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다 과장의 삼시세끼
시노다 나오키 지음, 박정임 옮김 / 앨리스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1년에 한 권씩 마음에 든 식사를 그림으로, 음식에 관한 생각을 적은 일기다. 23년의 기록 중에 발췌한 그림을 엮을 책이다. 맛나게 음식을 먹고 사진을 찍은 후 그린 그림이 아니라, 매일 귀가 후 15분에서 30분 정도 기억으로 재구성했다. 생기 있게 살아가는 딸들의 모습을 보다가, 문득 저자는 무언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음식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날 먹었던 것도 그리지만 그에게 의미가 있는 일상들도 함께 기록했다. 과거를 맛과 향으로 기억하는 건 재미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계속하는 건 쉽지 않은데 그걸 현재까지 하고 있다는 저자의 꾸준함에 놀란다.

 

 

난 그렇게 식탐이 넘치는 종류의 사람은 아니다. 요리가 나오는 각종 TV 프로그램을 봐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다. 물론 배고플 때 보면 힘들긴 하지만 그럴 땐 간단하게만 먹어도 되니 미각을 만족시키고 싶은 욕구는 별로 없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그에 반해 내 동생의 미각은 섬세하고, 그만큼 탐식도 대단하다. 그래서 나는 요리에 재능이 없고(대학생 때가지만 해도 내 별명 중 하나는 '살인주방장'이었다.) 내 동생은 재능을 집에서만 발휘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시노다 과장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그림으로 남긴다면 내 동생은 자신의 손맛으로 구현해내는 게 차이... 시노다 과장보다 동생의 재능이 더 부러울 따름... 재능만큼 나날이 불어나는 뱃살은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ㅋ

 

 

 

내가 좋아하는 초밥의 향연... 초밥은 식감도 식감이지만 눈으로 보는 게 예뻐서 좋다. 이래서 내가 초밥집에 못 가. 배가 터질 거 같은데 젓가락질을 그만둘 수가 없다. 먹고 또 먹고...

 

 

 

책을 읽다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시노다 과장은 돈가스를 좋아한다. 돈가스 그림이 가득가득... 나에겐 카레가 그렇다. 다양한 풍미의 인도식 카레도 좋고, 진한 일본식 카레도 좋고, 내가 만든 카레도 좋고... 돈가스 색칠하느라 주황색 계열의 수성펜이 많이 닳았을 것 같다. 내가 그렸다면 노란색 계열의 펜들이 가장 먼저 닳았겠지.

맛보다는 눈으로 즐기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기왕이면 맛도 보면 좋겠지만 그가 맛있었다고 열거한 식당들이 우리 집에선 멀어도 너무 멀다. 그리고 난 뭘 먹어도 맛있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라서... 저자가 먹었던 음식보다는 저자가 꾸준히 그린 그림들이 내게는 더 대단해 보인다. 난 무엇을 즐기면서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맛없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서 여간해서는 쓰지 않는다. 음식을 해준 사람에 대한 실례이며, 무엇보다 세상에 정말로 맛있는 것도 적지만 정말로 맛없는 것도 많지 않다. 게다가 나는 맛없을 것 같으면 되도록 먹지 않기 때문에 음식을 진심으로 맛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이다. 그런데 정말 맛이 없었다.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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