불평을 토로하고 변명할 뿐이다. 교회는 만들어졌을 때부터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키며 존재해왔다. 죄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까 어쩜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서도 굳건하게 자기 믿음을 지키며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나처럼 이래서 실망하고 저래서 실망했다고 앓는 소리를 하는 이도 있을 거야. 내 믿음이 예수님의 존재까지 의심하는 단계까지 갔지만,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베드로보단 낫지 않을까 위로를 해본다. 난 한 번을 오래 한 것뿐이니까. 예수님은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도, 의심 많은 도마도,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을 죽이겠다고 선포한 바울 사도도 품어주셨다. 나도 돌아온 탕자처럼 기쁘게 다시 맞아주실 거다.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두신 달과 별을 내가 보오니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
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
주의 손으로 만드신 것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 아래 두셨으니
곧 모든 소와 양과 들짐승이며
공중의 새와 바다의 물고기와 바닷길에 다니는 것이니이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시편(8: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 평범한 대한민국 여자가 유럽에서 일으킨 기적
켈리 최 지음 / 다산3.0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네~'라고 떠드는 자기 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업을 시작할만한 자본금도 없으려니와 일희일비하는 성격 때문에 엄두조차 내질 못한다. 그래서 더더욱 와닿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그러면서도 또 방송인 이상민의 빚 갚는 이야기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더 적은 금액의 빚으로 세상을 등지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가 알만한 이가 하루아침에 사기꾼 소리를 들으며 전 국민에게 손가락질을 받던 사람이 꾸준히 열심히 돈을 갚아나가는 걸 보는 건 왜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방송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의 인생이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과 뭐가 다른가 말이다. 생각을 바꾸고 읽으니 그전엔 그저 '나 잘났소~'라고만 보였던 자기 계발서가 재미있어졌다.

저자인 켈리 최는 대단한 사람이긴 하다. 고등학교조차 보내줄 수 없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회사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일본 패션계에 몸담고 있던 중에 성공을 하려면 패션의 본 고장인 파리 유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패기 하나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부를 마치고 지인에게서 일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동업자로서 사업을 시작한다. 승승장구했던 사업은 10억 빚만 안겨주고 그녀를 깊은 수렁에 몰아넣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나같이 소심한 사람이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빛도 안 들어오는 방구석에서 울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센 강에서 어머니를 떠올리고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그 결과로 유럽 10개국에 700여 개의 초밥 도시락 매장을 만들어낸 사업가가 되었다.

육아 동기들과 만나면 아이들 얘기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지만 꿈이 없는 건 아니다. 평생 아이들의 엄마로 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경력이 단절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몰라서, 내가 잘 하는 걸 몰라서 늘 불안하다. 막상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돌아오는 자리는 희망을 미끼로 내 열정을 사려고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저 누군가의 뒤처리일 경우가 많았다. 켈리 최에 비해선 상황이 낫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의 고민도 적지 않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던 차에 읽게 된 책이었다.

켈리 최는 세 가지의 사업 선정 기준을 제시해주었다.
1. 경기를 타지 않을 것
2. 돈이 많이 들지 않을 것
3. 내가 잘하고 좋아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미쳐서 할 수 있는 일일 것

<좋아하는 것을 돈으로 바꾸는 방법>에서도 그렇고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에게 안 맞는 일을 하면 결국은 탈이 날 뿐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싫을 정도의 일이라면 회사 생활도 힘든데, 하물며 자신의 사업은 말을 해서 뭣하겠는가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만약에 내가 창업을 한다면(난 서포터의 능력은 탁월하지만, 창업은 자신이 없는데... 상상은 해 볼 수 있잖아.)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녀의 맺음말로 리뷰를 마무리해본다.

 

 당신이 어디에 있건, 어떤 학교를 나왔건, 나이가 몇 살이건, 어떤 일을 하고 있건 누구나 꿈을 꿀 권리가 있고, 기적과 만날 자격이 있다. 기적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이제는 당신만의 미라클 여정을 만들어가길 기원한다. 행운을 빈다.

많은 사람이 돈이 없어서, 학력이 부족해서, 재능이 없어서, 나이가 많아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도전하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여성은 ‘여자‘라는 이유로 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저하기도 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을 도피처로 사용하기도 한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으니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다고 말이다. p.8

어차피 과거의 부귀영화는 지금 당장 돌아오지 않는다.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내가 아닌 현재의 나를 정확히 볼 수 있어야 하고, 나를 한 칸만 더 내려놓고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p.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