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 O.S.T.
Various Artists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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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명선생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선택이 개봉된 것을 알았다.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는 쉬워도 의미있는 영화 한편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인색한가! 흥행이 되지 않아 조기종영한 극장이 많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서울 종로까지 영화를 보러 갔다.

개인적으로 나는 김선명선생님을 만나뵌 적이 있다. 99년 약 3차례 만남의 집을 방문하여 최하종, 홍경선, 최남규, 김선명 선생님등 많은 분들을 뵈었다. 오랜 감옥생활에 쇠약해져 움직이지도 못하시는 선생님들께 세배도 드리고 치매로 앓고 계셨던 최남규선생님 방에 김선명 선생님과 함께 들어가 아리랑 등을 불러드리던 기억이 난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던 최남규선생님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투철한 신념을 보여주신 최하종 선생님도 잊을 수 없다...

그 중 김선명 선생님과 홍경선 선생님 두분과 술 한잔을 나누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홍경선 선생님께서 '김선생은 아직도 어른이 아니야, 장가를 못갔거든'하고 놀리시자, '예끼, 또 시작이네'하며 얼굴을 붉히셨던 선생님... 나이차이를 넘어서 당신들의 고통과 신념을 숨김없이 보여주셨던 선생님들의 삶을 나는 대학 1학년 '완전한 만남'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죽음을 넘나드는 그 고통의 세월 양심을 지킨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과 공포에 떨면서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었던 선생님들의 삶... 97년 모진 탄압 속에 한총련 탈퇴각서를 거부했던 신념과 용기는 아마 그분들에게서 배웠을 것이다.

음악을 평하고 싶지 않다. 그 영화의 한 장면 한장면, 그리고 선생님들이 걸어온 수 십년의 세월을 떠올리면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한 이 음악들이 눈물로 젖어든다... 양심을 위해 평온하고 안락한 삶... 아니 목숨을 버렸던 그 분들의 선택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오늘 나의 삶은 어떠한가 생각해 본다...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되고 예전에 비하면 천국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구속과 수배에 대한 큰 두려움 없이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껏 이야기하고 실천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매 순간 나는 예전만큼 치열하였는가... 죽음을 불사한 그분들의 삶을 되새기면서 한없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제는 북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신 김선명 선생님이 너무나 그립기만 하다... 그리고... 전향을 했다고 아직도 그리운 고향에 가지 못하시고 간염, 당뇨, 위염, 폐결핵으로 고통받고 계신 박종린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이미 북으로 가신 김선명, 최하종, 홍경선, 윤희보 선생님들에 대한 그리움은 가슴에 두고 조만간 낙성대에 홀로 살고 계신 박종린 선생님을 찾아뵈어야겠다.

200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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