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5피트 2인치의 덩치 안에는 생각할 수 있는 온갖 대립과 모순들이 들어 있다. 나를 허영심이 강하다, 낭비적이다, 이기적이다, 경솔하다, 내 생각 안에는 올바른 결론이 없다, 어리석다,
칠칠치 못하다, 게으르다, 조심성과 사려가 없다. 지속성이 없다, 말이 많다, 전략이 없다. 버릇없다, 예의없다, 기분이 기묘하고 변덕스럽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를 보고 가정적이다, 겸손하고 용감하다, 끈질기다, 힘차다, 두려움이 없다, 근면하다, 말이 없다. 지극히 섬세하고 예의바르다, 언제나 즐거워한다고 말하는 사람과 똑같이 올바르다. 마찬가지로 내가 겁쟁이라거나 참된 영웅이라고, 영리한 친구라거나 바보라고, 재능이 아주 뛰어나다거나 멍청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어떤 말에도 놀라지 않는다. 나라는 사람은 단지 상황이 가지고 노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고 여기기로 결심하였으니까. (199) - P199

기묘하게도 그는 자신의 업적에서 더 높은 세계를 보지 않고 지금까지 자신을 배제하였던 세속적인 영역에서만 그것을 찾으려 하였다. 이성으로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알 수 없는 어떤 모순이 여기 나타난다. 이 영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 그는 일생 동안 자신을 낮추어야 했다. 사치스럽게 살기 위해서 자신을 노동의 사슬에 얽어매야 했고, 우아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면서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백 번이나 묘사한 법칙이 맞는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한 영역에서 대가인 사람은 자기에게 맞지 않는 영역에서는 서툰 얼간이가 된다는 법칙이었다. (226) - P226

한가로운 사람, 외면적인 것을 추구하는 천성만이 언제나 우아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다-시간과 끈기를 가지는 법이다. 작업을 하다가 겨우 한 시간을 빼내서 서둘러 뛰쳐나온 발자크는 몸치장을 하면서 서두른 흔적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었다. (228)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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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입에서 뜻없이 흩날리는 누벨바그의 정체를 샅샅이 알고 싶은 시네필에게 충분한 답을 준다. 누벨바그를 입체적으로,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잘 쓰여진 책. 동문선 치고 번역도 크게 나쁘지 않다. (24.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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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냄새를 감지하다 채석장 시리즈
조르주 디디-위베르만 지음, 이나라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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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책 완독. 문장을 쌓고 쌓아서 절정에 이르는 단락들이 전율을 부르는 철학이었다. 철저하게 깊은 사유로 반동적이면서도 소외된 인간에 대한 따뜻한 낭만까지 품은 너무 멋진 철학자. 몽타주의 문학성과 패권주의를 밝혀내며 이렇게 멋진 얘기를 할 수 있다니. 위베르만의 얼마 안 되는 국내 번역서를 찾아 읽을 예정. (2024.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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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마다 삶의 많은 의미가 농축되어 한꺼번에 발현하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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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떻게 이깟 일로 저렇게 울고 있을까? 그럼 사랑은? 죽음은? 엄마도 언젠가는 죽을 텐데, 그걸 까맣게 잊은 걸까?‘
어른들 역시 금방 지나가버리는 하찮은 일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걸까? 앙투아네트는 그들을 두려워했었다.
그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면, 그들의 헛되고 부조리한 위협 앞에서 벌벌 떨었었다. 앙투아네트는 천천히 은신처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잠시 어둠에 몸을 숨긴 채, 흐느낌은 멈췄지만 생각에 빠져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엄마를 쳐다보았다. 눈물이 입술까지 흘러내려도 그녀는 닦지 않았다. 앙투아네트는 일어나서 엄마에게 다가갔다. (무도회, 73) - P73

"하지만 모든 결혼이 불행한 건 아니야..." 뚱보 블랑슈 아주머니가 부드럽게 말했다.
"삶이 끔찍한 거지. 너희는 삶에서 동떨어져 있어. 너희가 옳아. 삶은 여자를 아프게 하고, 망가뜨리고, 더럽히고, 상처 입게 해. 여자에겐 사랑 외에는 삶이 없다고 말하는 건 남자들이야. 그런데 혼자 사는 너희는 행복하잖니? 날 봐. 나도 이제 너희처럼 혼자야. 하지만 이건 내가 원해서 찾은 고독이 아니라, 굴욕적이고 쓰디쓴 나쁜 고독이야. 버림받고 배신당해 얻은 고독이지. 난 직업도 없어. 가슴을 채우고 정신을 달래줄 게 아무것도 없어. 자식? 그건 날 계속 후회하게 하는 살아 있는 기억이야. 너희는, 너희는 행복하잖아." (그날 밤, 125-126)

이번에는 마르셀 아주머니가 끼어들었다.
"난 생각이 달라. 그건 우연이 아니라 본능의 문제야. 내 동료 중 하나도 나처럼 노처년데, 사람들이 왜 결혼을 안 했냐고 물으면 늘 ‘어쩌나 보니 그렇게 됐어요.‘라고 대답해. 하지만 아니야. 그건 정확하지 않아. 결혼에 대한 소명이 있느냐 없느냐, 그게 중요하지. 결혼, 사랑, 간단하게 말해 삶에 대한 소명. 우리는 온 힘을 다해 살기를 원하든지, 아니면 평온을 갈망하게 되어 있어. 난 늘 평온을 갈망했어. 그래서 한동안 수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 그러다가 나에게 필요한 건 주님이 아니라, 내 소박한 일상을 반복하면서, 나만의 소중한 습관들과 함께 조용히 지내는 삶이라는 걸 깨달았지. 남자! 맙소사! 내가 남자를 데리고 뭘 하겠어!"
"남자!" 엄마가 메아리처럼 반복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에 엄마가 덧붙였다.
"네 말이 맞아, 마르셀. 그건 우연이 아니라 본능, 나아가 욕망의 문제야. 결국, 우리는 늘 이 세상에서 가장 격렬하게 욕망하는 걸 얻게 돼. 그게 우리가 받는 가장 큰 벌이야." (그날 밤, 130) - P130

나는 엄마의 목소리와 말하는 방식이 1시간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그날 밤부터 엄마는 더 이상 예전의 엄마가 아니었다. 엄마는 부엌과 텃밭, 그리고 정원 일을 하고, 이모가 학교에 있는 동안 암탉과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약간은 억센 시골 아주머니가 되었다. 몇 년 후에 엄마는 다시 결합하기를 원하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답변할 정도로 안정되었다.
"그건 마치 정신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한테 강압복을 다시 입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아요, 가엾은 양반...." (그날 밤, 130-131)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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