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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가 당신을 실망시켰다면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권기대 옮김 / 에센티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난 기독교인이다. 그리고 모태신앙인이다. 나에게 기독교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내가 울음을 터뜨리며 이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정해진 것이었으니까. 나에게 종교에 대한 선택권 같은 것은 없었다. 당연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언젠가부터 의문이 생겼다. 꼭 내 종교가 기독교여야만 하는 걸까?
솔직히 말해 기독교가 나를 실망시켰다기보다는 한국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나를 실망시켰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나도 그들 중에 하나일수도 있다(그렇다면 너무나 두렵다). 어느 모임이 되었든 밉상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손해 보는 날이면 난리가 나고, 남의 험담하는 걸 즐겨 하며, 그러면서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신실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정말 저 사람만은 기독교인이 아니길 빌어보지만 내 경험상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서 말로는 '이게 하나님의 뜻이다!'라고 함부로 지껄이는 자들이 보기 싫어 난 매주 교회 가는 것을 그만두었다. 교회 재산을 두고 싸우는 목사와 장로들을 보면서 믿음의 선배들이 저렇다면 내가 과연 배울 것이 있는가란 생각이 들었다. 한주라도 교회에 빠지면 큰일 날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는데 막상 교회를 안 가다 보니 그 시간만큼 오히려 자유가 생기고 주말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게 교회를 다니지 않는 걸로 내가 만족하면 그만일 텐데 가슴 언저리에선 매번 죄책감이 쌓인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이러다가 진짜 지옥 가는 건 아닐까... 게다가 권사님인 우리 엄마의 매주 교회 출석 체크 전화에 미칠 것만 같았다. 솔직하게 안 갔다고 말하면 노발대발이시고, 거짓말로 갔다고 하면 엄마와 부딪히지는 않지만 거짓말 한 걸로 마음이 무겁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이 책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내 방황을 이쯤에서 그만두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