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왼편 1
방현석 지음 / 해냄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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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가 이 책을 빌려갔다. 이 책을 읽고 언니와 함께 전용철열사 추모 및 책임자처벌을 요구하는 민중대회에 참석했다. 언니는 10년이 넘어 처음 참석한 집회에서 물대포를 쏘아대고 포위해 들어오는 전경들을 보며 80년대를 생각하면서 무척 긴장을 했다. 집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언니는 "네가 빌려준 소설에서 나온 고문이야기가 생각나 무서웠다"고 웃으며 말하셨다.

정의와 진리로 살아온 삶이 역사에서 항상 옳게 평가되고 상응한 대우를 받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청춘을 바쳐 때로는 목숨도 바쳐 군부독재와 싸워 민주주의를 성장시켰던 주역들을, 이 사회는 몇푼의 보상금만으로 그 값을 치루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의와 진리를 위해 자신을 바치며 사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사회는 희망이 있다.

80년대, 가장 인생에서 아름다운 시기를, 민주주의를 위해 바쳐 싸웠던 그들의 이야기는 과거사일뿐이라고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연장되고 있는 가치의 문제, 자기정체성과 버리지 못한 꿈들이 있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허탈함과 좌절과 희망이 공존할 것이다.

흔히 80년대를 살았던 선배들은 90년대와 다름을 강조한다.
그러나 9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나는 그 선배들의 삶과 정신을 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기존의 80년대 학생운동을 다뤘던 다른 작품과 달리 90년대와 대화를 하고 있다. 90년대를 살아가는 80년대 학생운동세대들의 현재적 방황과 갈등, 좌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버릴 수 없는 청춘시절의 꿈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은 세상에서 아직도 싸우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그들이 한총련일 수도 있고 아직도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회사사장, 대기업사원, 사법고시생, 정수기판매원일 수도 있다.

그리고 21세기를 생각한다.
여전히 민주주의를 위해 흘린 피의 댓가가 존중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는 80년대 운동세대와 90년대운동세대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변하지 않은 진리와 정의를 위한 걸음을 다시 한 번 내딛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전히 아름다운 것이다.

더불어 방현석씨의 깔끔한 구성과 전개의 매력도 함께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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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이라 하면 막연한 아득함. 두려움이 느껴진다.
국문학이 전공인 나는 사실 고전강독을 제일 싫어했다. 한자가 부담스러워서...

마음이 무척 병들어 있던 때 우연히 보게 된 이 책은 내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과 이 책을 함께 읽기 시작한지 2일째, 오늘 서론을 끝냈다.

서론을 읽으며 무엇보다 크게 와 닿은 것은 "관계"이다. 동양의 철학은 개별적 존재에 대한 접근이 아닌 세계와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집단과 공동체를 주장했던 나는 과연 관계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색과 실천을 했던가!

자기가 서기 위해서 먼저 남을 세워야 한다는 成人之美 즉, 仁의 사상은 관계 속에 상처입은 나의 마음을 다스리고 내 자신을 성찰하게 하였다.

식민지의식의 반성은 비단 문화나 정치적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알게모르게 길들여 있는 서구적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진정한 가치와 관계에 대한 모색이 나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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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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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명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선택이 개봉된 것을 알았다.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는 쉬워도 의미있는 영화 한편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인색한가! 흥행이 되지 않아 조기종영한 극장이 많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서울 종로까지 영화를 보러 갔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선명선생님을 만나뵌 적이 있다. 99년 약 3차례 만남의 집을 방문하여 최하종, 홍경선, 최남규, 김선명 선생님등 많은 분들을 뵈었다. 오랜 감옥생활에 쇠약해져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선생님들께 세배도 드리고 치매로 앓고 계셨던 최남규선생님 방에 김선명 선생님과 함께 들어가 아리랑 등을 불러드리던 기억이 난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던 최남규선생님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투철한 신념을 보여주신 최하종 선생님도 잊을 수 없다...

그 중 김선명 선생님과 홍경선 선생님 두분과 술 한잔을 나누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홍경선 선생님께서 '김선생은 아직도 어른이 아니야, 장가를 못갔거든'하고 놀리시자, '예끼, 또 시작이네'하며 얼굴을 붉히셨던 선생님... 나이차이를 넘어서 당신들의 고통과 신념을 숨김없이 보여주셨던 선생님들의 삶을 나는 대학 1학년 '완전한 만남'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죽음을 넘나드는 그 고통의 세월 양심을 지킨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에 떨면서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었던 선생님들의 삶... 97년 모진 탄압 속에 한총련 탈퇴각서를 거부했던 신념과 용기는 아마 그분들에게서 배웠을 것이다.

