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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손의 나라 -하 - 소설 광개토호태왕, 단군족은 하나
정호일 지음 / 우리겨레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속에서는 '대륙의 여인 수천'에서 웅장하게 울려퍼졌던 노래들이 맴돌았다.
칠흙의 밤 북두칠성이 내려 앉으면 별의 대지를 향해 말을 내달리는 전사들 애초에 길은 그들 앞에 없으리니 애초에 경계는 존재하지 않으리니 누가 위대한 이 대지위에 경계를 그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
(대륙의 노래 앞부분)
올해 초 우연히 극단 금강의 '대륙의 여인 수천'이란 뮤지컬을 보게 되었다. 고구려의 웅장한 기상에 한껏 매료되어 있던 즈음, 아는 선배에게서 이 책을 추천받고 이제서야 읽어 보게 되었다. 요즘 고구려를 재조명하는 시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나의 짐작은 주관적인 것일까? 지난해 오너 사건, 여중생 미군장갑차 압살사건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주적 주권회복이란 공감을 형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구려의 매력은 강대한 나라, 자주적인 나라, 대륙의 기상이 넘치는 나라가 아닐까 싶다. 극단 금강은 최근 '대륙의 여인 수천'을 다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면서 '진정한 환타지는 역사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고구려의 기상은 단순한 환타지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민족의 뿌리를 단군, 즉 하늘에서 찾고 있다. 천손이란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추모대왕)이 하늘의 자손 해모수와 강의 신 하백의 딸 유리 사이에서 태어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단군이 하늘에서 왔기에 우리 민족이 천손임을 천명하고 있다. 흔히 넓은 영토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광개토대왕(담덕 - 수천에서는 호태황이라 칭한다.)은 단군의 나라를 건설하고자 노력하는 덕치의 대왕으로 그려진다. 물론 고구려의 왕답게 무예도 뛰어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두가지 화두를 접하게 된다. 하나는 '청년의 기상'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요구에 적극 부응하며 새 역사를 창조하는 주체로 청년이 주목을 받고 그러한 청년의 기상으로 그 어떤 난관도 뚫고 가는 7인의 청년장수들. 이들이 현재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것은 현재 우리가 처해진 상황을 극복해 갈 힘이 바로 청년에게 있다는 암시는 아닐까.
또 하나는 단군의 나라를 건설해 가는 담덕의 철학이다. 고구려로 통일이 아닌 공존의 방법을 택한 담덕은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분단의 상황에서 통일의 길을 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향해 가는 중이다. 반세기 분단을 끝내고 통일로! 이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멈출 수 없는 고구려의 기상, 청년의 기상, 더불어 사는 공존의 철학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