음악을 평하고 싶지 않다. 그 영화의 한 장면 한장면, 그리고 선생님들이 걸어온 수 십년의 세월을 떠올리면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한 이 음악들이 눈물로 젖어든다... 양심을 위해 평온하고 안락한 삶... 아니 목숨을 버렸던 그 분들의 선택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오늘 나의 삶은 어떠한가 생각해 본다...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고 예전에 비하면 천국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구속과 수배에 대한 큰 두려움 없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껏 이야기하고 실천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매 순간 나는 예전만큼 치열하였는가... 죽음을 불사한 그분들의 삶을 되새기면서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는 북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신 김선명 선생님이 너무나 그립기만 하다... 그리고... 전향을 했다고 아직도 그리운 고향에 가지 못하시고 간염, 당뇨, 위염, 폐결핵으로 고통받고 계신 박종린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미 북으로 가신 김선명, 최하종, 홍경선, 윤희보 선생님들에 대한 그리움은 가슴에 두고 조만간 낙성대에 홀로 살고 계신 박종린 선생님을 찾아뵈어야겠다.

200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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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손의 나라 -하 - 소설 광개토호태왕, 단군족은 하나
정호일 지음 / 우리겨레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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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속에서는 '대륙의 여인 수천'에서 웅장하게 울려퍼졌던 노래들이 맴돌았다.

칠흙의 밤 북두칠성이 내려 앉으면 별의 대지를 향해 말을 내달리는 전사들 애초에 길은 그들 앞에 없으리니 애초에 경계는 존재하지 않으리니 누가 위대한 이 대지위에 경계를 그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
(대륙의 노래 앞부분)

올해 초 우연히 극단 금강의 '대륙의 여인 수천'이란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고구려의 웅장한 기상에 한껏 매료되어 있던 즈음, 아는 선배에게서 이 책을 추천받고 이제서야 읽어 보게 되었다. 요즘 고구려를 재조명하는 시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나의 짐작은 주관적인 것일까? 지난해 오너 사건, 여중생 미군장갑차 압살사건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주적 주권회복이란 공감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구려의 매력은 강대한 나라, 자주적인 나라, 대륙의 기상이 넘치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극단 금강은 최근 '대륙의 여인 수천'을 다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면서 '진정한 환타지는 역사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고구려의 기상은 단순한 환타지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민족의 뿌리를 단군, 즉 하늘에서 찾고 있다. 천손이란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추모대왕)이 하늘의 자손 해모수와 강의 신 하백의 딸 유리 사이에서 태어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군이 하늘에서 왔기에 우리 민족이 천손임을 천명하고 있다. 흔히 넓은 영토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광개토대왕(담덕 - 수천에서는 호태황이라 칭한다.)은 단군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노력하는 덕치의 대왕으로 그려진다. 물론 고구려의 왕답게 무예도 뛰어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두가지 화두를 접하게 된다. 하나는 '청년의 기상'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요구에 적극 부응하며 새 역사를 창조하는 주체로 청년이 주목을 받고 그러한 청년의 기상으로 그 어떤 난관도 뚫고 가는 7인의 청년장수들. 이들이 현재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 우리가 처해진 상황을 극복해 갈 힘이 바로 청년에게 있다는 암시는 아닐까.

또 하나는 단군의 나라를 건설해 가는 담덕의 철학이다. 고구려로 통일이 아닌 공존의 방법을 택한 담덕은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분단의 상황에서 통일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향해 가는 중이다. 반세기 분단을 끝내고 통일로!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멈출 수 없는 고구려의 기상, 청년의 기상, 더불어 사는 공존의 철학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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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과 소주의 힘
김종광 지음 / 이가서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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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한사람을 만났다. 서른 중반에 호프집을 하는 그 언니의 가게에서 처음 술을 마시는 날 영화와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나는 그 언니에게 좋은 영화로 '수취인불명'을, 이문구를 좋아한다는 말에 눈여겨 볼만한 작가로 김종광을 추천하였다. 두번째 그 집에 갔을 때 언니는 수취인불명과 경찰서여 안녕에 대해 자신의 느낌을 평하여 주었고 그 후에도 가끔 술 한잔 하며 삶과 문학과 인생과.. 그런 잡다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오랜만에 언니의 가게에 들리자 언니는 사정으로 가게 문을 닫게 되었다며 김종광의 <짬뽕과 소주의 힘>을 선물로 주었다. 실망했다는 말과 함께. 난 언니의 실망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열심히 연구하다시피 이 책을 읽었다. 책을 덮고... 습관처럼 두번째 이 책을 읽으며 드는 느낌은 역시 김종광답다는 것. 경찰서여 안녕과 모내기블루스, 71년생 다인이를 읽으며 들었던 재미있지만 뭔가 허전한 느낌...

너무나 일상적인 소재를 특별한 이야기로 만드는 재능있는 작가이기는 하지만 아직 완숙되지 않은 삶의 풋내가 그의 책을 덮을 때마다 느껴진다. 모든 작가가 진진해야 함은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 속에서 이시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기려면 소재의 번뜩이는 선택과 그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글재주 이상으로 삶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었으면 싶다.

그래, 내가 느끼는 아쉬움은 인생의 풋내가 아니라 어쩌면 사람에 대한 좀더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아닐까... 좀더 시간이 지나면 나의 아쉬움을 푸근히 감쌀 그의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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